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흥 약사(안산시 백제약국)

소화기능 저하·새벽설사·어지럽고 기침할 때 쓰는 明方
영양 충분한 바이톤·토노겐 병용하면 효과 두 배

예전에 약사가 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입니다. 당시는 의약분업 초기였기 때문에 환자들이 가끔 처방전이 필요한 약들을 사려고 약국에 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날도 젊은 남성이 영양제 주사를 사려고 약국에 들렀습니다.

“영양제 주사 살 수 있을까요?”
“주사제는 의약분업으로 인해 약국에서 판매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럼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환자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서 약을 복용할 수가 없습니다.”
“환자 상태가 어떠신데 그래요?”
“먹기만 하면 설사를 하고 기운이 너무 없어 해요”
“혹시 추위를 많이 타시나요? 어지럽다는 말을 하진 않고요?”
“예. 어지러워서 잘 일어나 앉지도 못하고 자꾸 누우려고 합니다.”

환자의 약을 구매하러 온 사람은 근처 교회 목사였고, 환자의 건강상태가 너무 악화되어 더 늦기 전에 주사라도 맞히려고 약국에 온 것이었습니다. 환자는 어찌 되었건 밥을 먹을 기력도 없고 또 먹기만 하면 설사를 해서 먹는 음식으로는 영양을 채워 줄 수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환자에게 영양 주사를 줄 수는 없으니 환자의 상태를 개선시킬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이 되더군요.

일단 환자는 체력이 엄청 떨어져 있는 상태였고요. 밥을 먹기만 하면 설사가 나니 영양을 올리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또 대사기능이 너무 떨어져서 오한을 심하게 느끼고 있었고, 그런 이유들로 몸이 다 아픈 상태였지요.

몸을 따뜻하게 해주면서 설사도 멎게 해주고 어지럼증을 개선해줘야 하는데 뭐 좋은 약이 없을까요?

필자는 그때 진무탕에 로징푸로(요즘 나오는 제품으로는 바이오톤과 유사한 제품이었습니다)를 7일간 복용하도록 했습니다. 양허로 인해 몸이 대사기능이 극도로 떨어져서 소화도 시키지 못하는 상태에 영양을 채워주면서 위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이만한 방법이 없다 싶었죠.

1주일 뒤에 환자는 거동이 가능한 정도로 호전이 되었고, 그렇게 몇 번 약을 복용한 뒤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필자는 그 경험을 너무 소중하게 생각하기에 진무탕을 많이 소개하고 다니는데 요즘은 조제용 덕용포장으로도 진무탕을 구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한중제약 정도에서나 나오고 다른 회사에선 구하기 어려운 제품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진무탕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진무탕을 다시 여러 제약회사에서 생산하도록 하려면 우선 많은 약사님들이 사용하는 게 우선일 테니 말이죠.

진무탕
진무탕은 복령, 작약, 생강, 백출, 포부자로 이루어진 약입니다. 1)부자설 2)맥침 3)전신 혹은 국소 부종(浮腫) 4)진수음 5)설사 증상을 개선시키기 위해서 사용됩니다.

太陽病, 發汗, 汗出不解, 其人仍發熱, 心下悸, 頭眩, 身 動振振欲酸者 眞武湯主之

태양병으로 땀을 내게 하고, 汗出해도 몸이 풀리지 않고 계속 발열하며, 가슴이 두근거리며 어지럽고, 몸이 흔들려서 땅에 넘어지려 할 때 진무탕을 사용한다.

少陰病, 二, 三日不己, 至四, 五日腹痛, 小便不利, 四支沈重疼痛, 自下利者, 此爲有水氣, 其人或咳, 或小便利, 或下利, 或嘔者, 眞武湯主之

소음병이 2, 3일이 되어도 낫지 않고 4, 5일에 이르러 배가 아프고, 소변이 잘 나오지 않고, 사지가 무겁고 아프며, 설사를 하면 수독이 있는 탓이다. 그 사람이 혹은 기침하고 혹은 소변이 잘 나오고, 혹은 잘 나오지 않거나, 혹은 토하는 사람은 진무탕을 사용한다.

