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제작 스티커·아기 놀이방 등 섬세한 배려 돋보여
안전한 복약 서비스 및 복약지도에 중점 둔 약국 운영

매년 일본 약국탐방을 다녀오는 이유는 아직 완성되지 못한 오거리 약국의 마지막 퍼즐조각을 찾아 맞추기 위해서다.

2007년부터 시작된 일본나들이는 지금까지 예닐곱 번 정도 되는데 그동안 참 많은 약국들을 둘러보았다. 망성약국 체인 2곳, 오시마리후 약국체인 3곳, 마쯔노약국, 사꾸라약국, 마리약국, HAC 체인약국, 용생당약국, 마츠모도 기요시 등 조제전문약국, 1인 법인 약국, 드럭스토어를 골고루 방문하였는데 못 가본 약국이 있었다.

일본 탐방을 할 때마다 진심어린 서비스를 소개하는 대표적인 일례로 거스름돈을 내주기 위해 매일 아침 새 돈을 바꾸어 준비하고, 마음 급한 환자를 위해 주차장 차간 구획선을 조금 더 넓게 그어 놓았으며, 노인 환자를 위해 복약지도를 녹음해 녹음테이프를 내어 주는 약국이 있다고 얘기만 들었는데 올해 드디어 그 약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막상 방문해보니 화장실 문턱이 없어 휠체어가 맘대로 다닐 수 있는 것, 화장실 바깥에 세면대가 있어 약사의 위생에 관한 걱정을 않게 하는 것, 조제실 창밖에 어린이 놀이터가 있어 보호자들이 아이들을 신경 쓰지 않고 대기할 수 있게 하는 것 등 훨씬 더 많은 부분에서 환자지향적인 약국임을 알게 되었다.

도쿄도 하치오지시에 있는 고엔마에약국 아카츠키점이 그 약국이다. 고엔마에(公園前)라는 뜻은 공원앞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약국은 주변에 병원이 없는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심지어 주거지와도 떨어진 상당히 외진 곳에 있었다.

그럼에도 매달 35개 병원에서 평균 1400매의 처방전을 받고 있었는데 약국의 진심어린 서비스를 고객들이 인정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남편이 운영하고 있는 본점 고엔마에약국은 시내 쪽에 있는 데 이곳은 매달 85개 병원에서 오는 1700매의 처방을 받는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했던 아카츠키 점은 재고약 종류가 2300개, 본점은 2600개에 이른다고 한다.

약국장인 호리 미치코 약사는 사회적인 활동을 많이 할 뿐 아니라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복약지도 강사이며, 복약지도, 약력관리, OTC약 등 많은 저서를 가지고 있다.

약국으로 들어서니 약국 관련 자료를 우선 인쇄해서 내주시는데 우리의 눈길을 잡은 것은 약국에서 자체 제작한 복약지도 관련 스티커였다.

스티커에는 그림으로 저혈당 가능, 소화성 궤양 유발, 출혈 경향, 일광조심, 술을 먹으면 어지럽다, 잠이 올 수 있다. 높은 곳에 오르지 말고 운전을 조심하라는 환자용 복약스티커 외에도 3A4대사 효소 저해나 유도 2D6, 2C9대사 효소 등 약사의 설명이 필요한 스티커도 있다.

이렇게 호리 약사는 환자의 안전 복약 서비스와 복약지도에 중점을 두어 약국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활용되는지 많이 궁금했다.

①조제실 내부

앞서 설명했던 스티커가 조제실 서랍장에도 빼곡히 붙어있다. 일본은 대부분 PTP 조제이기 때문에 공구서랍같이 생긴 서랍장에 약이 보관되어 있는데 QT 간격 연장, 일광 장애, 출혈 경향 등의 스티커, 용량 스티커, 주의스티커가 약서랍마다 달리 붙어 있다.

환자들 약을 내어줄 때도 이 스티커들을 봉투에 붙여준다고 한다.

용법이 특이한 것은 따로 스티커를 붙여 복약 과오를 막는 노력을 하는데, 미리 스티커를 붙여서 서랍에 보관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제 전문약국에서 보던 산제용 바코드와 전자저울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약봉투는 일반 봉투 외에 외용제 봉투와 필요시 봉투를 따로 준비하여 평소 먹는 내복약과 헷갈리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

스티커 외에 도장의 활용도 눈에 띄었다.
이 약국의 서비스는 환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바닥에 좀 더 푹신한 바닥재를 깔아 서서 일하는 근무약사를 배려하고 있었으며, 조제전문약국에서 주로 이용하는 시럽분주기나 연고조제기도 가지고 있었다. 근무약사의 근무 강도 조정과 함께 정확한 투약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된다.

역시 이 약국도 전선은 위로 꽂혀 있는데 시럽 분주기를 보면 전선들이 위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②환자를 위한 배려
환자들에게 먹은 약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패널이 각 벽에 두 개나 설치되어 있다.

앞의 패널은 그림으로 되어 있으나 각 제형별 흡수대사 분포·배설을 잘 나타내고 있고, 뒤쪽의 패널은 버튼을 누르면 약이 움직이는 것을 불빛으로 확인할 수 있다.
환자들의 투약과오를 줄이고 복약 순응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은 또 있다.

환자 대기석에 붙어 있는 액자이다.
이 약국에서 다빈도로 나가는 약을 모아서 액자로 만들어 놓은 견본이다. 정제도 있고 안약도 있다.

바깥에서 본 조제실의 모습인데 조제실 옆쪽으로 창문이 있고 아기 놀이방이 보인다.
약국에 온 순간만이라도 아기 걱정에서 벗어나길 바라고 해 놓은 배려이다.

휠체어가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화장실과 바깥에 준비된 세면대이다.
이번 호에는 고엔마에약국의 각종 소비자 지향 시설들에 대해 알아보았지만 다음 호에는 어떤 복약서비스를 하고 있는지 한번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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