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 원인은 사회구조적 문제…세상 바꿀 수 없다면 ‘나’를 바꿔야
환자의 환경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주는 것, 진정한 질병 치료의 시작

비법(秘法)이란 한정된 개인 또는 집단만이 알고 있는 특별한 방법을 말한다. 요즘 TV를 보면 많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나와서 각자의 비법을 소개한다. 요리비법, 공부비법, 운동비법, 다이어트비법, 건강비법 등 그 시대 사람들의 욕구에 맞추어서 참 많이도 나온다. 이런 비법을 알게되면 그것(요리, 공부, 운동, 건강 등)에 대해서 자신감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어떠한 비법도 원칙을 지키면서 해야 제대로 효과가 있지 원칙을 지키지도 않는데 효과가 있는 비법은 없다. 문제는 비법이 아니라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에게 있는데 사람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비법을 찾기만 한다.

1) 죽을 만큼 운동하고 죽지 않을 만큼 먹었어요

비만은 스트레스와 더불어 많은 질병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비만(복부비만)은 대사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혈압, 당뇨, 높은 중성지방, 낮은 고밀도 지방과 함께 대사증후군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특히 비만은 다른 증상(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등)과 달리 눈에 보이는 것이며 현대의학의 치료가 아닌 개인의 노력으로 개선 가능한 증상이다. 또한 비만을 치료하게 되면 다른 증상들도 같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아서 비만을 치료하는 것은 많은 만성질환을 치료하는 것과 같이 된다.

비만이란 미용하고도 많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대중매체의 발달로 TV나 인터넷에서는 연예인이나 모델 그리고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들이 나와서 자랑을 한다. 과거에는 통통하다 못해 뚱뚱했던 몸을 다이어트에 성공하여 지금은 날씬한 몸매를 가지게 되었고, 최고의 성형수술은 다이어트라는 말과 함께 자랑하고 있다. 더구나 외모가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치는 우리나라에서는 다이어트를 하여서 늘씬한 몸매나 복근을 가진 사람은 자기관리가 철저한 사람이고, 배가 나왔거나 살이 있는 사람은 자기관리조차 못한 사람으로 낙인을 찍는 경우가 많다.

“죽을 만큼 운동하고 죽지 않을 만큼 먹었어요”는 가수 제시카(소녀시대 전 멤버)가 한 말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이어트(다이어트는 원래 식이요법을 뜻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살빼기를 의미한다)를 시작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이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을 보면 정말로 죽을 만큼 운동하고 정말 죽지 않을 만큼 먹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건강의 문제든 미용의 문제든 다이어트(식이요법, 운동)를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작심삼일(作心三日)인 경우가 많다. 이유는 단순하다. 먹고 싶다는 본능, 게을러지고 싶은 본능이 살을 빼야 한다는 이성을 앞도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가장 편한 순간 아니 모든 동물이 가장 편한 순간을 표현한다면 ‘배부르고 등따시다’라고 말 할 수 있다. 다이어트는 가장 편한 시간을 포기하고 인체에 많은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니 아무리 노력을 한다고 하여도 언젠간 포기하게 된다.

2)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다이어트에 가장 많은 역할을 하는 것은 본인의 의지이다. 의지에는 목표와 동기가 정말 중요하다. 건강이 안 좋을 때 하는 다이어트는 정말 절실하기에 성공확률이 높고, 결혼 전 예비신부가 하는 다이어트도 목표가 분명하기에 대부분 다이어트에 성공을 한다. 하지만 의지가 강할지라도 본능을 이기는 것은 쉽지 않다. 시간이 지나게 되면 다이어트를 지속하기 힘들게 되고 포기를 하는 순간 요요현상이 일어난다.

