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에 판매 시뮬레이션 설정해 놓고 무수히 반복해 연습
고객 니즈와 비치된 약품 절충하여 판매하는 협상 능력 필요

일촉즉발 협상극 ‘피리 부는 사나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다. 이 드라마가 새로운 장르드라마로 등장한 이유는 소통의 부재에 있다.

약국을 방문하는 고객과 약국의 약사 간에는 얼마나 많은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을까? 고객 뿐 아니라 약국 직원과의 일도 많은 부분이 협상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호에 잘 듣기와 설명하기에 대한 예시 글을 썼지만 이것도 협상을 하기 위한 한 부분에 속한다.

협상을 잘하기 위해서는 많은 환자를 접한 경험과 세월이 필요하다. 이러한 세월을 좀 앞당기려면 수많은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1. 시뮬레이션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반복하면서 내가 잘못한 상황을 살펴보고 앞으로 어떻게 듣고 말할 것인지를 연습하는 것이다. 혼자 하는 약국보다는 동료가 같이 있는 약국이 이런 면에서는 훨씬 유리하다. 내가 말하는 설명보다 동료의 설명이 고객에게 편하게 다가간다면 그 설명을 모방해서 말하는 연습을 하고 그런 과정에서 훨씬 더 적절한 표현을 익히게 된다.

말하기를 어려워해서는 협상능력이 늘 수 없다. 간단한 약을 팔더라도 반복적으로 고객에게 필요한 말을 하는 연습을 해놓아야 꼭 필요한 순간에 내가 하고 싶은 설명을 놓치지 않고 할 수 있다.

옆에 동료가 없다면 책도 하나의 동료가 될 수 있다.
「아웃라이어」, 「스틱」, 「잡담이 능력이다」, 「일생에 한번은 고수를 만나라」 등은 어떻게 고객에게 말을 붙이고 어떻게 제품에 대한 마케팅을 하며 어떻게 경영을 하여 일가를 이루었는지에 대한 좋은 스승이 되는 책이다.

예를 들어 「아웃라이어」에는 ‘1만 시간의 법칙’이 나온다. 약대를 졸업하고 약사가 된 후 1만 시간은 되어야 전문가로서 고객을 제대로 응대할 수 있다. 이 시간을 줄이려면 위에서 말한 시뮬레이션을 머릿속에서 무수하게 반복하고 생각을 거듭해야 한다.

- 고객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어떻게 말해야 더 잘 알아들을까, 어떻게 하면 고객과 더 빨리 친해질까)
- 무엇을 어떻게 팔아서 수익을 남길 것인가
- 약국은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어떤 것을 새로 시도해 볼 것인가, 일단 시도하라. 안하고 실패하는 것보다 시도하는 것이 낫다)

또한 「스틱」에는 어떻게 하면 고객의 머리에 강렬히 스티커를 붙인 것처럼 기억이 남는지, 「잡담이 능력이다」는 어떻게 짧은 시간 안에 고객과 친해지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 건지, 「일생에 한번은 고수를 만나라」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대가들이 어떠한 방법으로 일가를 이루었는지가 잘 나와 있다. 잘 되고 있는 약국을 탐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와 다른 업종에서 나에게 필요한 것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다른 약국과 차별화된 창조적인 경쟁력을 키워준다.

이것을 본인이 하기 싫으면 경영컨설팅을 받거나 체인에 가입하면 좀 쉽게 약국을 운영할 수 있다.
환자들에게는 절대 갑인 의사들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눈높이를 맞추면서 환자의 말을 들어주지 않거나 환자가 원하는 대응을 해주지 않으면 환자는 불친절하다고 느낀다. 그리고는 본인이 원하는 병원으로 옮기게 된다.

2. 진상환자
잘 듣고 말하기가 협상의 기본이지만 그러한 과정 중 스트레스만 잔뜩 안겨주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진상이라고 일컫는 고객은 협상이 안 되는 일방통행 불통형 고객이다.

