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상황에서 각 지역별 약사회가 회원약국들이 못 갖춘 조제용 의약품을 비축했다가 수시로 공급해 주는 ‘의약품 비축센터’ 운영은 일본약제사회가 추진 중인 숙원사업의 하나이다. 그러나 그 운영도 시장경제 논리에 따른 흑자경영이라야 지속될 수 있는데 적자로 경영되는 곳이 적지 않다. 경영상 위험없이 안정된 의약품 비축센터를 갖고 싶어하는 약제사회측과 분할판매(소분해서 도매상이 약국에 판매)사업의 부진을 타개해서 본궤도에 올리고 싶어하는 의약품 도매업체가 손잡고 사업성공을 일궈냈다. 양측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1년여의 협상 끝에 탄생한 것이 후쿠오카현 기타큐슈시(福岡縣北九州市)의 야하타(八幡)PSC이다. 지역 약제사회가 현지도매상과 협력하고 그 대신 수시로 의약분업에 필요한 조제약의 공급서비스를 받는 ‘공존공영 관계’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리면서 새로운 형태의 ‘분할판매’를 실현시켜 각광을 받고 있다. 지역 약제사회가 직접 운영하는 ‘회영약국’(會營藥局)의 의약품비축 관리를 도매상에게 일임하는 ‘아웃소싱’경영의 실태를 알아 본다. 큐슈 북부의 주요도시 주변에 위치한 야하타의 약사회 분회격인 야하타 약제사회 회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기타큐슈시 약제사회의 전무이사직을 맡고 있는 오노 하루오(小野春夫)약사는 야하타PSC(Phar-macy Support Center, 약국지원센터)를 설립했던 당시를 회고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의료용 의약품(조제약)의 분할판매는 원래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렵고 약사회가 직영하는 의약품 비축센터나 회영약국에서 다루기에는 위험요소가 크다. 그렇다고 의약품도매상에게 억지로 부탁을 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약제사회와 도매업체가 고통분담 형태의 협력관계를 통해 분할판매 사업을 공동으로 전개하게 됐다.” 험난한 도매상 ‘분할판매’사업 약국측으로서는 소량 다품목의 의약품 비축, 코스트 절감과 유통기간 만료에 따른 불량재고의 부담을 감소시키는 뜻에서도 분할판매서비스를 받는다는 것은 매우 편리하고 이용가치가 높다. 일본에서 의약품의 분할판매는 그 전부터 분업추진에 앞장서 온 약제사회의 의약품 비축센터들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연례행사적인 보험약가 인하조치 때문에 약가차익이 해마다 감소되면서 그 경영악화가 각 지역 약제사회의 큰 재정적 부담이 되어가고 있다. 약가 차익이 10%선 이하로 줄어든 상황에서 약제사회들이 의약품 비축센터를 신규개설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의약품 도매업체가 지역사회 조제약국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형태로 이같은 분할판매를 시작하는 사례가 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것은 잔손과 품이 들면서도 마진이 적은 사업이기 때문에 독립된 사업종목으로 궤도에 올리지 못한 도매업체들이 수두룩하다. 실상 야하타PSC의 경영모체인 사가(佐賀)PSC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의약품도매회사는 큐슈지방의 지역도매업체인 큐야쿠(九藥)와 유니크의 공동출자에 의해서 분할판매를 전담하는 도매회사로 설립되었다. 1998년 12월부터 사가시(佐賀市)와 그 주변의 약국들을 대상으로 의약품의 분할판매사업에 착수했으나 경영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해 왔다. 이런 처지의 사가PSC에 대해서 야하타약제사회로부터 ‘야하타지구에서도 분할판매를 해 달라’는 절박한 의뢰가 들어온 것은 사업을 시작한지 얼마 후인 1999년 1월께였다. 회사측은 이런 요청을 일단 거절했으나 당시의 야하타 약제사회장 오노 하루오 약사의 하소연에 못이겨 2002년 2월에 이런 지역분할판매서비스 제1호점으로 야하타PSC를 오픈했다. 회영약국의 사입(仕入)을 일원화 그러나 어디까지나 사업은 사업이다. 오노 회장(당시)의 열성만으로 영리기업체인 사가PSC가 움직인 것은 아니다. 이 회사와 야하타 약제사회간의 교섭은 상세한 협력조건을 구체화하기 위한 협상을 매듭지을 때까지 1년여 동안 계속됐다. 이런 협상중에 약제사회측이 제시한 조건 하나가 기타큐슈시립 야하타병원의 문전에 개설된 약제사회 직영의 회영약국 건물내에 야하타PSC의 사업소와 보관창고의 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달리보면 큰 병원 문전의 요지에 설립되는 약제사회의 의약품비축센터의 운영을 도매업체에게 위탁하는 형태를 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약제사회측은 회영약국들의 의약품사업을 야하타PSC에게로 집중시키는 일원화 공동사입을 하겠다는 유리한 조건도 제시했다. 이런 조건들에 관해서 당시 약제사회와 협상을 했던 사가PSC측의 실무자 이치노자와 기요시씨는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집세문제도 절약이 되지만 회영약국들의 사입일원화 결정에 따라서 일정한 매출을 도매상측이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장점이었다. 이런 조건이 없었다면 약제사회가 부탁한 분할판매업무를 떠맡지는 않았을것이다”. 더욱이 분할판매의 비용절감을 위해 약국들에 주문의약품을 직접 개별적으로 배송하지 않고 각 지구별로 미리 정해둔 몇군데의 ‘중계약국’까지만 주문약을 하루 2회씩 배송하는 시스템을 채택했다. 약국이 지불해야 할 의약품대금도 영업비용 절감을 위해서 영업사원이 찾아가 수금하는 대신, 약국이 직접 은행계좌에 입금하는 자동결제방식을 택했다. ‘공존공영’이 사업성공의 조건 반면에 약제사회측이 의약품도매업체와 협력하는 최대의 잇점은 경영상의 위험부담없이 의약품 비축센터를 보유하는 것과 동일한 편의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의약품 도매업체의 분할판매거점이 같은 건물내에 있기 때문에 회영약국은 야하타PSC가 취급하는 1,600품목으로부터 필요한 품목을 마음대로 골라 수시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도 약제사회측으로서는 매력이 되고 있다. 야하타 약제사회의 도미다 쓰루오 회장은 이런 약제사회와 도매업체간의 제휴관계수립 후에 “분할판매 문제에 관해 광역처방전을 받는 기회가 많은 조제약국들을 중심으로 큰 도움이 된다는 많은 의견이 약제사회에 전달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들, 개국약사들은 자기약국의 비축의약품 품목조차 만족스럽게 관리하기 어려운데 품목수가 엄청 많은 회영약국의 비축품목 관리를 잘 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이 업무를 도매업체 전문가들에게 일임하게 되어 마음 든든하다”고 강조했다. 개설된 지 2년이 지난 지금 야하타PSC를 이용하는 약국수는 약 220개소로 늘었으며 하루평균 약 70건의 이용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 회사는 앞으로 야하타 약제사회처럼 매출확보나 배송비용 절감 등의 면에서 약제사회측의 협력이 적극적인 지역에 한해서 분할 판매의 영역을 확대시킬 방침이다. 일본약제사회의 지부나 지역분회들이 의약품도매업체와 협력제휴해서 영업상의 혜택을 주는 대신, 그 반대급부로서 의약품비축공급과 배송상의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받는다는 ‘공존공영의 관계’(도미다 야하타약제사회 회장)가 앞으로 의약품 분할판매사업의 주류가 되어 널리 보편화 될지도 모른다.쭗 <이 기사의 저작권은 日經BP社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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