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이 높을수록 심혈관 질환 위험도가 증가한다는 것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환자의 혈압을 무작정 낮추게 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환자의 병력이나 현재 상태에 따라 최적의 혈압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에 관한 연구들이 진행되어 이를 비교 분석하고 목표 혈압 설정에 관해 알아보았다. (편집자주)

좌장: 김연종 원장(김연종 내과)
연자: 류영준 원장(류영준 내과)
패널: 박희철 원장(박희철 내과), 반종호 원장(반종호 내과), 추길연 원장(추 내과)

고혈압 치료에 있어 적절한 목표 혈압 설정 - 류영준 원장(류영준 내과)

▲ 류영준 원장(류영준 내과)

고혈압은 심장, 뇌, 혈관, 신장 등 주요 장기에 손상을 유발하므로 적절한 예방과 치료는 필수이다. 일반적으로 수축기 혈압 140mmHg, 이완기 혈압 90mmHg 이상일 때 고혈압으로 진단하며, 고혈압이 조절되지 않으면 혈관의 기능이 저하되어 각 조직의 손상이 진행되고, 결과적으로 뇌졸중, 심부전, 만성 신 질환, 망막증 등의 중증 질환이 유발될 수 있다.

연령별로 수축기 및 이완기 혈압에 따른 허혈성 심질환의 사망률을 비교해 보면, 먼저 연령이 높을 수록 허혈성 심질환 사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또한 수축기 혈압 및 이완기 혈압이 낮을수록 허혈성 심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감소한다고 밝혀졌다. 수축기 혈압과 심혈관계 질환 사망률에 관한 다른 연구 결과를 보면, 수축기 혈압이 낮을수록 심혈관계 질환 사망률이 감소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Lancet, 2001).

이와 관련된 다른 연구에서는 수축기 혈압을 2mmHg만 낮추어도 허혈성 심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7%,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을 10%나 줄일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Lancet, 2002). 또 다른 연구에서는 정상 혈압 115mmHg/75mmHg를 기준으로 수축기 혈압이 20mmHg, 이완기 혈압이 10mmHg가 증가할 때마다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이 2배씩 증가한다고 보고하고 있다(JAMA, 2003). 당뇨가 있는 고혈압 환자의 혈압과 심혈관계 사망률에 관한 연구 결과를 보면, 당뇨가 있는 고혈압 환자에서도 혈압이 낮을수록 심혈관계 질환 발병률과 사망률 특히 뇌졸중에서 개선된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고되었다(JAMA, 2015).

목표혈압 설정
수축기 혈압이 낮을수록 심혈관계 결과가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혈압 차 증가는 노인 연령층에서 문제가 될 수 있어 목표 혈압을 낮게 잡는 것이 무조건 적으로 옳다고 볼 수 는 없다. 또한 이완기 혈압 조절 과정에서 수축기 혈압은 고정된 채 이완기 혈압만 낮아지는 경우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에 혈압 조절과정에서 환자를 추적 관찰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과거에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또는 관상동맥 질환 병력이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치료 목표 혈압인 140mmHg/90mmHg 보다 조금 낮은 130mmHg/80mmHg로 설정하는 것이 심혈관계 질환 재발을 예방하는데 적절하다고 보고되었다. 특히 심근 허혈이 있는 경우나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의 혈압차이가 큰 환자의 혈압을 조절하는 경우에는 혈압을 천천히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혈압이 높을수록 당연히 심혈관계 위험도는 증가하지만, 혈압이 낮다고 해서 반드시 심혈관계 위험도가 감소한다고 할 수는 없다. 적정 혈압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심혈관계 위험도가 다시 증가하는데 이를 나타낸 그래프를 J curve 라고 한다(그림 1.) 따라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한 후 적절한 목표 혈압을 설정하여 심혈관계 위험도를 최소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때문에 적정 목표 혈압에 대한 많은 가설들이 제기되었으며 이에 대한 연구들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 (그림 1) 혈압에 따른 심혈관계 위험도의 관계(J curve)

ACCORD 연구(NEJM, 2010)
ACCORD 연구는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의 수축기 혈압과 심혈관계 질환의 상관성에 대해 조사한 연구로 미국과 캐나다의 77개 병•의원에서 진행되었다.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였으며, 목표 수축기 혈압을 표준치료(약 140mmHg)군과 집중치료(약 120mmHg)군으로 나누어 심혈관계 관련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의 발생 정도를 확인하였다. 약 4.4년 환자들을 관찰한 결과를 보면 집중치료 군이 표준치료 군에 비해 심혈관계 결과가 12%정도 좋았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집중치료 군에서 7%정도 더 높은 사망률이 나타났다.

