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어혈 파괴 및 노폐물 제거로 혈액순환 장애 개선
기미·주근깨·생리통·정맥류 등 다양한 질환에 활용 가능
당귀작약산 및 온경탕과 동시 처방 시 증상 호전 효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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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기미, 주근깨에 도움이 되는 도미나 제품이 많이 판매될 거 같습니다. 하지만 도미나와 같은 hydroquinone 제품과 L-cystein 제품을 사용해도 기미가 잘 제거되는 거 같지는 않습니다. 요즘 나온 트라넥삼산 제품도 그다지 손이 가질 않는군요.
2) 생리통이 심한 여성들이 많습니다. 탁센과 같은 액상진통제와 파마브롬이 들어있는 제품, 진경제가 포함된 진통제 등도 많고 대증적으로 효과를 보는 제품은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에 도움이 되지는 못하는 거 같습니다.
3) 정맥류 환자들이 많습니다. 오랜 시간 서서 일하는 직업이 늘어난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센시아 등 정맥계 질환에 쓰이는 약들의 매출이 꾸준합니다. 하지만 정맥류가 단지 혈관만의 문제라고 보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습니다.
4) 각종 혈액순환제가 있습니다. 은행잎 제품을 비롯해서 산사자가 포함된 제품과 마그네슘 제품까지 혈관을 확장시키고 혈액의 순환을 돕는 제품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제품을 사용한다고 해서 뒷목이 당기거나 어깨가 뭉치는 증상이 금세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뭔가 도움이 될 방법이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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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흥 약사▲2003년 대구 가톨릭대 제약학과 졸업 ▲現 안산시약사회 건식위원장 ▲現 안산시약사회 스터디그룹‘주경야독’회장 ▲現 안산시 원곡동 백제약국 대표약사 ▲2011년 경기도 약사회장상 수상

앞서 소개한 경우들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처방이 있습니다. 짐작들 하고 계시겠지만 계지복령환이 그 주인공입니다.

계지복령환
<한의학> 계지와 복령으로 만드는 환약. 어혈을 내리게 하는 대표적 처방으로, 체질과 체력이 보통 정도인 부인의 여러 질환과 타박상 따위에 쓴다.1)

한방 초심자들은 계지복령환을 체력이 좋은 사람의 어혈제 정도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응용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증의 어혈제는 계지복령환, 허증의 어혈제는 당귀작약산 내지는 온경탕 이라고만 암기하듯이 알고 있다면 그 허실을 구분하기 전에 어혈제의 사용을 포기하게 되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부인과 약이라고만 이해한다면 쓰일 수 있는 범위도 생리통, 타박상 정도로만 제한될 수 있기 때문에 계지복령환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쓰임새를 다 이용하지 못하게 됩니다.

우선 허증의 어혈제인 당귀작약산과 온경탕을 살펴봐야겠지요?

당귀작약산
백작약(白芍藥) 10g, 천궁(川芎)·택사(澤瀉) 각 6g, 당귀(當歸)·적복령(赤茯?)·백출(白朮) 각 3g. [《동의보감(東醫寶鑑)》] 임신 때 명치 밑으로부터 배꼽 주위까지 아프고 설사를 하는 데, 해산 전이나 해산 후에 생기는 현기증을 비롯한 여러 가지 병증에 두루 쓴다. 위무력증, 위경련, 부종, 월경 장애, 갱년기 장애 등 때 빈혈 증상이나 하복통이 있고 허증(虛證) 증상이 있는 데 쓸 수 있다.2)

당귀작약산은 당귀, 작약, 천궁의 사물탕 개념에 복령, 백출, 택사의 오령산 개념이 합방된 개념의 처방입니다. 당귀작약산은 피를 넣어주고 불필요한 혈장을 제거함으로 혈액의 점도를 증가시켜 혈액의 기능을 높여주는 개념의 처방이라고 이해할 수 있는데, 어혈제이긴 하지만 혈 자체의 양이 적어서 혈허가 오는 것을 개선시키는 데 그 치료목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온경탕
맥문동(麥門冬) 8g, 당귀(當歸) 6g, 인삼(人參)·반하(半夏: 법제한 것)·백작약(白芍藥)·천궁(川芎)·모란피(牡丹皮) 각 4g, 아교주(阿膠珠)·자감초(炙甘草) 각 3g, 오수유(吳茱萸)·육계(肉桂) 각 2g, 생강(生薑) 3쪽. [《동의보감(東醫寶鑑)》] 충임맥(衝任脈)이 허하여 월경이 고르지 못하며 가슴과 손발바닥이 달아오르며 입이 마르고 아랫배가 차며 오랫동안 임신하지 못한 데 쓴다. 자궁 발육 부전, 불임증, 습관성 유산, 갱년기 장애, 수장(手掌) 각화증 등 때 쓸 수 있다.3)

온경탕은 역시 사물탕의 개념에서 시작하고 아랫배를 따뜻하게 해주어서 월경을 고르게 해주고 구순건조와 두통, 손발 건조감을 개선하는 처방인데 당귀작약산과 마찬가지로 피를 넣어줘서 허혈을 개선하려는 목적이 엿보입니다.