첫 번째 문장을 해석하자면 한법을 사용해 땀을 내면 원래 열이 식어야 하는데 계속 열이 난다고 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허열을 말하는 것이겠죠. 에너지가 충분치 않은데 한법을 사용하면 진액이 고갈되어 그것을 보상하기 위해 심장이 빨리 뛰고 그 과정에서 순환혈류량이 증가하게 되어 열이 발생하는 것을 묘사한 것입니다. 어지럽고 몸이 흔들린다는 표현은 수독 증상을 의미합니다.

두 번째 문장을 보면 복통이 있고, 소변이 잘 나오지 않으며 사지가 무겁고 아프고 설사가 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 문장에서도 보면 기침을 하고 소변이 잘 나오거나 잘 나오지 않는다거나 토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수독을 묘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진무탕을 사용한다고 표현되어 있습니다.

진무탕은 몸을 데우는 부자에 복령, 백출 등 수독을 제거하는 약이 들어있는데 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신양허를 이해해야 합니다.

陽虛
양허는 일반적으로 기허(氣虛)가 더 진행된 상태를 말합니다. 양허는 크게 체온의 저하와 성 에너지의 감퇴를 의미합니다. 그 중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체온 저하로 인한 寒症을 말하는데 한증은 외부온도가 떨어지는 환경을 접하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점과 주된 증상 가운데 하나가 통증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또한 체온이 저하되는 새벽에 증상이 심해지는 신설(辰泄)과 오경설(五更泄)을 기억하면 좋습니다.1) 임상 한의사를 위한 기본 한약처방 강의, 주성완 지음, 가온해미디어

원양이 쇠약해지면 추위를 타는 것 외에 신진대사의 감퇴와 약화가 나타나며 심박완만(心縛緩慢), 혈압강하(血壓降下), 기초체온하락(基礎體溫下落), 소한(少汗) 혹은 무한(無汗), 소화기능 감퇴, 반위애역2)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3)

결국 양허라는 상태는 기운이 극단적으로 떨어져서 신진대사 자체에 문제가 생긴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왜 이 증상이 수독을 유발하는지 이해해야겠지요?

우리가 체력이 극도로 떨어진 상태에 이르게 되면 기본적으로 소화에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즉 정상적인 영양의 공급에 문제가 생기게 되고 그로 인해 혈액에는 충분한 영양이 공급되지 못하는 상태에 도달하게 됩니다. 따라서 그것을 보상하기 위해 심장이 급하게 뛰지만 적절한 정도의 영양을 조직에 공급하지 못하는 결과가 오게 됩니다. 또한 그 증상이 계속 됨에 따라 수분대사 역시 저하되게 됨으로 몸의 구석구석에 수분이 침습하는 상태에 이르게 되고 그로인해 몸이 무겁고 차갑고 아픈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이 증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양기를 넣어주고(부자, 건강), 침습된 수분을 개선시키는 약제를(복령, 백출) 써야 하는 것입니다.

진무탕증의 설사는 새벽설사가 그 특징이며, 극단적인 소화기능 저하로 인한 음식이 전혀 소화되지 않고 설사로 나오는 청곡하리(淸穀下利) 증상을 보입니다.4)

물론 음식이 소화되지 않고 변으로 나오는 저산증도 있으므로 구별해서 기억하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진무탕과 같은 부자제를 사용할 때는 그 효능보다 부자의 독성에 대한 우려로 부자가 들어있는 약제를 사용하는데 항상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부자는 그 사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강력한 대사항진제로서도 심혈관 강화제로도 쓸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자(附子) Aconiti latedalis radix preparata
천오(川烏) Aconiti tuber
초오(草烏) Aconiti ciliare tuber

부자는 심혈관계에 도움을 주고, 신경계에 작용하며 중추진통 작용과 항염증 작용도 갖고 있습니다.

