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2.4%, 약사 3.5%, 한방 3.0%, 간호(조산사) 3.7%
의약단체 한 목소리로 “수가협상구조 개선돼야” 주장

내년부터 의원급 의료기관의 외래초진료가 14,140원에서 450원이 오른 14,860원이 된다. 본인부담액은 100원이 증가해 4,400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 7개 유형 공급자 협상단과 2017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위한 협상을 5월 31일 완료하고, 6월 1일 재정운영위원회(위원장 조재국)에서 이를 심의·의결해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수가를 3.1% 인상했다고 밝혔다.

대체로 공급단체들은 협상 결과에 대해 원했던 수치까지 간격을 좁히진 못했다고 밝혔지만 2014년 이후 3년 만에 전 유형 단체가 협상을 타결했으며, 모두 인상됐다. 또 추가 재정 총소요액(밴딩)이 8,134억 원으로 기존 6,503억 원 규모를 뛰어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평균 인상률은 2.37%로 전년도 인상률 1.99%보다 높은 수준으로 결정됐다.

이는 환산지수 협상과 별개로 건강보험제도의 발전을 위해 가입자와 공급자 간의 상시 소통 체계 마련의 필요성에 커다란 공감대가 이루어졌고, 건보공단의 5년 연속 장기 흑자와 16조9천억 원이라는 최대 누적수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최종 수가협상은 6월 1일 새벽 3시까지 건보공단 영등포지사에서 영역별 릴레이 방식으로 이뤄졌다.

▲ 연도별 환산지수 결정 현황

가장 먼저 협상 이뤄진 의협
건보공단 영등포지사에서 1일 밤 12시 45분 7차 협상까지 협의한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단장 김주형, 전북의사회장)은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해 전년대비(76.6원) 3.1% 인상된 79원으로 협상을 타결했다.

의원은 △2014년 3.0% △2015년 3.0% △2016년 2.9% 등의 인상률이 결정됐었다.
김주형 수가협상단장은 첫 수가협상 때부터 의사는 늘어나고 있지만 의원급 포지션은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보험자 측에 전달하며 공감대를 이끄는 데 성공했다.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발표한 5월 27일 진행했던 3차 수가협상 때까지만 해도 김 단장의 표정은 밝았다. 하지만 4차 직후부터 그의 표정은 급격히 어두웠다. 김 단장은 4차 협상 후 브리핑을 통해 “우리가 욕심내는 것만큼 수치를 좁히기 힘들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협상이 끝난 후 김 단장은 “만족할 만한 숫자는 아니지만 공단 측에서도 많은 인내와 끈기로 어려운 점을 들어줬다”며 “메르스 피해 등에 대한 보답으로 생각한다. 회원들에게 적극적으로 협상 결과를 말씀드리고 이해를 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의협의 입장은 달랐다.

의협은 같은 날 오후 1시 “메르스 사태를 맞아 고군분투한 의료기관에 대한 배려라고 하기에는 매우 아쉬운 점이 크다"는 입장을 전했다. 의협은 "건보공단 측은 수가협상 종료 후 건강보험재정 5년 연속 당기흑자와 17조 원의 누적흑자를 토대로 공급자들의 어려움을 공감해 협상에 임했다고 말했지만 말 그대로 사상 최대의 누적 흑자분 사용 용도와 관련해서는 미증유의 메르스 사태를 맞아 고군분투한 의료기관에 대한 배려라고 하기에는 매우 아쉬운 점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수가협상의 재정투여금액도 알지 못한 채 매번 협상에 임하고 있는 이러한 불합리한 수가협상 결정구조는 반드시 짚고 넘어갈 문제이며, 제20대 국회에 불합리한 수가협상 결정구조를 바꾸는 법안이 반드시 발의가 되어 통과되도록 혼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병협, 메르스 사태 언급해 극적 타결
대한병원협회는 오전 2시 50분 1.9%의 인상률을 가지고 극적으로 타결했다. 병원의 내년도 환산지수는 현재 71원에서 1.34원이 오른 72.34원으로, 병원급 의료기관의 초진진찰료는 현재 14,830원에서 280원 오른 15,110원이 된다. 재진진찰료는 올해 10,750원에서 200원 오른 10,950원이다. 종합병원급은 초진진찰료는 현재 16,500원에서 310원이 오른 16,810원, 재진진찰료는 12,410원에서 240원 오른 12,650원이다. 상급종합병원의 초진진찰료는 18,160원에서 340원 오른 18,500원, 재진진찰료는 14,080원에서 270원 오른 14,350원이 된다.

조한호 수가협상단장(대한병원협회 보험위원장)은 5차 협상 이후부터 “공단이 우리를 무시하는 것 같다”고 불쾌함을 드러내며 협상을 이어갔다.

