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회 연재 통해 보건의료 전문가들의 독서 문화 형성에 기여
종이책 ‘생각의 과정 형성’에 인터넷보다 체계적이고 효과적

2016년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본지가 기획한 ‘왜 종이책인가?’ 코너도 벌써 20회째를 맞이했다. ‘왜 종이책인가?’는 의사, 약사, 제약업계 등 보건의료계 전문가들이 독서를 통해 서비스의 가치와 경영 마인드 함양 및 정상적인 판단과 행동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시작됐다. 그에 따라 본지는 창간 14주년기념 특집호를 시작으로 독서에 대한 각계 전문가들의 조언이나 독서를 통해 성공한 경험담, 독서모임 또는 독서 열기 등을 탐방하고 그들의 취지와 목표를 소개했다. 또 인터넷이나 전자책이 아닌 ‘종이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도 설명했다. 책과 관련한 행사, 추천도서 등도 알아봤다.

본지는 새해를 맞이하기 전 그간 소개됐던 내용들을 정리하며, 내년에는 더 다양한 소재들로 보건의료계 전문가들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

독서, 그리고 경영
‘왜 종이책인가?’의 시작에서는 왜‘종이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종이책이 정확한 정보를 기록해 신뢰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큰 장점이 있으며, 생각의 과정 형성에도 인터넷이나 전자책에 비해 체계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몇 년 전 본지가 의사, 약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직무와 관련된 정보를 어디서 얻느냐는 질문에는 인터넷신문이라는 답변이 단연 우세한 반면 업무관련 지식을 얻는데 어느 것이 가장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는 전문서적, 신문잡지라는 답변이 나왔다.

또 세계 최고 기업의 CEO, 변화를 추구하고 존경받는 지도자들이 독서를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나 독서가 ‘경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볼 수 있었다. 이는 독서가 의료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병·의원 및 약국에 영향을 끼친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에 필자는 독서와 경영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한국독서경영연구원 다이애나 홍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는 기업이 성장을 하는 데는 제품, 기술, 서비스, 아이디어가 필요한데 그 모든 걸 아우를 수 있는 것이 책이라고 설명했다. 홍 원장은 독서를 좋아하는 국내 기업인을 예로 들며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은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존경과 사랑이다. 존경은 자신이 가진 기술 즉 능력이다. 능력이 있으면 존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랑은 감성이다”라고 말했다. 즉 리더의 인간미는 직원들을 자발적으로 일 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이어 가슴으로 대화할 수 있는 내공을 쌓는 데에 책이 아니고서는 그렇게 많지 않으며, 운동을 하면 근육이 자라 힘을 기르듯이 책을 통해 생각하는 근육, 마음의 근육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제약회사 전문 마케터 고기현 약사는 “독서를 하면 본인의 퍼포먼스 50%이상 성장할 수 있다”며 의·약사에게 독서를 권했다. 의·약사의 경우 최전선에서 환자를 만나기 때문에 전문적인 지식을 잘 전달하고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 약사는 특히 현재 의료계 전문가들에 대한 환자들의 신뢰는 점점 약해지고 있으며, 환자와의 관계 속에서 감성과 인격 의식을 더 좋은 방향으로 스스로 개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격과 의식 개조는 학위를 취득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절대적이고 좋은 툴은 책이라고 말했다.

고 약사는 중·소 병원과 개인약국의 경영난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로 경영·인문학·심리학·소비자 행동론 등 경영에 필요한 기타 지식이 부족해서라고 지적했다. 그는 “책 읽는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책을 읽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며 “만약 의·약사가 책을 제대로 읽기 시작하면 본인의 퍼포먼스(performance), 즉 매출이 50% 이상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책을 읽고 경험하고 적용한다면 매출뿐 만 아니라 개인의 정신적 성장도 이끌 것”이라고 전했다.

독서 효과 및 독서하는 방법
본지는 이 외에도‘보건의료계 전문가들’을 성장시키는 6가지 독서 효과를 소개했다. 실제 해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스트레스 해소 ▲우울증 개선 효과 ▲공감 능력 향상 ▲어휘력 향상 ▲뇌 활성화 통해 알츠하이머 예방 ▲폭넓은 지식 습득 등을 꼽았다. 특히 보건전문가들에게 어휘력은 논문 작성,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전문용어를 논리적으로 풀어내 이해하기 쉽도록 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책을 읽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된다.