① 앞에서 약을 구매하고 있는데도 다짜고짜 본인이 원하는 약을 빨리 달라고 외치는 고객 혹은 환승을 해야 한다거나 주차금지구역 주차를 이유로 본인 먼저 응대해주기를 원함 
② 약에 대한 설명을 듣기보다는 가격으로 시비를 걸면서 이것저것 약값만 확인하는 고객
③ 1년에 한 번도 잘 안 오면서 약국 생기기전부터 단골이라고 우기며 값을 깎아달라는 경우
④ 다른 약국에서 산 약을 이 약국에서 샀다고 우기면서 꼭 같은 것을 달라고 하는 경우
⑤ 본인이 원하는 것을 잘 모르면서 무조건 찾아내라고 우기는 경우(성분도 이름도 잘 모르고 엉터리로 말함)
⑥ 약사가 무엇이라 설명하든 간에 본인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고객
⑦ 만취자
⑧ 본인이 원해서 구매했으면서도 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교환이나 환불을 원하는 고객
⑨ 약사를 약사로 인정해주지 않고 아저씨, 아줌마로 부르는 경우. 때로는 단골이었던 사람들도 진상이 되는 경우가 있다.
⑩ 많이 친해졌다고 생각해서인지 값을 깎자고 약값의 일부를 덜 내고 가버리거나 무리한 덤을 달라고 하는 등 무례한 요구를 하는 경우
⑪ 본인과만 이야기를 하자고 다른 고객과의 대화를 막는 경우
⑫ 약국이나 약사의 개인전화로 시도 때도 없이 건강 상담을 시도하는 경우
⑬ 주치약국이라는 이유로 밴드 하나를 사면서도 서비스를 요구하는 경우, 이런 경우는 약값에 시비가 생기면 어쩔 수 없이 약국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⑭ 한 때 단골이었는데 근처 약국이 더 싸다면서 거기에 맞게 약값을 지불한다고 고집을 피우는 경우

3. 매약을 잘 하기 위한 시간 투자하기
일반의약품 위주의 판매서비스를 잘 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열정이 필요하다. 시간은 두 가지를 의미하는데, 약사로 지낸 세월도 시간의 개념에 들어가지만 또 하나의 시간은 영업하고 있는 시간을 뜻한다. 지금 많은 약국들은 의원 문전약국으로서의 역할에 만족하고 있는 듯하다.

대부분의 약국영업 시간은 평일 9시부터 7시경까지, 그리고 토요일은 9시부터 1~2시까지이며, 일요일은 안하는 곳이 많다.

약국 문을 열어놓아도 고객의 방문이 적어서 그렇기도 하고 혼자서 약국을 해야 하는 경우 연속된 오랜 근무는 약사의 건강에 해를 끼치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의 경우에도 조제전문약국은 영업시간이 한국과 유사하다.
우리와의 차이점이라면 우리는 개인 약국이어서 개인의 사정에 따라 폐문시간이 조금씩 달라지지만 위에서 보이는 일본 표지판 사진은 체인약국이기 때문에 정확한 개폐문시간을 알릴 뿐 아니라 적힌 그대로 개폐문이 된다. 반면 일본의 드럭스토어약국은 11시 이후의 늦은 시간까지 영업을 한다.

의약 분업 전 한국 약국의 모습은 가히 전설이라 부를 만하다. 새벽 6~7시부터 밤 11시까지 근무 했으며 심지어는 같은 건물에 집이 있어 자다가도 급한 고객이 오면 약을 지어주기도 했으니 말이다.

산술적으로 10시간 근무할 때 만나는 고객수와 14시간 근무할 때 만나는 고객 수는 큰 차이가 나게 되고 능숙한 약사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훨씬 짧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의약분업 이전은 조제든 판매든 약사의 판단대로 할 수 있는 시대였다.

처음 서두에 약국은 두 가지의 서비스가 하이브리드 되어있다고 얘기를 꺼냈는데 우리가 9시부터 6~7시 사이에 주로 하는 서비스는 처방전에 의한 처방조제시스템이다. 그 시간동안 일반의약품을 위주로 한 판매서비스는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매약이라고 하는 판매서비스에 익숙해지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실제 약국 경영수지를 개선하고 매출증대를 시키기 위해서는 일반의약품을 위주로 한 판매서비스를 활성화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위의 사진은 제주 메디칼약국 오원식 약사의 약국 전경이다. 365일 영업을 홍보하고 있는 모습이다.

오거리약국은 오전 8시 반에서 저녁 9시까지 근무하고 일요일은 월 2회 공휴일 전일 근무를 하고 있다. 아무래도 오랜 시간 동안 영업을 하게 되면 처방조제시스템이 끝난 이후 일반의약품 위주의 판매에 익숙해질 시간이 많아지기 때문에 실력이 조금씩 향상될 수밖에 없다.


약국 근무시간을 늘리게 되면 그 자체가 약국의 광고가 된다. 다른 약국이 다 문을 닫았을 때 늦게까지 열어주는 약국에 처음에는 고객들이 와서 다른 약국이 문을 닫은 것에 대한 불평을 털어 놓겠지만 점점 고맙다는 얘기를 많이 하게 된다.

