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탕, 만성두통·불면증 등 도움…만성피로엔 포르피린 물약 병용 처방
계모탕, 신경성 탈모·노이로제·건망증 등 적용…일반약으로 대체 어려워

김연흥 약사▲2003년 대구 가톨릭대 제약학과 졸업 ▲現 안산시약사회 건식위원장 ▲現 안산시약사회 스터디그룹‘주경야독’회장 ▲現 안산시 원곡동 백제약국 대표약사 ▲2011년 경기도 약사회장상 수상

청나라 말기인 1899년 금석학의 대가인 왕의영이 학질(말라리아)에 걸려, 이에 효험이 있는 용골을 구입했다가 갑골문자를 발견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우리가 자주 쓰는 약물로 인해 중국 고대사가 발견된 것입니다.

용골(龍骨)은 고대포유동물(Artiodactyla, Proboscida, Perrisodactyla 등속)의 뼈 화석으로 백색-회백색-황백색의 탄산칼슘 분말로 주로 한방 정신과에서 약으로 사용합니다.

▲ 용골

용골은 주로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꿈이 많고 잠이 잘 들지 못하거나, 정신적인 문제로 인해 노이로제가 오거나 성적신경쇠약이 오고 정력이 약해지며 발기가 잘되지 않을 때 사용하기도 합니다.

용골이 들어있는 처방 중 약국에서 자주 사용하는 처방은 시호가용골모려탕과 계지가용골모려탕이 있는데 이번 화에서는 위의 두 처방을 살펴보고 약국에서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지를 살펴볼까 합니다.

시호가용골모려탕

傷寒八九日下之 胸滿煩驚 小便不利 譫語一身盡重 不可轉側者
상한 팔구일에 하법을 쓰니 답답하고 두근두근 거리면서 불안한 것은 하법을 사용하여 진액이 고갈되어 비위가 약해지면서 수독이 생기고 이로 인해 비위의 생화가 부족하게 되므로 몸은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심박동을 빨리하게 되고 몸이 무거워져 움직일 수 없게 됩니다.

필자는 시모탕을 신경증의 기본방으로 생각하고 자주 응용하는데요.

시모탕은 황금, 용골, 인삼, 건강, 계지, 대추, 대황, 시호, 모려, 반하, 복령으로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대황과 복령이 있는 것으로 보아 환자는 대소변에도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대소변이 잘 나오지 않고 가슴이 답답하며 몸이 무거워 어찌할 수 없는 피로감을 느끼면서 시호증을 보이면 시호가용골모려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법을 사용하여 진액이 빠져서 기운이 너무 없을 때 몸은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서 심박동을 늘리게 되겠죠. 그로인해 동계가 오고 몸이 너무 무거워지면 시모탕을 씁니다.

응용

1. 시모탕은 만성두통에 효과적입니다. 무기력하고 피곤한 상태가 지속되면서 신경이 극도로 예민한 환자에게 시모탕을 사용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2.身重은 몸이 무거운 상태를 말합니다. 만성피로에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어서 신경이 예민하고 잠을 편하게 자지 못하고 꿈을 많이 꾼다면 몸은 무겁고 힘이 들 것입니다. 이때 시모탕을 기본으로 만성피로를 접근한다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필자는 진액을 채우는 약으로 포르피린 물약을 자주 쓰는데 시모탕과 병용한다면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물론 철분을 추천하셔도 좋습니다.

3. 혈압에 도움이 됩니다. 과도한 흥분으로 인한 동계는 혈압을 상승시킬 수 있는데 심계항진과 신경성 혈압에 도움이 됩니다. 시호가용골모려탕의 동계는 그 증상이 아주 심해서 가슴부터 배꼽까지 뛰는 감이 있습니다.

4. 자다가 잠꼬대가 심할 때 도움이 됩니다. 유아가 자다가 잘 깨고, 잘 놀라는 경우에는 체질을 무시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5. 중풍이 왔는데 전혀 돌아눕지 못하는 증상에 도움이 됩니다.

6. 불면증에 도움이 됩니다. 시모탕에 산조인탕을 배합하거나 시모탕만 단일로 줄 때도 환자의 불면증 개선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시모탕은 일반적인 수면유도제와 달리 수면을 취하고 나면 피로가 잘 개선되므로 환자에게는 더욱 좋은 처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보통 천왕보심단을 불면의 개선에 많이 쓰는데, 효과 면으로 본다면 시호가용골모려탕이 더 강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계지가용골모려탕

夫失精家, 少腹弦急, 陰頭寒, 目眩, 發落, 脈極虛葵遲, 淸穀亡血失精, 脈得諸 葵動微緊, 男子失精, 女子夢交, 桂枝加龍骨牡呂湯主之.
실정하기 쉬운 사람은 소복(아랫배)이 활처럼 땡기고 귀두가 차가우며 눈앞이 어지럽고 머리카락이 잘 빠진다. 맥은 극히 허하고 소화되지 않은 음식을 변으로 보고 망혈 또는 실정한다. 남자는 실정하고 여자는 성교하는 꿈을 꾸면 계지가용골모려탕을 쓴다.