독서는 병을 치료하는 효과도 있었다. 그리스어로 비블리오테라피(Bibliotherapy)는 독서치료를 말하는데, 책으로의 치유를 뜻한다. 실제 미국 병원과 도서관 협회에서는 1941년부터 독서치료에 대해 신경증을 치료하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독서의 치료적인 효과를 학문적으로 입증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2003년 공식 창립한 독서치료학회가 있다. 학회 신혜은 회장은 “의사는 환자들과 상담하는 직접적인 사람이다. 증상에 대한 처치, 즉 지식만 나열하면 환자와 공유되는 부분이 없다”고 강조하며 환자가 가지고 있는 아픈 부분만 해결해 주는 부분적인 시각에서 ‘정말 이 사람을 돕는 것은 무엇일까’라고 사람 전체로 시각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환자 스스로도 치료를 받고 기다리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나름대로 자신의 삶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내 의약품 유통 업체 ‘지오영(GEOYOUNG, 회장 조선혜)’은 직원 교양 프로그램 일환으로 시작한 독서 지원 활동을 통해 개인 함양은 물론 직원 간 소통도 원활해지고 있다고 했다. 즉 책을 매개로 공동체 의식이 형성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지오영 담당자는 “지오영은 서울시 서대문구에 본사를 두고, 전국에 자회사를 두고 있다. 각각의 독립성을 가지고 있는 회사여서 직원 전체의 공통사가 많이 없었다”며 “책을 통해 공통된 주제로 대화를 하기 위해 독서 지원 프로그램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지오영은 4명당 1권씩 부서 내 직원 비율에 따라 각 지역에 책을 보내며, 독후감·공모전 등을 통해 참여를 높였다.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3년차에 접어드니 교류가 적었던 직원들과도 대화를 나누게 됐다는 것이 지오영 측 설명이다. 외근이 많은 영업사원이 다수를 차지해 공동체성이 떨어지기 쉬운데, ‘이번엔 책을 읽겠다’ ‘책 배달이 늦었다’ ‘이번 달 책은 뭐냐’는 등 사소한 대화를 시작으로 지오영의 정체감, 직원 간의 소통이 이뤄진 것이다.

지오영 박명숙 고문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 간의 정체성, 공동체성을 높일 수 있고 개인 함양도 이끌어 낼 수 있는 독서 문화가 여러 군데에서 생겨났으면 좋겠다”며 보건 전문가들의 독서 활동을 희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책을 읽은 것은 아니다. 책을 읽는 데에도 방법이 있다. 책 <어떻게 읽을 것인가>, <대한민국 독서혁명>에서 다룬 독서 방법 중 일부를 발췌해 올바른 독서법 8가지를 소개하기도 했다.

독서법으로는 ▲천천히 읽기 ▲여유를 가지며 읽기 ▲다시 읽기 ▲손으로 읽기 ▲입으로 읽기 ▲많이 읽기 ▲빨리 읽기 ▲함께 읽기 등이 있다. 핵심은 ‘환자를 이해하는 것처럼 저자를 이해하라’는 것이다.

의료계의 독서 열기
의료계에서도 이러한 독서 효과를 알리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다. 강남에 위치한 은혜산부인과 김애양 원장은 현업에 종사하면서 한국의사수필가협회 부회장, 수필가 등으로 활동한다.  의사와 책을 접목시켜 의사들의 삶을 보여주고, 조금 더 인간적이고 정감 있는 의료계 풍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김 원장은 “인간은 몸으로만 이루어진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감정이나 예술, 영혼이 중요한 작용을 한다. 독서는 인간의 마음의 지평이,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관대해지고 여유가 생기는 작업에 필수적”이라며 의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즉 의료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고 전인적인 치료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인간성을 잃기 쉬운 직업이 의사고, 나이가 들어 돈만 있고 허망하기 쉬운 직업이 의사다”라며 “책을 통해 인간 본연의 것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의사가 양산되는 문화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립병원인 ‘서울대학교병원’, ‘국립중앙의료원’, ‘충북대학교병원’은 환자의 치유를 위해 도서관을 설치했다. 특히 서울대병원의 도서관 ‘재중원서재’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요지(要地), 본관 1층에 도서관을 설치했다. 1995년 국내 병원에서는 최초로 설립된 병원도서관인데, 병실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 입원 환자들과 보호자들에게 마땅한 놀거리가 없던 당시, 무료함을 달래고자 시작됐다.