위 두 처방과 계지복령환의 가장 큰 차이점이 뭔지 아시겠지요?

기본적으로 당귀작약산과 온경탕은 피를 공급해서 순환이 잘되게 하겠다는 뜻을 가진 처방입니다. 뭉쳐있는 어혈을 새로운 혈을 공급해서 풀어버리듯 제거하겠다는 의미이거나 혈을 공급해서 혈 전체의 순환을 되살리겠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계지복령환은 그 처방에 사물탕과 관련된 약제가 없는 것으로 보아 피를 공급해서 순환을 돕는 약은 아님을 알 수 있는데요. 그럼 계지복령환은 어떤 원리로 어혈을 제거하는 것일까요?

어혈
어혈은 크게 혈액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혈어와 피가 뭉쳐서(縮血)생기는 어혈이 있는 것입니다.

혈액의 총 양이 부족해지면 인체는 주요 장기로의 혈액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서 심박수를 증가시키고 중요 장기 외의 기관에 혈액의 공급을 줄이게 됩니다. 따라서 중요 장기 외의 기관은 혈허 상태에 도달하게 돼서 쉽게 손상이 되거나 기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혈관벽 역시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게 되고 약해지게 됩니다. 따라서 작은 충격에도 혈관이 손상되어 멍이 쉽게 들거나 멍이 잘 없어지지 않는 상태가 유발될 수 있습니다.

또한 혈액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점도가 높아지면 혈관이 좁아지거나 혈액의 흐름이 나빠지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혈허와 비슷한 상태를 초래하게 됩니다. 피가 부족해서 공급이 잘 되지 않는 것이나 피의 상태가 좋지 못해서 충분한 양의 혈액을 공급하지 못하는 경우나 우리 몸의 입장에선 비슷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계지복령환은 이 중 두 번째의 경우에 해당하는 처방이라고 이해할 수 있는데요. 혈액에 노폐물이 많고 그로 인해 순환장애가 생기면 당귀작약산이나 온경탕 보다는 파어제를 사용함으로써 어혈 증상을 없애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입니다.

계지복령환은 계지, 복령, 목단피, 도인, 작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우선 목단피와 도인은 어혈을 없애는 파혈제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피가 뭉쳐 있는 것을 깨뜨리는 작용을 하는 대신 조심해서 사용해야 하는 처방입니다.(도인과 목단피는 임부에게는 사용이 금지된 약물입니다.)

계지와 작약이 들어가면 혈관이 확장되고 근육이 이완되어 혈액이 잘 순환될 수 있는데 도인과 목단피가 깨뜨린 어혈이 잘 제거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복령은 정체된 묵은 수분을 제거해 줌으로써 새로운 깨끗한 수분이 제공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본다면 계지복령환은 오래된 지저분한 어혈을 직접 파괴시키고 노폐물을 제거하는 데 적합한 처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계지복령환은 혈 자체의 양이 부족해서 병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혈 자체의 기능이 떨어져서 순환에 문제가 생긴 경우에 쓰는 처방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체라 하는 것이 딱히 한 가지 증상만으로 귀결되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계지복령환을 사용할 때 혈액을 공급하는 처방을 동시에 고려하면 제거와 동시에 양질의 혈액을 공급함으로써 보다 빠른 증상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계지복령환의 응용
1) 계지복령환을 여성의 기미에 적용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기미나 주근깨는 보통 생리기능이 좋지 않은 여성에게서 많이 볼 수 있는데, 만약 기미, 주근깨를 햇빛에 대한 노출로만 이해한다면 오히려 햇빛에 노출이 많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기미가 많이 발견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기미, 주근깨 환자에게 엘시스테인 제품을 권하면서 어혈의 증상을 확인하고(멍이 잘 들거나, 생리통이 심한지, 손발이 저린 증상 등이 있는지) 만약 어혈 증상이 확인되면 환자에게 생리기능을 좋게 해줄 수 있는 약이 있고 그 증상이 개선되면 색소침착이 좀 더 빨리 개선될 수 있음을 인지시키면 쉽게 계지복령환을 권할 수 있습니다.