다이어트가 생활화 되어있는 연예인이라도 다이어트는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위 그림은 배우 고현정이 제작발표회에 나올 때 모습과 드라마 촬영시 모습을 비교해서 올린 것이다. 제작발표회에서 나온 모습은 친근한 모습이라면 촬영시 모습은 연예인은 연예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을 인터넷 용어로 입금 다이어트(입금 전후 모습이 확연히 차이가 나서)라고 불리는데 아무리 연예인이라도 뚜렷한 목표가 없으면 다이어트는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이다.

이런 이유로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많은 사람들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식품이나 의약품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다이어트에 관련된 약이든 식품이든 공통된 결론은 사람을 얼마나 오랜 시간 굶길 수 있냐는 것이지 결코 음식을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로 바꾸어 줄 수는 없다. 이것을 경험한 사람들은 다이어트의 고통을 알기에 오늘 그 고통을 감내할 수 없어서 결국 다이어트는 오늘하지 못하고 내일로 미룰 수 밖에 없다.

3) 성공시대와 노오오오력

“개천에서 용났다”

과거 힘든 시절을 살았을 때 성공하기 매우 어려운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능력과 노력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다. 60~70년대에는 이런 경우가 주변에 많이 있었다. 어느 시대나 힘든 환경을 이겨내고 성공한 사람들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누구나 성공을 할 수 없지만, 세상은 성공한 이야기를 하면서 “하면된다”라고 강요하고 있다.

21세기 들어오면서 경제침체와 더불어 하면된다는 것이 무너지게 된다. 과거에 너무나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이제는 특별한 것이 되고 만다.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취직에 어려움이 없었고, 때가 되면 대부분 결혼을 하고, 때가 되면 아이를 낳았다. 반대로 과거에는 특별하던 것이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되었다. 맞벌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고, 아이는 엄마대신 어릴 때부터 할머니, 어린이집, 학원 등을 거치며 성장하고, 대학을 나오고 스펙을 쌓아도 취업은 바늘구멍보다 더 작아졌다.

88만원세대, 삼포세대로 지칭되는 젊은이들에게 노력이 부족하다고 말한다는 것은 모든 문제가 개인에 있고, 사회구조적 문제가 없다는 표현이다. 하지만 지금 젊은이들은 어느 시기보다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 어느 시기보다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기성세대가 노력을 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말하니 젊은이들은 자조적인 말로, 기성세대를 비꼬는 말로 노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노오오오력이 부족해서 그렇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4)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아무리 세상이 싫다고 하여도 혼자 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나는 자연인(MBN의 프로그램)”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사람들조차 사회와 완전히 단절되어 사는 것이 아니라 작은 연결고리는 유지하며 살고 있다. 하물며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들은 세상과 너무나 밀접하게 연결되어있다.

과거에 당연하던 것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고, 과거에 특별하였던 것이 이제는 누구나 해야 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되면서 사회적 문제와 더불어 질병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이는 밖에서 뛰어놀지 못하고 조그만 방안에 갇혀 있다보니 골절은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근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었고, 하고 싶은 것을 못하니 주의력 결핍 증상과 더불어 게임이나 스마트폰에 중독된다. 청년이 되어서는 성공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한 결과는 만족하기가 쉽지 않고, 아무 방황도 없이 성장을 하여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른다. 아직 체력은 좋으나 스트레스에 의한 위염이 나타나기 쉬우며, 불안한 마음은 과격한 성격으로 나타나게 된다. 장년이 되면 심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하고, 휴식이 없는 경쟁을 하게 된다. 이때부터 만성질환과 더불어 공황장애, 불안장애 등이 나타나게 된다.

질병은 개인에게 나타나고 개인에게 큰 문제이다. 국가 전체로 보았을 때는 단지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지 사회는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과는 아무 상관(가끔 직업병이 있기는 하지만)이 없다. 이 말은 청년들에게 노오오오력이 부족해서 취직을 못한다는 말과 같다.