국립중앙의료원의 경우 병원 뿐만 아니라 지역 도서관의 역할도 한다. ‘다문화 가정, 탈북청소년 등 정보 소외를 겪는 지역 사람들에게 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은 병원도서관 건립 이외에도 공동 도서 출간, 독서 모임 지원 등 병원 내 독서를 장려하는데 이는 의료원의 헤드(Head) 안명옥 원장이 자타가 인정하는 독서 러버(lover)이기 때문이다. 안명옥 원장은 “모르는 게 약이라는 속담을 제일 싫어한다. 아는 것이 힘”이라면서 “알면 대처할 수 있고, 알면 공포심도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원 피부과 과장인 박미연 과장은 “책은 생각의 폭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환자를 어루만져 줄 수 없을 때가 많은데 책은 정서적 안정을 주고, 타인의 삶에 공감하고, 마음을 위로 받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충북 권역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학교병원은 ‘환자’와 ‘의료진’, ‘지역 주민들’이 하나 되어 설립부터 운영까지 참여했다. 특히 도서관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실무 부서가 없어도 환자, 보호자 스스로가 도서관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도서관장이자 충북대병원 외과 교수인 김동주 도서관장은 “병은 의사가 치료하는 것이지만, 병을 치료하고 기다리는 동안 마음을 치료하는 것은 외적인 일이다. 마음의 안정과 힐링을 준다는 점에서 독서는 치료의 한 방법이 된다”고 말했다.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은 미래 의료를 이끌 의대생들에게 ‘의학’을 의학이 아닌 ‘문학’으로 설명했다.

책임 교수로 있는 성기헌 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는 몸과 마음, 정신 등 모든 것을 가진 총체적 존재인 인간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의학의 모습이 결정된다고 말하며, 독서는 인간을 이해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전했다. 문학은 책 속에 있는 다양한 등장인물의 성격을 대변하고, 그들을 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어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성 신부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모든 인간에 대해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이는 불가능하다”면서 “독서를 ‘시간 낭비’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100년에 걸쳐도 만나지 못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시간 절약’이다”라고 말했다.

국내 독서 습관 올리기 위한 장소들
지난해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독서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 및 유럽연합의 평균 수준이나, 습관적으로 책을 찾고 읽는 습관은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 국가들과 독서 빈도 조사 결과 우리나라 국민들은 매일 읽는 독서 습관 비중이 조사 국가 중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필자는 독서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이 먼저가 아닌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즉 사람들이 독서강연이나 도서관을 찾아올 수 있게끔 환경을 만들거나, 정부차원에서 독서를 교육하고 홍보를 진행하는 캠페인을 시행하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책읽기 좋은 장소, 독서 페스티벌, 추천도서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조용한 도서관 이미지에서 탈피해 커뮤니티 공간으로 변화한 서울도서관에는 독서 교육 토론회 등 정기적으로 시민들이 모여 독서 활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또 작은 도서관에서 제공하기 힘든 특별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책을 읽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자연을 만끽하고 심신을 편안하게 하는 공간인 청운문학도서관은 인왕산 보이는 한옥 도서관으로, 책 읽기 좋은 이색 공간으로 소개됐다. ‘휴식공간’으로 리뉴얼한 서점 ‘교보문고’에는 100명이 동시에 독서를 할 수 있는 테이블 배치했다. 서점과 도서관 한데 모여 있는 콜라보서점 ‘북티크’는 서점의 역할, 카페의 역할 플러스(+) 각종 독서모임, 심야서점, 북 파티 등을 통해 독자와 비독자가 한데 어우러지는 공간의 역할을 한다. 북티크는 비독자들이 책에 대한 관심을 높여갈 수 있도록 디딤돌 역할을 하면서 독자를 개발한다. 특이한 점은  ‘불금’을 노려 직장, 학업으로 평일에 책을 읽지 못하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 밤새 ‘술’이 아닌 ‘책’으로 보낼 수 있도록 ‘심야 서점’을 운영한다는 점이다.

쉬고 싶어 혼자 있고 싶다는 ‘혼자놀기족’을 위해 혼자 책을 읽기 좋은 ‘혼책’ 장소도 소개됐다. 책맥(책+맥주)을 할 수 있는 ‘북바이북’, 카페와 펍이 함께 있는 ‘꿈꾸는 옥탑’, 조용한 바(Bar) 형태의 책방 ‘책바’, 집처럼 편안한 만화카페 ‘로빈스에그’, 온종일 책을 읽을 수 있는 ‘카툰앤북카페 놀숲’ 등이다. 

독서와 관련된 페스티벌로는 세계 각국의 출판물들을 만나볼 수 있는 ‘서울국제도서전’, 독서의 계절 ‘가을맞이 독서 페스티벌’ 등이 있었으며, 여름 바캉스에서 읽기 좋은 책을 선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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