심혈관계에 대한 작용
부자의 주성분인 aconitine 및 mesaconitine의 경우 Na+-channel의 neurotoxin binding site 2에 강하게 결합하여 Na+-channel을 활성화시켜 지속적인 Na+ 이온의 세포내 유입을 가져오고 동시에 세포내 Ca²⁺ 이온의 농도를 높이게 되어 결과적으로 심근의 수축력을 증가시키게 됩니다.

체온에 대한 작용
부자의 체온 상승 또는 혈액순환의 개선 작용에 대한 연구는 많이 진행되어 있습니다. 특히 가공부자말을 경구로 복용하였을 때 사람의 피부온도가 1~1.5°C가 상승한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

아울러 aconitine 및 mesaconitine에 의해 렛트의 대동맥 이완이 관찰되는데 이는 NO의 유리에 의한 혈관 평활근의 이완 작용입니다.

특히 이런 혈관 평활근의 이완에 의한 동맥의 저항 감소는 말초의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결과를 가져오며 결과적으로 말초의 체온 상승을 가져옵니다. 또한 위장관의 소동맥에 대해서도 mesaconitine 등의 투여에 의해 혈관이 이완되며 이는 말초의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5)

이와 같이 부자는 심혈관의 기능을 개선함으로써 영양의 고른 분포와 체온의 상승을 통한 한증을 개선시키는 기능이 있습니다. 부자는 그 용도를 정확하게만 이해하고 사용하면 크게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으며, 필자의 경우 팔미의 형태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판매용으로 나온 부자제의 경우는 크게 걱정하지 않고 사용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진무탕은 체력이 극단적으로 떨어져 소화기능이 떨어져서 음식을 먹으면 바로 설사를 한다던가 새벽에 설사를 하고 온 몸이 아프며 붓고 그 담이 폐로 가면 기침을 하거나 머리로 올라가 어지러운 증상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明方이 되는 것입니다.

진무탕은 한기를 몰아내고 위장기능을 올릴 수 있는 약이므로 그 자체에는 좋은 영양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니 바이톤과 같이 복용하기 좋으면서 영양이 충분한 물질을 추가해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필자는 이런 경우에 바이톤 내지는 토노겐을 자주 응용하니 약사님들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진무탕은 이런 의미를 잘 이용하면 각종 호흡기질환부터 소화기질환, 심장질환, 신장질환, 근육계질환, 피부질환까지 증에 부합하는 경우라면 언제든지 사용 가능한 좋은 처방입니다. 다만 만성적인 설사약으로만 사용하기엔 아쉽고 아까운 처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화에서 진무탕을 소개한 것은 이 약이 우리 약사들의 역량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약사님들이 사용하지 않기에 자꾸만 제약회사들에게 외면 받는 현실이 아쉬워 소개하는 것입니다.

약을 잘 사용하기 위해선 그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다양한 용도로 응용할 수 있게 되어야 합니다. 다만 한 증상에만 약을 쓸 경우 사용에 한계가 생겨 자주 쓸 기회를 얻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진무탕은 ‘몸이 찬 사람의 설사에 도움이 된다’라고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 약이라는 것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셨으니 다들 진무탕을 잘 이용하시고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되길 기대합니다.

<각주>

1) 임상 한의사를 위한 기본 한약처방 강의, 주성완 지음, 가온해미디어
2) 반위(反胃):식후에 복부가 창만하고 먹은 것이 소화되지 않으며, 아침에 먹은 것을 저녁에 토하거나 저녁에 먹은 것을 아침에 토하는 것을 주요 증상으로 하는 병증이다. 애역(呃逆): 딸꾹질
3) 한의학을 말하다. 탕윈, 청홍출판사
4) 기초에서 응용까지 핵심 상한론 48처방, 배현, 대한약사통신
5) 한방약리학, 한방약리학 편찬위원회 저, 도서출판 신일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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