뇌졸중에 있어서는 유의한 개선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볼 때 혈압의 감소가 뇌졸중 개선에 효과가 있음이 증명되었다. 하지만, 집중 치료군에 속한 환자들은 혈압 조절을 위해 더 많은 약물에 노출되었으며, 이로 인해 고칼슘 혈증이나 고크레아틴 혈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었다.

ACCORDION 연구(NEJM, 2015)
ACCORDION 연구는 ACCORD 연구의 생존자(87%)를 추가적인 치료 없이 최대 60개월동안 관찰하여 목표 혈압 차이에 따른 심혈관 사고의 예후를 장기적으로 분석한 연구이다. 연구 초기에는 집중 치료군과 표준 치료군의 수축기 혈압차가 14mmHg 였으나, 추적관찰 기간에 두 군의 수축기 혈압차가 4mmHg로 감소하였다. 평균 8.8년간 환자들을 관찰한 결과, ACCORD 연구와 마찬가지로 집중 치료군에서 유의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집중 치료군의 수축기 혈압이 120mmHg로 유지되었던 시기에서는 뇌졸중에 대한 결과가 개선되었으나 추적관찰 기간 중에 혈압이 다시 상승함에 따라 뇌졸중에 의한 효과가 감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SPRINT 연구(Clin. Trials, 2014)
ACCORD 연구는 당뇨를 동반한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였기 때문에 당뇨로 인한 사망 및 심혈관 질환 발생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당뇨가 없는 고혈압 환자에 대한 SPRINT 연구는 50세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이다.

이 연구는 다른 연구에 비해 더 많은 혈압 강하를 진행한 연구로, 심혈관계 위험 요소를 1가지 이상 가진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하였으며, 3.26년 만에 좋은 결과를 얻었기 때문에 연구가 조기 종료되었다. 환자군은 치료 전 수축기 혈압이 130~180mmHg였으며 뇌졸중이나 당뇨, 다낭성 신질환 환자는 환자군에서 제외하였다. ACCORD 연구와 유사하게 목표 수축기 혈압을 표준치료(140mmHg)군과 집중치료(120mmHg)군으로 나누어 심혈관계 관련 사망, 뇌졸중, 심근경색, 심부전, 급성 관상동맥증의 발생 정도를 확인하였다.

혈압은 매 3개월간 측정하였으며, 연구 결과 집중치료 군이 표준치료 군에 비해 심혈관계 결과가 25%가량 개선된 것으로 보고되었다. 사망률 또한 27%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심근경색은 약 17%정도 개선되었으나 유의한 결과는 아니었다. 관심 있는 하위 6개의 그룹을 비교 분석해본 결과, 집중 치료군에서 더 개선된 효과를 보인 하위 그룹은 만성신장질환 환자, 75세 이상, 기저 혈압이 낮은 그룹이었다. 특히 만성 신장 질환 환자에 있어서는 eGFR에 큰 변화가 없었으나, 정상환자의 경우에는 eGFR 값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 기간 동안 약물로 인한 부작용 발생에 관한 데이터도 있다. 결과를 보면 표준 치료군 보다 집중 치료군에서 저혈압, 전해질 불균형, 신장손상 등의 부작용이 더 많이 나타났다고 보고되었다. 특이하게도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기립성 저혈압의 발생 비율은 표준 치료군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결론
ACCORD 연구와 SPRINT 연구는 모두 혈압 조절에 따른 심혈관계 위험도를 알아보기 위한 연구였으나, 그 결과는 같지 않았다. 그것은 ACCORD 연구의 환자군 평균 연령이 SPRINT 연구의 환자군 평균 연령에 비해 낮았으며, ACCORD 연구에서는 혈중 지질 조절을 위해 60%의 환자에게 스타틴 제제를 투여한 것도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ACCORD 연구에서는 SPRINT 연구와 달리 크레아틴 수치가 1.5 이상인 환자들을 제외하였기 때문에 두 연구의 결과가 달랐을 것으로 예상된다.

Discussion

▲ 좌장 김연종 원장(김연종 내과)

좌장(김연종): 많은 연구들은 비슷한 가설을 설정하여 진행함에도 서로 상반된 결과를 보고하여 임상 의사들에게 혼동을 주는 경우가 많다. 가이드라인이 개정되거나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올 때 이러한 강의를 통해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추길연: ACCORD 연구에서는 이완기 혈압에 관한 데이터가 있으며, 이에 관한 언급이 있었지만 SPRINT 연구에서는 이완기 혈압에 관한 언급이 없었다. 수축기 혈압도 중요하지만 이완기 혈압이 60mmHg 이하로 감소하는 것 또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류영준: ACCORD 연구 결과 외에 다른 연구 결과에서는 60mmHg 까지는 큰 위험을 야기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으며, 이에 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연구에서는 30mmHg 이하는 매우 위험하다는 결과도 있었으며,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60mmHg까지는 안전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심장 혈관이 많이 좁아진 경우에는 혈압을 많이 낮추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추길연: SPRINT 연구에서 집중 치료군의 이완기 혈압이 어느 정도까지 떨어졌는지에 관한 데이터는 없는지?

