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상품을 파는 회사는 일반 상품을 파는 회사와 큰 차이가 있다. 미국에서도 서비스 사업은 큰 회사들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기 때문에 경영에 있어서 주목의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미국 노동자 임금이 올라가고 공장들이 해외로 옮겨가면서 서비스 산업은 이제 미국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맥도널드, 피자헛 같은 요식업 프랜차이즈에서부터 시티은행이나 모건 스탠리 같은 금융 서비스, 병의원 같은 의료서비스 산업까지 그 범위는 다양하다.
일반 공산품을 판매하는 것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의 차이를 비교하면서 서비스업의 특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서비스 상품은 무형이다. 누군가 구매하지 않으면 소멸된다.


삼성전자에서 만든 HDTV는 손으로 만질 수 있고 눈으로 볼 수 있다. 소비자가 직접적으로 보기 때문에 설명하기도 간단하다. 하지만 의료서비스는 그럴 수 없다. 환자에게 당신이 “이 치료를 받으면 나을 것입니다”라고 이야기할 수는 있다. 가능하다면 성공적으로 수술 받은 다른 환자의 사례를 이야기하거나 사진으로 보여줄 수는 있다 하지만 완성된 제품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는 없다. 이러한 측면을 보완하고자 성형외과 등에서는 시뮬레이션을 하여 치료 전후를 컴퓨터 화면으로 보여주기도 하지만 한계가 있다.
고객이 방문한 바로 그 타이밍에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 상품가치가 실현되지 않는다. 손님이 오지 않아 오늘 팔지 못한 옷은 내일 손님이 오면 팔면 된다. 하지만 병원은 그럴 수 없다. 시간은 저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을 놓치면 그 손해를 만회할 수 없다. 반면 오늘 방문한 환자가 너무 많아서 대기환자를 다 진료하지 못했다고 환자를 집에 가지 못하게 하고 내일까지 기다리게 해서 치료할 수는 없다. 물론 유명한 의사에게 진찰받기 위해서 환자가 몇 달씩 기다리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예외적인 일이다. 의료서비스 상품은 무형의 가치를 지녔기 때문에 손으로 만져볼 수 없고 오늘 기회를 놓치면 그 가치가 사라진다.

 

2. 재고로 쌓아놓을 수 없다


수요가 많을 것 같으면 삼성전자는 HDTV를 많이 만들어 재고로 쌓아놓을 수가 있다. 하지만 의료기관은 환자가 예상보다 많이 온다고 모든 환자들을 다 진료할 수는 없다. 시간과 공간이 제한되어 있고 환자가 기다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 1일 평균 환자도 문제지만 특정시간에 환자가 몰리는 것도 문제다. 사무실 밀집지역에 개원을 했고 평균 환자수도 그리 많지 않은데 점심시간에 몰려오는 경우가 있다. 점심시간 내에 진료를 마쳐야 사는데 환자는 기다리는 대신 다른 병원으로 가거나 약국에서 진통제를 사서 회사로 돌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예약 제도를 운영하고 한가한 시간에 오는 환자에게 뭔가 더 이익을 제공한다, 하지만 그러한 보완책도 미리 재고를 확보해 놓는다는 것과는 차이가 많다.
더구나 의료기관은 규제에 의해서 입원의 경우 의사 1인당 진료할 수 있는 환자수가 정해져 있다. 외래 진료만 보는 경우에도 보험과의 경우 차등수가제가 적용이 되어서 진료를 많이 봐도 1일 평균 진료환자가 특정수를 넘기면 불이익을 받는다.

 

3. 고관여도 상품이다


삼성 HDTV의 경우 지방에 위치한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고 판매에 대한 총괄 계획은 서울의 마케팅 부서에서 담당한다. 판매는 원래 전국의 대리점, 전자제품 전문매장, 인터넷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제품에 하자가 생겼을 때에는 서비스 센터의 담당부서를 통해 방문 직원들이 수리를 해준다.
반면 식당의 경우 음식을 만들고 팔고 잘못된 음식에 대한 조치를 하는 것이 모두 한 장소에서 이루어진다. 서비스 기관에서는 소비자를 직접 대면해야만 한다. 의료서비스는 정도가 더욱 심하다. 의사가 환자에게 치료효과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시술을 받도록 유도하는 것은 마케팅에 해당된다. 예상치 못한 부작용에 대한 치료와 합의는 서비스 센터의 업무에 해당이 된다. 모두 다 의사가 관여한다. 이렇게 고객을 계속 만나야 하고 고객이 서비스에 많이 관여하는 양상을 고관여도라고 표현한다.

 

4. 즉시 반응해야 한다.