많은 질병은 잘못된 습관의 문제, 식습관의 문제, 스트레스 등으로 나타난다. 개인은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좋은 병원을 찾기도 하고, 좋은 약을 찾기도 하고, 좋은 자연 치료 방법을 찾기도 한다. 어떤 것을 하더라도 대부분의 만성질환이 치료가 되었다는 것을 본 적은 거의 없다.

마치 다이어트와 마찬가지로 평생 질병을 치료해야 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아무리 다이어트를 해도 요요현상이 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무리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하여도 좋아지다가 다시 나빠지는 것을 반복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결국에는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는 말처럼 그저 약이나 먹으면서 질병을 자신의 운명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하지만 조금만 다시 생각하면 질병의 원인은 사회에 있다. 개인의 잘못된 습관, 식습관의 문제가 처음 태어나면서부터 생긴 것이 아니라, 사회에 살면서 생길 수 밖에 없는 원인이 더 크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도 아침 일찍부터 어린이집을 가야하기에 늦잠을 잘 수 없고, 집에서 밥할 사람이 없기에 인스턴트 식품은 바쁠 때 먹는 음식이 아니라 평상시에 먹는 음식이고, 늦은 시간까지 일하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운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무한경쟁 시대에 지친 몸을 쉴 곳은 없으며, 잠깐의 휴식시간도 자기 개발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속된 말로 “똥 쌀 시간도 없다”라고 말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개인이 질병이 생기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질병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사회를 치료하지 않는 이상 질병의 굴레에 한번 들어가게 되면 영원히 벗어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5) 환경을 변화시켜라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원인은 개인의 노력이 부족한 것보다 스트레스와 과도한 업무에 의한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는 위장관 운동을 억제하고 위장관 운동이 좋지 못하면 달콤한 음식이나 부드러운 음식의 섭취가 증가하게 된다. 과도한 업무는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게 되고 육체가 힘들면 음식의 섭취량도 늘어나게 된다.

질병의 생기는 원인도 질병의 치료가 힘든 이유도 인간이 살고 있는 환경과 많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병원에 다니는 분이 가장 많이 듣는 얘기가 “일하지 않고 쉬면 좋아집니다”이거나 “신경성입니다.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하시고요”이다. 누구나 아는 치료법이고 누구도 할 수 없는 치료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휴식을 취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은 질병을 치료하는데 가장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이 힘든 세상에서 휴식을 취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을까?

최인철 교수의 “frame,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라는 강의에서 이런 내용이 나온다.

<Box>

어느 한 청소부가 있는데 너무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직장에 다니는 내가 보기에는 별로 행복할 것도 없고 별볼일 없이 사는데 행복해 보이는 것이 너무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아저씨 왜 그렇게 행복하십니까?”

“나는 지금 지구의 한 모퉁이를 쓸고 있다”

세상을 바꾸지 못하면 내가 바뀌어야 하는데 내가 바뀌는 것도 그리 쉽지가 않다. 하지만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나는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해보아야 한다. 그렇게 해야 내가 하는 일에 대한 가치를 창조할 수 있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한 가치를 부여하는 순간 일로 인해서 나타나는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일이 기쁨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일이 기쁨으로 바뀐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휴식하는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내가 잠을 자는 공간을 더욱 사랑스럽게 만들어야 한다. 집안일은 내가 휴식하는 공간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고, 내 공간이 아름다워지면 나의 휴식은 더욱 달콤하게 되는 것이다.

약사 개인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환자의 환경이 환자의 질병과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있다. 좋은 습관, 좋은 음식, 필요한 약 등이 환자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 그리고 좋은 습관, 좋은 음식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은 환자의 환경에 달려있다.

약사가 환자의 환경이나 공간을 바꿀 수는 없지만 환자가 가지고 있는 인식의 변화는 줄 수 있다. 환자의 인식 변화는 환자가 바라보는 자신의 환경과 공간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고, 인식의 변화는 질병 치료의 시작을 의미한다.

저작권자 © 한국의약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