오거리약국은 제주 메디칼약국처럼 365일 전부 영업하지는 않지만 오거리약국이 쉬는 날은 바로 옆 박하약국에서 여는 덕에 동네 고객들은 365일 약국 없는 불편은 겪지 않는다.

4. 일반의약품 판매는 무엇일까?
일반의약품을 판매한다는 것이 약사가 고객의 증상을 진단하고 판단하여 일반의약품을 포함한 건강식품을 처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일반의약품이란 약사법 제 2조에 의하면,
① 오남용의 우려가 적고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처방에 의하지 아니하고 사용하더라도 안전성 및 유효성을 기대할 수 있는 의약품
② 질병의 치료를 위하여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의약품
③ 의약품의 제형과 약리작용 상 인체에 미치는 부작용이 비교적 적은 의약품

판매를 할 때는 약사가 고객의 선택을 위한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면 되는데 고객이 직접 제품을 보고 만지고 느끼고 선택하여 구매하게 한다(see, touch, feel, buy).
일본에서는 일반의약품을 ‘의약품 가운데 그 효능 및 효과의 인체에 대한 작용이 강하지 않은 것이며 약사와 기타 의약관계자가 제공하는 정보에 따라 수요자의 선택을 통해서 사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였고 그 성분과 조합방식, 분량, 용법용량, 효능효과 등을 한정시킴으로써 일정한 안정성을 담보하였다.

그러나 충분한 전문지식을 갖지 않은 소비자가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사용하는 약이기 때문에 그 적정사용을 위해서는 약사의 상담이나 적절한 정보제공이 필요하다.1)

특히 일본은 일반의약품을 3분류로 나누어 놓고 2, 3등급에 해당되는 약은 스스로 골라 자가 복용하는 self medication이 활성화되어 있어 더욱 일반의약품의 안정성은 중요하다.

일본과 시스템은 좀 다르지만 한국에서도 일반의약품을 위주로 한 판매시스템에는 소비자의 선택을 돕기 위한 약사의 역할이 꼭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약사가 전문가로서 행동하게 된다.

「일반의약품 판매 상담가이드」라는 책을 보면 이런 판매시스템에 큰 틀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2) 물론 「일반의약품 판매 상담 가이드」가 일본책의 번역본이지만 처음 일반의약품을 판매해보는 개국 약사의 경우에는 케이스스터디를 이용하여 판매 시뮬레이션해보기에 정말 도움이 된다. 시간을 들여 공부하고 시뮬레이션을 자꾸 하면 고객과 직접 만나서 판매할 때 처음 팔아보는 것도 별 두려움 없이 판매가 가능하다.

막상 제품 하나 팔아놓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빠트린 건 없는지, 설명은 잘 했는지, 고객이 가고 나면 머리가 하얘지는 경우를 많이 겪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판매의 큰 틀이 무엇인지 잠시 살펴보자.3)
① 구입자의 의도확인
② 구입자의 호소(증상)확인
③ 구입자의 체질, 질병, 사용약 및 생활상황 등 확인
④ 구입자가 선택한 의약품의 적합성 확인
⑤ 해당의약품 등의 각종 주의사항 확인

여기서도 잘 듣기의 중요성을 확인 할 수 있다.
일반의약품 위주의 판매서비스는 고객과의 대화와 협상과정이 제일 중요하다.
협상이라는 얘기를 계속 꺼내는 이유는 고객의 니즈와 약국에 비치된 약 간에 절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안면경련이나 다리에 쥐가 날 때 먹으면 효과가 좋은 마그네슘과 비타민B 복합제가 약국마다 있다. 쥐가 난다고 해서 그 제품을 보여주고 설명을 했는데 고객이 꼭 오메가3가 먹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친다면 오메가 3와 마그네슘 단일제를 섞어서 먹도록 하는 것이 협상인 것이다.

내가 제시한 한 가지 제품만 고집한다면 고객은 왜 다른 제품이 없느냐면서 다른 약국을 가버리기 마련이다. 협상은 정말 중요한 소통도구이다.


각주)-----------------
1) 비즈엠디에서 발행한 일반약상담기법 사례집에서 발췌 p4
2) 일반의약품 판매상담 가이드, 요네야마히로시 지음, 최이범 옮김, 오성곤 감수
3) 비즈엠디에서 발행한 일반약상담기법 사례집에서 발췌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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