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적 체력 저하를 막을 수 있어 약사 지도 필요
불안장애 환자, 보통보다 많은 포도당 섭취·소비

 

신창우 약사

 

트라우마(trauma)는 의학용어로 '외상(外傷)'을 뜻하나 심리학에서는 '정신적인 외상'을 말한다. 과거에 겪은 고통이나 정신적인 충격 때문에 유사한 상황이 나타났을 때 불안해지는 증상이 트라우마이다. 트라우마는 보통 선명하게 기억되는 이미지를 동반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증세는 충격 직후부터 나타날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난 후에 나타날 수도 있다. 과민반응과 충격의 재경험, 감정회피, 심할 경우 마비 등이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긴장(tension)이란 넓은 의미에선 신체적인 '근육긴장'과 '심리적인 긴장'을 포함하는 말이다. 스트레스하에 오랫동안 있게 되면, 과도한 근육 긴장상태로 인하여 신경질이 나거나 과민해지기 쉽고, 피로하거나, 두통이나 근육통을 경험하기 쉽다. 긴장이 지속되면 신경이 매우 각성되어 사소한 일에도 긴장이 더 잘되어 과호흡, 공황(panic)가능성이 증가하고, 비록 공황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쉽게 불안, 걱정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인생이란 긴장과 이완의 연속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은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 속에서 많은 긴장을 합니다. 처음 입학하는 학교, 취업, 이성의 만남, 지인의 죽음 등 많은 일들이 일생을 거쳐 일어납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이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끔은 자신의 능력 밖으로 벗어나는 일도 있습니다. 시간은 흘러 모든 사건은 지나가지만 자신의 능력 밖의 일에 의해서 생기는 정신적 트라우마는 기억에 남아있게 됩니다.
어릴 적에 개에게 쫓긴 경험이 있는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 강아지조차 그리 좋아하지 못합니다. TV에 나오는 동물 프로그램은 물론 강아지를 키우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게 됩니다. 또 전쟁이나 자연재해로 큰 사건을 겪은 사람은 비슷한 상황조차 오지 못하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트라우마는 크기에 따라서 그것을 단순히 회피하면 되는 경우도 있지만 트라우마가 너무 크면 그것으로 인해서 평생 고통 받으며 살기도 합니다.
정신적 트라우마는 감정에 영향을 미치며 감정은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주어서 인체를 긴장시킵니다. 긴장은 육체와 정신을 각성시켜서 새로운 일에 대한 대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체의 긴장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육체는 휴식을 통해서 반드시 그 에너지를 보충해야 합니다.

1) 소화를 도와라
육체적 상처를 치료할 때 가장 많이 하는 것이 잘 먹는 것입니다. 정신적 상처(trauma)를 치료하기 위해서 가장 많이 하는 것이 위로입니다. 육체라는 유형의 것과 정신이라는 무형을 구별해서 말하기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육체의 상태에 따라서 정신적인 감정의 변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교통사고 등 각종 사고나 인체의 질병으로 인해 병상에 누워 있는 환자를 간호하는 분들은 아픈 사람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합니다. 아파서 짜증을 내도 받아주고 먹고 싶다는 것이 있으면 바로 구해옵니다. 변덕이 죽 끓듯 해도 웬만하면 모든 것을 받아 줍니다. 그리고 환자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기도 합니다. 아프니까 짜증을 내기도 하고 변덕이 심할 수 있으며 빨리 완쾌해야 하니 잘 먹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불안을 느끼는 분에게도 이렇게 합니다. 시험을 앞두고 있는 사람, 큰 경기를 준비하는 사람, 지인의 죽음으로 슬퍼하는 사람 등 이런 사람들에게 격려와 위로를 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습니다.
문제는 불안장애를 가지고 있는 환자들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육체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고 자신의 문제(불안)를 얘기해도 특별히 불안을 느낄 만한 요소가 없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변에 있는 분들이 불안장애 환자를 도와주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불안은 인체를 긴장시킵니다. 육체의 긴장은 자율신경계 특히 교감신경의 흥분으로 인해서 발생합니다.

 

[그림1] 자율신경계에 의한 인체의 조절

 