자동차나 전자제품은 재고가 없으면 2~3주 기다렸다 물건을 받기도 한다. 재고가 많지 않은 서적을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1주일 이상 지난 후 배달되기도 한다. 반면에 높은 데서 떨어져 머리가 다쳐 피를 흘리며 응급실에 찾아온 환자를 기다리라고 할 수는 없다. 치료가 즉시 이루어져야 한다. 치료가 지체되면 환자는 당연히 다른 병원을 방문해서 치료를 받고자 한다. 고객의 요구에 대해 즉시 반응해야 한다는 것이 의료서비스 산업의 또 다른 특성이다. 이것을 ‘짧은 반응시간’이라고 한다.

 

5. 시장범위가 제한되어 있다

코카콜라나 칠성사이다 같은 음료수의 경우 그 시장은 전국적이다. 현대자동차의 시장은 전 세계다. 서울아산병원, 삼성병원, 서울대병원 같은 3차병원에는 전국에서 환자가 몰린다.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에서 오는 환자가 상당 대부분을 차지한다. 서울아산병원은 잠실, 송파에서 오는 환자들이 많고 서울대병원은 강북에서 오는 환자들이 많다.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네트워크를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전국의 맥도날드는 그 맛과 품질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소비자는 생각한다. 하지만 서울아산병원과 아산재단 산하 지방병원의 의료서비스가 똑같다고 생각하는 환자는 없을 것이다. 네트워크를 형성해 브랜드를 내세워 한계를 극복하려 시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진료하는 원장의 능력에 따라서 네트워크 병원에 대한 평가도 많이 다르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어떤 피부과 네트워크는 강남 인근의 직영 브렌치와 수도권의 프랜차이즈 사이에 큰 차이가 난다는 치료후기가 달리기도 한다. 한 사람의 의사가 복제인간이 아니고서야 동시에 두 곳 세 곳에서 진료를 할 수도 없고, 인터넷으로 소프트웨어를 다운받듯이 진료행위를 배달시킬 수도 없다.

 

6. 단위사업장이 상대적으로 소규모다

대규모 공장과 비교할 때 서비스 기관은 상대적으로 그 규모가 작다. 물론 대학병원과 같은 경우는 대규모 호텔이나 백화점에 필적하는 규모다. 그래도 여전히 대규모 공장에 비하면 작은 규모다. 그리고 규모의 경제에 의한 상승효과에 한계가 있다. 환자가 병원에 올 때 접근성이 중요하다. 따라서 강남에 있는 유명 피부과가 대형빌딩을 통으로 임대해서 본원을 10배 크기로 확장한다고 해서 전국에서 지금보다 10배의 환자가 더 오는 것은 아니다. 고객이 있는 곳을 겨냥해 10개의 분점을 내는 것이 현실적이다. 하지만 공장의 경우는 10개의 똑같은 사이즈의 공장을 짓는 것 보다는 하나의 공장을 10배로 키우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이런 점에 있어서 서비스 기관은 규모를 키워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7. 노동집약적이다

삼성반도체 공장이 대규모 자금이 투여되는 자본집약적인 산업인데 비해 의료업은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다. 물론 라식 수술 기계, 피부과 레이저, MRI같이 고가의 장비를 사용한다. 하지만 병원을 유지하는데 있어서는 의사,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인의 인건비 비중이 현저하게 높다. 또한 앞서 기술한 고관여도, 짧은 반응시간 등의 특성 때문에 진료, 경영 양쪽에 모두 도움이 되는 의료진이 있어야 병원이 잘 굴러간다.

 

8. 품질을 측정하기 어렵다.

품질 측정이 어려운 것도 서비스 산업의 특징 중 하나다. 제조업에서 품질은 불량품이 얼마나 많은지를 의미한다. 흔히 말하는 식스시그마는 전체 출하제품 1백만 개 중 3,4개만 불량품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면 심장수술의 불량률을 측정할 수 있을까? 수술 후 사망률, 생존율 등이 그 기준이 될 수 도 있다. 그러나 그 해석이 쉽지 않다. 수술 성공률이 높은 병원은 자신들의 의료의 질이 우수하다고 주장하지만 수술성공률이 낮은 병원은 위험한 케이스를 많이 다루기 때문에 성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어떤 점에서 사실이기도 하다. 3차 병원은 우수한 의료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 2차 병원에서 치료하기 어려운 예후가 나쁜 환자들이 주로 많이 가기 때문에 치료의 성공률은 역설적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미용, 성향에서는 이러한 기준이 더욱 애매해진다. 자신이 못생겼다, 뚱뚱하다는 것은 매우 주관적이다. 그러한 주관적인 측면을 치료를 통해서 개선하고자 한다. 따라서 수술은 잘 되었지만 소비자는 만족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
소비자가 만족을 못한다고 꼭 치료가 잘못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수술 부위에 감염 등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가 타병원에 비해 현저히 많다든지, 지방흡입술을 시행했다가 쇼크가 왔는데 사후처리가 미흡한 경우는 누가 보더라도 확연한 ‘불량’이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소비자가 주장한다고 해서 그것을 불량 수술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저작권자 © 한국의약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