병원의 경우 △2008년 1.5% △2009년 2.0% △2010년 1.4% △2011년 1.0% 등의 인상률을 보이며 지난해 진행된 2016년 수가협상까지 수가 인상률이 다른 공급자 단체들 중 최하위였다. 이는 병원이 차지하는 포션이 워낙 커서 퍼센트가(%) 올라가면 금액이 타 단체들보다 크게 오르기 때문이다. 조한호 단장도 이런 이유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해한다고 3차 수가협상 직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병협 수가협상단은 ‘제2의 메르스’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보험자 측과의 간격을 좁혀야 한다고 강조하며, 자체 조사한 메르스 관련 병원급 의료기관의 직접적인 손실액을 제시하는 등 병원 현실을 호소하기도 했다.

조 단장은 “100% 만족을 한 것은 아니지만 공단 측에서도 많은 노력을 해주었고, 담당자가 인상률과 상관없이 병원계에 감사의 뜻을 표했고, 또 병원 회원들에게 위로의 표현을 전달해서 우리들도 진심으로 뜻을 받아들여 협상을 체결하게 됐다”고 전했다.

병협 홍정용 회장은 협상 결과에 대해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홍 회장은 "지금 우리 병원계는 메르스 사태로 인해 사회적으로 요구받고 있는 환자안전, 감염관리 강화를 위해 인프라를 구축하여야 하며, 전공의특별법 제정 등 보건의료 시스템의 선진화에 필요한 추가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수가협상 체계의 벽을 넘지 못하고 부대조건 없이 1.9% 인상안에 합의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수가협상 체계의 개선 없이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며, 보건의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 체계 개선에 모든 동력을 집중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 (좌부터)대한의사협회 김주형 수가협상단장, 대한병원협회 조한호 수가협상단장, 대한약사회 이영민 수가협상단장이 6월 1일 새벽 2017년 수가협상을 마쳤다.

3년 연속 인상률 1위 약사회, 전 영역 결렬 없이 진행
의약단체 중 3년 연속 수가인상률 1위를 기록한 약사회는 3.5%로 협상을 타결했다. 약국은 2015년 3.1%, 2016년 3.0%를 인상해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의원과 수가인상률 1, 2위를 다투던 약국은 3차 수가협상 때 20여분 만에 협상장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등의 퍼포먼스를 보이며 보험자 측이 제시한 인상률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한편 비교적 여유로운 태도로 협상에 진행했던 치과는 2.4%를, 지난해보다 0.8%p 오른 수치로 협상을 타결한 한방은 3.0%, 간호(조산사) 3.7%, 보건기관 2.9% 등의 인상률로 협상했다. 

공단 “공급자 어려움 공감했다”

▲ 건강보험공단 장미승 급여상임이사(협상단장)

공단 관계자는 이번 협상에서 공급자의 어려움을 공감해 전향적 태도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공단은 “공단 재정이 5년 연속 당기 흑자이고, 16조 9,000억원에 달하는 최대 누적 흑자를 기록해 공급자들의 기대치가 높아 난항이 있었다”며 “의약계가 인건비 임대료 등 비용 상승 및 메르스 사태로 인한 경영 악화 등을 근거로 전년 대비 높은 인상률을 요구했지만 향후 보장성 강화 및 부과체계 개선 등에 따른 추가 재정 소요를 내세우며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말 많고 탈 많은 2017 수가협상
전 의약단체가 협상에 타결했지만 이 과정은 그 어느 때보다 순탄치 않았다. 먼저 수가 밴딩 폭, 즉 추가 재정분 공개에 대한 공급자 측과 보험자 측 간의 갈등이었다. 이 갈등은 이전부터 있었지만 올해는 건보공단의 흑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각 의약단체들의 기대치가 높아졌고, 이에 따라 각 단체간 갈등도 심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수가협상은 건보공단 산하 재정운영위원회가 건강보험 재정과 진료비 관련 제도 등을 감안해 '밴드'를 설정,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에 고지한다. 밴딩 폭 등과 관련한 내용은 의협과 의약단체 등의 수가협상단에게는 공개하지 않는다. 이에 수가협상단들은 “협상이 아니라 갑·을 관계에서 오는 일방적 통보”라는 입장을 표했다.

공단의 흑자로 인해 희망을 갖던 공급자 측이 ‘흑자’로 인해 좌절되는 상황도 있었다.

5월 27일 열렸던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과 3차 협상을 가졌던 공단이 재정 고갈 시기를 앞당긴 것. 이날 의협 수가협상단장인 김주형 단장은 “재정흑자분이 크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희망을 갖고 왔는데, 공단에서는 앞서 2차 때 2025년에 재정 고갈이 우려된다고 했다가 오늘은 2019년에 고갈될 것이란 추계를 제시하는 했다”며 상황이 어렵다고 전했다.

실제로 2011년 1조 5600억원에 불과하던 건보공단 누적 흑자는 2013년 8조 2203억원으로 훌쩍 뛰었으며 2015년에는 그 두 배인 16조 9800억원을 기록했다. 이 추세라면 2019년에는 2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공단은 “건보재정 부족에 대비해 누적 흑자분을 보유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각 의약단체는 “국민들의 돈이니 쉽게 풀지 못하는 것 이해한다”고 말하면서도 공급자에게 희생만을 바라는 원가 이하의 수가는 진료환경을 더 악화시켜 결국 국민들에게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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