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이 속을 썩인다면서 골치를 싸매는 원장들을 때때로 보게 된다. 직원관리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되는지 물어온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사람을 바꾼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좋은 사람을 뽑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관리가 아닌 채용에서 대부분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급한 마음에 직원을 채용하다 보니 문제가 생긴다. 급히 뽑은 직원과 기존 직원들의 갈등도 발생한다. 일이 채 익숙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신규직원이 그만두기도 하고, 오랫동안 일 잘하던 직원들이 한꺼번에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기도 한다. 그래서 직원채용과 관련된 팁 몇 가지를 기술하고자 한다.

 

1. 천천히 뽑아라.
급한 마음에 빨리 뽑다 보면 실수를 하게 마련이다. 아주 마음에 드는 완벽한 인재가 아니라면 아무리 급해도 두 명 이상을 보고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채용 여부를 결정하지 말고 최소한도 2~3일은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2. 직원채용에는 경영진이 꼭 관여해야 한다.
대학종합병원같이 몇 천 명의 직원이 있는 게 아니라면 직원 채용 때 원장이 최종면접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간관리자가 유능하더라도 원장이 생각하는 좋은 인재와 중간관리자가 선호하는 인재는 다를 수 있다. 중간관리자가 미리 면접을 했더라도 최종적인 결정을 하기 전에 원장을 만나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최종승인을 원장을 통해서 받아야지 직원은 이 병원의 최종결정자가 원장이라는 것을 인식한다. 중간관리자의 결재만으로 들어온 인재는 CEO인 원장보다 자신을 채용한 사람을 상관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

 

3.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라.
해당 직종에 있어서 필요한 직무능력이 무엇인지 리스트를 만들어라. 인성적인 점에 있어서 중요시하는 리스트도 만들어라. 마지막으로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배제 기준을 만들어라, 아무리 직무 능력이 뛰어나도 인성적으로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배제 기준이 있다면 채용하면 안 된다. 아무리 인격적으로 괜찮아도 직무능력과 경험에 있어 배제 기준이 하나라도 있다면 뽑지 않는 것이 낫다. 균형 잡힌 인재를 뽑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기에 적절한 정도의 인성만 갖추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4. 혼자서 결정하지 말고 누군가와 상의하고 결정하라.
내가 아는 원장 한 분은 말이 많고 이것저것 할 수 있다고 떠벌리는 사람을 선호한다. 그러고는 직원들이 말이 많아서 힘들다고 한다. 알면서도 자신은 왠지 조용하고 차분한 사람에게 손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유형의 인재가 있기 마련이다. 반대로 능력 있는 인재를 너무 적극적이라는 이유로 채용하지 않는 원장도 있다. 이렇게 본인이 수정하지 못하는 편견이 있는 경우에는 편견을 바로잡아 줄 수 있는 사람과 의논한 후 직원을 채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기업 인사위원회 수준은 아니더라도 실무자의 의견도 경청하는 것이 좋다. 하다못해 퇴근 후 가족들과 의논이라도 해보고 결정하는 것이 낫다.

 

5. 과거에 일했던 병원의 의견이나 소문은 참고사항일 뿐이다.
다른 병원에서 어떻게 일을 했었는지는 중요하다. 소문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은 참고사항일 뿐이다. 그 사람이 문제였을 수도 있지만 그 직장이 문제였을 수도 있다. 그 사람이 문제였을 수도 있지만 그 상사가 문제였을 수도 있다. 따라서 만약에 조건이 괜찮고 사람도 좋아 보이는데 다만 전 직장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다고 무조건 배제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심사숙고해서 결정할 필요가 있다.

 

6.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한 사람이 무던하다.
경력직원을 채용할 때에는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한 것을 높게 쳐야 한다. 여러 군데 직장을 옮기며 짧게 근무한 경우는 직업 자체가 맞지 않거나 사회생활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7. 스카우트를 할 때에는 주의해야 한다.
나는 외부에서 억지로 직원을 스카우트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나 외부에서 스카우트한 직원이 기존 직원들의 상사가 되는 경우는 대체적으로 결과가 좋지 않다. 가능하면 기존 직원들이 승진을 하거나 겸임을 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은 것 같다. 외부에서 스카우트 한 직원은 기존 직장을 그만두고 온 것이기 때문에 기대치가 높다. 원장은 나름대로 잘해주는데 본인은 만족하지 못한다. 내부 반발 때문에 과거 직장에서 발휘했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수가 많다. 그러다가 보면 적응 못하고 금세 그만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

 

8. 직종에 맞지 않은 좋은 학력이나 자격이 있는 직원을 뽑을 때에는 주의하라.
불경기가 되면서 눈높이를 낮추어서 취직을 한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의 학력과 자격에 어울리는 일을 할 때 행복하다. 생활이 궁핍한 나머지 조건을 낮추어서 취직한 사람도 위급한 상황을 벗어나고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면서 갈등에 빠질 것이다. 따라서 그 직종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좋은 학력과 자격을 갖춘 지원자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9. 업무분담이 명확해야 한다.
앞선 단락과 어느 정도 맥락이 연결되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방사선과 기사를 뽑았는데, 방사선과 기사로 일하는 부분은 거의 없고 앰뷸런스 기사 일을 하고 원무과 일을 한다고 가정하자. 정체성의 문제가 심각할 것이다. 전문직을 채용해 놓고 그 전문직과는 상관없는 잡일을 주로 하게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본인과 회사 모두에 손해다.

 

10. 단지 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사람을 뽑으면 안 된다.
등급제가 시행되면서 수가를 높게 받기 위해서 간호 인력을 무조건 뽑고 보자는 요양병원들이 많았다. 하지만 병원은 사람이 살아가는 조직이다. 따라서 직원이 갑자기 많아지면 파벌이 생기면서 팀워크가 깨질 수도 있다. 급하게 뽑은 신규직원의 임금이 기존직원의 임금체계를 자극하는 수도 있다. 사람을 구하기 힘들 때에는 사업평가에 거품이 끼지는 않았는지도 생각해야 한다. 인건비가 앙등하면 사업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불경기가 되면서 다소 완화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중소병원의 간호인력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급한 나머지 일단 채워놓고 보자고 직원을 채용하면 오히려 악순환이 벌어진다. 새로 뽑은 직원들 때문에 팀워크 자체가 다 엉망이 되는 수도 있다. 병원 분위기가 이상하게 바뀌기도 한다. 그러면서 오래 일하던 충성인재들이 도리어 병원을 떠나기도 한다. 따라서 위에 기술한 내용을 고려해서 좋은 인재를 유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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