▲ 김선영 약사(전북 군산시 아이약국)

연말이라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두 모여 식사를 했다. 간만에 만나는 거라 즐거운 이야기꽃을 한참 피우다가도 정치얘기가 나오면 어느새 목소리 톤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나는 삼남 중 막내인데 첫째형과 둘째형의 정치적 성향이 전혀 반대이다. 큰형은 보수 쪽이다. 국가가 복지를 꼭 필요한 곳에만 해야 한다는 주의이다. 큰형은 세금을 많이 내는 고소득 전문직이다. 작은형은 성향이 진보 쪽이다. 복지를 더 확대하여 국가가 돈을 더 써야한다는 생각이다. 작은형은 일반 월급생활자이다.

일식집에서 오마카세를 먹느라 바에 나란히 앉아 있는데 하필이면 내 자리가 두 형들 사이이다. 고성이 오가는데 뭔가 솔로몬왕의 지혜를 발휘해서 조용히 시켜야 할 것 같아 조용히 둘의 대화를 경청했다.

가만히 듣고 있으니 둘 사이의 대화는 평행선 같았다. 서로 같은 얘기를 반복하지만 결코 접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둘은 자신의 입장에서 자기의 목소리를 내는데 둘의 얘기가 틀린 말도 아니다. 결국은 어른들이 나서서 조용히 시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약국에서도 이러한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가격시비가 붙을 때이다.

내가 사는 지역에 유명한 약국 중 항도 근처에 있는 약국이 있다. 환자들은 왜 그 약국과 약값이 다르냐고 한다. 그 항도 근처에 있는 약국에 가면 얼마인데, 이 집은 왜 이렇게 비싸냐고 양심이 없다고 한다. 약값은 법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라 할인을 할 수가 없고 할인을 해서 불법으로 사람을 유인하는 그 약국이 잘못된 것이라고 하여도 사람들은 욕을 하면서 나간다.

환자 입장에서 봐보자. 똑같은 약인데 이 약국은 비싸고 항도 근처의 약국은 천원이 싸다. 그럼 그 사람에게 나는 부당이익을 챙기는 약사이고 항도 근처의 약국은 이윤을 덜 챙기는 양심적인 약사가 되는 것이다. 그동안 이 논리를 깨뜨리고자 수많은 방법을 써봤지만 결국은 그 약국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게는 설득과 타협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포기를 했다.

그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환자입장에서는 싸게 사는 것이 최고이다. 시장질서, 상도덕을 얘기해봐야 그들에게 진리는 가격이다. 이것 역시 좌파와 우파처럼 서로 평행선이다.

싸게 사려는 환자나 제 값을 받으려는 약국 모두 결코 악이 아니다. 문제는 룰을 깨고 약을 싸게 파는 그 약국이다. 좌파도 우파도 악이 아니다. 문제는 썩어빠진 대한민국 정계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점점 바뀌어 나갈 것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동료를 비양심약사로 몰아내는 약국들도 자정작용으로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고, 시민의 힘으로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는 국민들의 시민의식이 있기에 썩어빠진 정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다.

언젠가는 좌파도 우파도, 환자도 약사도 모두 행복할 날들이 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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