불안으로 인해서 나타나는 인체의 긴장은 저장된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켜서 불안한 상황을 벗어나게 하는 것입니다. 불안장애를 가지고 있는 환자들은 아무리 에너지를 소비해도 벗어날 상황이 없다는 것이 육체의 긴장을 지속시키는 이유입니다. 지속적인 불안과 긴장으로 소비된 에너지를 보충하는 것에 많은 어려움이 따르게 됩니다.
불안장애 환자의 긴장은 소화에 어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교감신경의 흥분은 침 분비를 비롯해서 소화액의 분비를 저해하고 소화관 운동을 억제합니다. 소화불량, 목에 이물감 등을 자주 느끼는 편이라 자주 소화기계에 대한 검사를 하지만 특별한 문제는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먹는 음식이 주로 부드러운 음식이나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선호하게 됩니다. 이렇게 음식을 먹다보면 실제로 소화기계에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으며 충분한 음식을 섭취하지 못하게 되면서 체중은 줄면서 피로를 느끼게 됩니다.
불안장애 환자에게 좋은 식사법이 따로 있지는 않지만 우선 1일 3식으로 먹는 보통 식사법보다는 1일 소량씩 자주 먹는 식사법이 좋습니다. 소화란 단순히 입안에 음식을 섭취한다고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충분한 소화액이 나와야만 음식물을 화학적으로 분해해서 위장관의 많은 작용을 통해서 흡수가 되는 것입니다. 교감신경이 흥분으로 소화액이 부족한 상태에서 많은 음식물의 섭취는 불가능하므로 소량의 음식을 자주 먹는 것이 훨씬 음식의 소화에 도움이 됩니다.
우리나라에는 음식궁합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흔히 영양소를 가지고 설명을 많이 하는데 제가 보는 음식궁합은 소화입니다. 설렁탕에 깍두기, 떡을 먹을 때 김칫국, 빈대떡을 먹을 때 간장, 짜장면에 단무지, 칼국수에 겉절이, 등등 우리가 무심코 먹는 음식들에는 소화를 위해서 먹는 음식이 많이 있습니다. 보통 소화에 도움이 되는 음식들은 열을 가하지 않고 발효를 시켜서 만든 음식들입니다. 이런 음식에는 음식 자체가 가지고 있는 소화효소(digestive enzyme)가 풍부하고 소화에 도움이 되는 유익균을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고기를 재워서 먹을 때 배나 양파를 많이 사용합니다. 요즘은 열대과일인 파인애플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단순히 고기 맛을 좋게 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것에 들어 있는 소화효소는 고기를 분해하게 되고 고기를 익혀 먹게 되도 소화가 되는 것을 많이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불안장애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이런 방식으로 식사를 못하고 소화불량이나 목에 이물감을 자꾸 호소하게 되면 소화를 도와줄 수 있는 효소제와 유산균제 등을 권해주게 됩니다.

2) 포도당 공급을 도와라
예전에 우는 아이에게 떡을 하나 더 주었습니다. 요즘은 우는 아이에게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줍니다. 이렇게 하면 아이는 안정을 찾고 더 이상 울지 않기에 어른들이 많이 사용한 방법입니다.
불안장애 환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잦은 긴장은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킵니다. 이 때 소비되는 에너지의 많은 부분이 바로 포도당입니다. 인체에 포도당이 부족하게 되면 안정적인 포도당 공급을 위해서 더 많은 스트레스 호르몬(cortisol, norepinephrine)이 분비가 되고, 인체는 불쾌한 감정이 증가하게 됩니다. 이것을 해소하기 위해서 인체는 음식을 섭취합니다. 이 때 섭취하는 음식이 주로 설탕과 밀가루로 이루어진 인스턴트식품입니다. 그런데 이 음식으로는 인체에 필요한 포도당을 공급하는데 무리가 있습니다. 보통의 영양소는 충분한 양이 들어오면 인체에 도움이 되는데 포도당은 결코 그렇지 못합니다.

 

[그림2] 포도당 항상성

 

인체의 포도당은 글리코겐 형태로 간에 100g, 근육에 400g정도를 저장합니다. 아무리 많은 포도당이 들어와도 인체에서 사용되는 포도당으로 저장이 되는 것은 모두 500g정도이고 혈중에는 항상 포도당이 일정(혈당으로 100mg/dl정도)하게 존재해야 합니다. 인체가 긴장하게 되면 신경세포에서 포도당 사용이 증가하고 인체는 저장된 글리코겐을 사용합니다.

 

인체에 저장된 글리코겐이 줄어들게 되면 간에서 gluconeogenesis를 통해서 인체에 필요한 포도당을 공급합니다. 간에서 포도당을 합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이 때 필요한 에너지는 지방의 b-oxidation을 통해서 공급합니다. b-oxidation을 하기 위해서는 carnitine을 비롯해서 에너지 산화에 필요한 많은 영양소(비타민B군과 미네랄)를 필요로 합니다(fatty acid carnitine shuttle).

 

[그림3] cori cycle, glucose-alanine cycle 과 gluconeogeneis

 

인체는 많은 포도당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인체에 안정적인 포도당 공급을 원합니다. 불안장애 환자는 보통의 경우보다 더 많은 포도당을 소비합니다. 그리고 많은 포도당을 섭취합니다. 하지만 많은 포도당의 섭취에 비해 포도당 공급에 필요한 영양소의 섭취가 부족하면 간에서 gluconeogensis의 저하로 인해서 안정적인 포도당 공급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이것은 음식의 섭취에 의해서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고 감정의 불쾌감을 느끼면서 자주 음식을 섭취하게 됩니다. 이러한 습관은 낮에는 어떻게든 생활할 수 있지만 음식물 섭취를 할 수 없는 취침 중에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혈당이 부족하게 되면서 식은땀을 흘리기도 하고 자주 화장실에 가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악몽에 시달리면서 잠을 설치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림4] 지방의 미토콘드리아막 이동

 

3) 맺음말
불안장애 환자는 자신이 인지하든 못하든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트라우마는 이미 지나간 일입니다. 지나간 일이니 빨리 잊어버리라고 말하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말입니다. 환자와 많은 공감을 통해서 트라우마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도와줄 방법은 그리 많지 못합니다. 단지 그 상황에 대해서 잘못된 자기합리화를 고치는 인지행동치료에 도움을 주는 정도입니다. 결국에 모든 것은 환자 자신이 짊어지고 나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약사는 환자가 자신의 짐을 짊어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입니다. 그 도움에 필요한 것이 잘못된 식습관을 고쳐서 육체적으로 체력이 저하가 되는 것을 막아주는 것입니다. 지금 불안장애 환자가 나타나는 증상이 과거의 문제로 인해서 현재도 지속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아침에 밥을 먹지 않아서 나타나는 육체적 문제인지 분명히 구별해 주어야 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의약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