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이 ‘빌딩임대’면, 연금액은 공실(空室)없는 ‘상가월세’
연금개시 후에도 일부 적립금 펀드로 운용해 물가상승률 대비

 

 

우리는 얼마나 살 수 있을까?
남아공에는 132세 된 여성이 생존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요하네스버그에서 북쪽으로 330km 떨어진 폴로크와네 외곽의 모호디 가만타타 지역에 거주하는 몰로코 테모 할머니는 2011년 8월 132세 생일을 맞이했다고 한다. 막내딸과 함께 살고 있는데 막내딸의 나이도 78세 이라고 한다.

 

 2009년 통계청이 작성한 생명표에 따르면 남자의 평균수명은 76세, 여자는82세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건 평균수명이 아니다. 건강 의학의 발달로 앞으로 기대수명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은 건강하게 더 오래 살기 위해서 영양제도 먹고 보약도 먹고 운동도 하는 등 많은 관리를 한다. 그 비용도 만만치 않고 해마다 늘어가는 추세이다. 그런데 정작 오래오래 어떻게 살지는 고민하지 않는다. 당연히 그 준비도 부족하다. 관리를 하지 않는다 해도 운이 좋아 100세까지 살 수도 있다. 아무 준비 없이 100세까지 산다면 그것이 정말 운이 좋은 것일까? 


그렇다면 30세인 김씨와 45세 박씨 중 누가 더 오래 살까? 평균수명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므로 젊은 김씨가 나이든 박씨 보다 더 오래 살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통계청이 발표한 2009년 생명표의 기대여명을 기초로 추정하면 현재 30세 김씨는 78세까지 살고 45세인 박씨는 79세까지 살 것으로 추정됩니다. 나이든 사람이 더 오래 산다는 이야기이다. 신기하지 않은가? 아마 현재 30세인 김씨가 15년 후 평균수명을 다시 계산한다면 더 늘어나 있을 것은 분명하지만 말이다.


나이든 사람이 오래 사는 건 좋지만 연금을 준비하는 기간은 짧을 수밖에 없다. 짧은 기간에 더 많은 연금적립금을 마련해야한다니 끔찍한 이야기가 아닌가?
은퇴플랜에는 어떤 상품이 좋을까? 은퇴플랜을 디자인하면서 상품을 선택할 때는 세 가지 조건을 따져 봐야한다.


첫째,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것을 감안해서 연금 상품을 선택해야한다.
확정기간형 연금 상품 보다는 종신지급형 연금 상품을 선호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평균 수명이 지금보다 늘어나더라도 연금지급액이 감소하지 않는 상품을 선택해야한다.
이런 점에서 변액 연금은 가입당시의 경험생명표(평균수명 통계표)로 연금 수령액이 산출되기 때문에 은퇴플랜에는 변액유니버셜적립상품(VUL: Valiable Universal Life))보다는 변액연금상품이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모든 변액연금 상품이 가입당시의 경험생명표를 적용해서 연금을 지급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 변액연금 상품은 연금 개시시점의 경험생명표를 적용해서 연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연금가입시점의 경험 생명표를 적용하는지 아니면 연금개시시점의 경험생명표를 적용하는지는 상품 약관을 통해 확인해 보도록 하자.
그러나 오히려 VUL에 가입하고, 나중에 ‘월지급식’으로 재테크 수익을  월세처럼 중도 인출하는 방법을 활용한다면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동안의 연금 지급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될 수도 있다.


둘째, 연금 개시 이후에 적립금에 적용되는 수익률을 살펴보고 상품을 선택해야한다.
예를 들면 변액연금은 적립금을 쌓을 때 까지는 실적 배당 수익률을 적용하지만 연금개시 이후에는 공시이율을 적용한다. 변액연금에 가입했더라도 연금 개시 이후에는 금리연동형 연금과 같아진다는 뜻이다. 물론 과거 데이터를 통해서나 앞으로의 금리변동의 추세를 볼 때 실적 배당 수익률보다 공시 이율은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 예를 들어 최근 12년 동안 코스피지수와 채권 수익률을 기초로 추정하면 변액 수익률은 연평균 7.5~8.5%정도 예상되지만 공시 이율은 5%정도에 불과합니다. (요즘에는 이런 문제를 감안해서 연금지급 이후에도 실적배당 수익률을 적용하는 변액연금이 등장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는 VUL을 선택하는 것이 은퇴플랜에 안성맞춤입니다. 왜냐하면 VUL은 연금개시 이후에도 실적 배당수익률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퇴 상품으로 VUL을 선택할 때 예상되는 문제점으로는 피보험자가 나이를 먹으면 상품 내에 들어있는 일반사망보험금의 자연보험료도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는 피보험자를 자녀로 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피보험자를 본인으로 지정하면서 사망보장금액을 1천만원정도 최저수준으로 설계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은퇴플랜을 위해 투자하는 자금부담도 고려해서 상품을 선택해야한다.
변액연금은 연금이 지급된 이후에는 대부분 공시이율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연 4.8% 공시이율을 적용한다면 (사업비와 보장보험료들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 1억 원의 적립금에서 매달 40만 원 정도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매달 2백만 원 정도의 연금을 받기위해서는 5억 원의 적립금이 필요하다. 변액연금에 가입해서 5억 원의 적립금을 마련하려면(연평균 7.2% 수익률을 적용할 때) 20년 동안 매달 117만원씩 투자해야한다. 이정도면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큰 부담이 될 것이다. 15년 동안 5억 원의 적립금을 마련하려면 매달 189만원씩 투자해야한다. 중산층에게는 불가능에 가깝다. 10년 동안 5억 원을 마련하려면 매달 342만원씩 투자해야한다. 이정도면 대부분 포기할 것이다.


VUL을 선택해서 연금 수령방식이 아닌 ‘매월 중도인출로 찾아 쓰는 재테크’ Concept를 활용한다면 연7.2% 수익률을 적용해서 매달 연금을 받는 것처럼 할 수 있다. 1억 원의 적립금에서 매달 60만원을 월세처럼 받을 수 있다. 2백만 원의 연금이 필요하다면 3억 4천만 원의 적립금을 준비하면 된다. 20년 동안 매달 80만 원 정도 VUL에 투자하면 된다.


15년 동안 준비한다면 매달 128만 원 정도 투자하면 된다. 변액연금과 비교하면 매달 투자하는 금액을 2/3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투자의 기본 원칙 중 한 가지는 분산투자 이다. 그렇게 볼 때 연금을 준비할 때도 한 가지 연금상품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여유가 된다면 여러 가지 연금 상품으로 분산 가입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과거의 변액연금상품들은 연금개시 이후엔 공시이율로 운용하는 상품들 밖에 없었지만 보통 60세 연금 개시 이후 100세까지 연금 수령을 한다면 40년 동안의 물가 상승률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하여 현재는 연금개시 이후에도 일부 적립금을 펀드로 운용하는 변액연금 상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대신 과거의 연금상품들은 현재 연금상품보다 유리한 경험생명표를 적용받고 있기 때문에 무작정 바꾸기 보다는 리모델링 시 꼼꼼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아직 여유가 없어 은퇴준비를 시작하지 못했다면 올해 7월 1일 새로운 경험생명표가 적용되기 이전에 서둘러 준비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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