계모탕은 계지탕에 용골, 모려를 넣은 처방입니다. 계지탕은 계지, 작약, 대추, 생강, 감초로 이루어진 비교적 간단한 처방입니다. 보통 체력이 약한 사람의 초기감기약 정도로 많이들 알고 있는데, 이 처방에 용골과 모려를 넣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다양한 적응증이 생긴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랍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적응증에 나온 소복현급은 계지탕에서 시작된 소건중탕 등의 처방에서도 관찰할 수 있는 아랫배가 빳빳해 지는 상태로, 영양 부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외의 증상은 계지탕에서 쉽게 유추할 수 있는 증상들은 아닙니다. 하지만 계지가용골모려탕의 적응증은 현대의 약국에서 쓸 일이 참으로 많은 증상인 것 같아 자세히 살펴볼 가치가 있겠습니다.

응용

1. 신경성 탈모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탈모 증상의 환자가 약국을 방문하면 약국에서 쉽게 줄 수 있는 약은 미녹시딜 제품과 약용효모제 외에는 딱히 권할 것이 없습니다. 탈모환자가 신경이 예민하거나(보통 탈모환자는 예민한 경우가 많이 있죠) 영양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면서 탈모증상을 호소한다면 계지가용골모려탕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계모탕에 조혈제를 보충해 주면서 필요한 제품을 추가해 주면 도움이 됩니다.

2. 잠을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돌아다니는 증상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체력이 약한 아이가 자다가 잠이 깨지 않은 상태로 돌아다니거나 한참 앉아 있는 등의 증상을 보일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3. 몽정이 심하거나 성교하는 꿈을 자주 꾸거나 자위에 집착하는 청소년에게 쓸 수 있습니다. 사춘기 때 이성에 관심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나 너무 집착하고 망상에 빠진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정신이 딴 데 팔려 있으니 공부를 한다고 집중이 잘 될 리 없겠죠. 이때는 계지가용골모려탕이 학생들의 집중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약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성인, 또는 노인의 성 집착증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4. 소화가 되지 않은 변을 볼 때 도움이 됩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소화가 미처 되지 않은 변을 본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위장기능이 극도로 떨어져 있고 저산증도 더해졌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때는 산 보충제를 추천하면서(필자는 보통 홍초액을 복용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건기식으로 산 보충제 성분이 들어있는 효소제도 요즘은 많이 나오더군요) 계지가용골모려탕을 투여하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5.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릴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심장이 두근거릴 때 사용할 수 있는 약제는 황련이나 복령 같은 제품도 있지만 체력이 약한 환자의 두근거림에는 용골, 모려만 한 제품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칼슘의 기능이라고 보기에 용골의 기능은 좀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용골은 교감신경을 억제한다고들 이해하는데 현대인의 생활패턴을 봤을 때 용골이 포함된 계지가용골모려탕을 사용할 일은 앞으로 더 많아질 거 같습니다.

6. 노이로제나 불면증·건망증 등의 정신과적 질환에 도움이 됩니다. 정신과적 질환에 약국에서 쓸 수 있는 처방은 크게 많지 않습니다. 유유제약에서 나오는 노이로민과 토노겐 정도 외에는 크게 기억나는 처방이 없는데 계지가용골모려탕은 그럴 때 사용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필자는 건망증과 불면증에 천왕보심단도 많이 사용하는데 비슷한 방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망증이 심한 환자에게는 엘카르니틴 제품과 천왕보심단을 써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7.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쓸 수 있습니다. 아이가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또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할 때 계지가용골모려탕이 사용될 수 있습니다. 수험생이 체력이 달려 잡생각이 많아지고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한다고 하면 체력을 올려주는 약도 필요하겠지만 계지가용골모려탕을 주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9. 조루나 유정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조루 증상에 국소마취 스프레이 외에는 사용할 약이 딱히 없습니다. 계지가용골모려탕에 팔미를 합방해서 환자에게 주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듯 계지가용골모려탕은 자주 사용할 일은 없는 듯 보이지만 명확한 적응증을 가진 약이기 때문에 잘 사용만 한다면 약사의 임상한계를 많이 뛰어넘을 수 있게 해주는 약입니다. 필자는 한국신약에서 나오는 계모탕을 사용하는데 효과가 좋습니다.

이렇게 용골과 모려가 들어있는 두 처방을 살펴봤는데 두 처방 모두 정확한 성격을 가진 참으로 좋은 처방들인 것 같습니다. 다행인 것은 아직까지는 이 처방을 과립의 형태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좋은 처방은 우리 약사들이 많이 써야만 계속적으로 생산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렵지 않고 안전한 약을 사용해서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면 또한 얼마나 좋은 일일까요. 많은 약사님들이 관심을 갖고 이 처방들을 공부하시길 기대해 봅니다.

용골에서 비롯해 두 처방을 임상적인 측면에서 살펴봤는데 시모탕이나 계모탕은 모두 꼼꼼히 연구할 가치가 있는 처방인거 같습니다. 특히 계모탕은 다른 일반약으로 대체할 수 없는 임상영역을 가지고 있는 거 같아 많은 약사님들이 많이 알고 많이 쓰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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