필자는 계지복령환과 엘시스테인을 써서 기미와 가슴의 혹까지 제거되는 사례를 경험한 적이 있는데요. 환자는 다만 기미가 잘 제거되지 않아 좀 더 확실한 처방을 원해 어혈증을 확인하고 계지복령환을 같이 준 것인데, 기미 이외의 문제까지 해결이 되어 용하단 소리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2) 생리통이 심한 여성에게 어혈증을 확인하고 계지복령환을 사용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어혈로 인한 생리통은 현대인의 식습관을 볼 때 앞으로도 그 사례가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환경호르몬, 유제품의 과잉섭취 등은 에스트로겐의 과잉을 유발하고 제때 제거되지 못한 생리혈이 심한 생리통을 유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어혈로 인한 생리통은 생리의 색이 짙고 덩어리진 형태를 띠게 되는데요. 좌소복급결이라 하여 배꼽 왼쪽부위를 눌렀을 때 통증을 느끼는 경우에 계지복령환을 사용하면 좋은 효과를 보게 됩니다. 하지만 단순히 생리통 약만을 구입하러 온 환자에게 계지복령환을 한 달씩 권매하기는 어려우니까 1주일 단위로 판매를 한다면 큰 저항 없이 환자에게 좋은 처방을 복용하게 할 수 있습니다.

생리통이 심한 여성은 혈부족이 동시에 발견되는 경우도 많이 있으니 사물탕을 비롯한 온경탕이나 당귀작약산을 비롯해 조혈제까지 환자의 증상에 맞게 권한다면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필자는 자궁근종 환자에게도 계지복령환을 자주 권하는데요. 요즘은 그 빈도가 줄은 거 같지만 50대 이후의 여성에게 근종을 이유로 수술을 권할 때 계지복령환을 복용시키면 그 크기가 감소하는 것을 쉽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수술을 앞두고 있는 환자에게라면 한 번 용기를 가지고 계지복령환을 권해보길 권장합니다.

3) 정맥순환 장애를 가진 환자들은 기본적으로 혈액이 부분적으로 정체되는 성향을 가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센시아와 같은 정맥순환 개선제가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정맥순환만을 개선한다고 해서 현재 심각한 수준에 이른 정맥류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혈관의 탄력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쓰면서 혈액의 뭉침을 개선하면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적어도 어혈의 증상이 보이는 정맥류 환자가 약국을 내방한다면 어혈을 개선해서 생길 수 있는 이점을 잘 설명하고 환자에게 선택권을 더 주는 쪽이 정맥류의 개선에 훨씬 좋을 것 같습니다.

4)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으면 두통과 어지럼증 어깨 결림과 같은 증상이 오게 됩니다. 하지만 혈액순환제를 사용해도 그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산사자가 포함된 써큐란 제제와 은행잎 단일제제 등이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지만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이런 제품을 사용하고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는 단순 혈액순환 장애인지 아니면 혈액이 부족해서 오는 문제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해서라고 생각합니다. 또 혈관이 좁아서 오는 문제인지 아니면 혈액에 노폐물이 많아서 순환장애가 오는지도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계지복령환은 혈관의 노폐물을 파괴해주고 혈관을 확장시켜 이물질을 제거해 주는 약이므로 환자가 어혈 증상을 호소한다면(멍이 잘 들거나, 생리통 등이 심함) OTC 혈액순환제와 같이 쓸 때 환자의 증상을 보다 효과적으로 개선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와 같은 경우에는 혈을 보충해 주는 어혈제(당귀작약산 등)과 계지복령환을 같이 쓰면 도움이 되고, 주 단위로만 판매를 해도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계지복령환은 처방을 정확하게만 이해한다면 상당히 다양한 질병에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처방입니다. 단지 어혈이라는 개념이 현대의학에는 없는 개념이다 보니까 우리 약사들이 생소하게 느끼고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입니다. 어혈을 너무 크고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당장 멍이 잘 들거나 기미가 있는 환자, 치질이 있거나 정맥류가 있는 환자들에게 한 번 씩 계지복령환을 추천해보길 권합니다.

약을 감으로 알고 감으로만 쓰는 것은 상당히 위험합니다. 어혈이라는 개념도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지복령환은 참으로 쓰임새가 많은 좋은 약입니다. 많은 약사님들이 자신감을 갖고 계지복령환을 사용하게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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