류영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좌장(김연종): ACCORD 연구가 진행되기 전에는 대부분의 가이드라인에서 목표 수축기 혈압을 120mmHg로 설정하라고 권고하였으며, ACCORD 연구 결과가 발표 됨에 따라 140mmHg로 설정하는 것이 새로이 권고되고 있다. 이후 JNC 8차 보고서에서도 목표 수축기 혈압을 140mmHg로 권고하고 있으며, 노인의 경우 150mmHg로 권고하고 있다. 이후 새로이 발표된 가이드라인이나 혈압에 관한 연구가 있는지?

류영준: 혈압에 관한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당뇨병 환자에 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은 2016년도에 발표된 것으로 알고 있다.

반종호: 일본에서 수축기 혈압이 120~140mmHg인 환자의 치료 여부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정 고혈압(저항성 고혈압 등) 환자 또는 노인 환자의 경우에는 저혈압을 예방하기 위해 1일 용량의 절반을 1일 2회 투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좌장(김연종): 혈압치료를 위해 연구에서 사용된 이뇨제 중 현재 임상에서 주로 사용되는 약제는 무엇인지?

추길연: 주로 인다파마이드를 사용한다.

반종호: 히드로클로로티아자이드 12.5mg의 약효가 미미하기 때문에 인다파마이드를 사용한다.

좌장(김연종): 고혈압 치료에 대한가이드라인이 계속해서 변화하면서 임상 의사들에게 많은 혼동을 주고 있는 것 같다. 적정 치료 목표 혈압도 변하고 있으며 1차 치료 약물에 대한 권고사항도 계속 변하고 있다.

반종호: 새로 개발되는 β-차단제를 1차 권고 약물에 추가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또한 약물 투여 시 1회에 1일 용량을 전량 투여하기 보다는 2~3회로 분할하여 투여하는 것이 약효를 높이고 부작용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비단 고혈압 치료뿐만이 아니라 당뇨병 환자의 치료에 있어서도 적용되는 내용이다.

추길연: 분할투여 하는 경우에는 환자의 복약 순응도가 감소할 수 있다. 1일 1회 투여하는 경우는 환자의 순응도가 매우 높지만, 분할 투여하는 경우 환자들이 복약하는 것을 잊거나 놓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반종호: 하지만 복약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면 당연히 분할 투여하는 것이 환자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가령 혈압의 변동폭이 크고 단시간에 쉽게 변동하는 환자의 경우에는 분할 투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추길연: 현재 가이드라인에서는 80세 이상의 고 연령층의 적정 목표 혈압이 150mmHg/90mmHg로 명시되어있다. 특히 노인의 경우는 관상동맥 질환이 있는 경우도 많은데, 실제 임상에서 수축기 혈압 매우 높아서 160mmHg 이지만 이완기 혈압이 50mmHg 정도인 경우에는 이완기 혈압의 감소를 고려하여 약물을 처방하는지?

반종호: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다. 그런 환자의 경우는 저혈압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1일 용량을 1회에 전량 투여하지 않고 적절한 교육을 통해 복약 순응도를 높이면서 분할투여 하는 것이 부작용을 예방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추길연: 약물에 따라 다르겠지만, 약을 분할하여 사용하는 것은 약물의 흡수나 효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분할하지 않고 사용하는 것이 좋다.

반종호: 약물의 효과는 비슷한 신체 조건을 가진 사람들에게서도 매우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약물에 예민한 사람의 경우 평균적인 용량보다 저용량을 투여했음에도 과민반응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며, 반대로 약물에 둔감한 사람의 경우에는 고용량을 투여해도 약효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개개인마다 약물의 흡수 및 대사에 차이를 보이기 때문인데, 의사는 환자를 잘 파악한 후 적절한 약물용량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좌장(김연종): 고혈압의 치료에 있어 목표 혈압 설정과 관련된 여러 연구들을 비교 분석 해보았으며, 실제 임상에서 고혈압의 치료에 대해 논의해 보았다. 아직까지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잡혀있지 않아 실제 임상에서 혼동을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적정 혈압 설정에 관한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연구가 하루빨리 진행되어 고혈압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이것으로 오늘 논의를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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