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이나 양궁에서 과녁을 넘어가는 것을 오버슈팅, 과녁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을 언더슈팅라고 한다. 경영학에서 오버슈팅이라는 말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의
책 <성공기업의 딜레마> 덕분이다.

 

고객 기대, ‘오버’는 금물


예를 들면 과거에는 A드라이브 디스켓 시장이 큰 시장이었다. 디스켓 제조 회사들은 계속적으로 투자를 했고 나중에는 ZIP드라이브 같은 대용량의 디스켓까지도 개발했다. 하지만 대다수 고객들이 원하는 것은 그런 큰 용량은 아니었다. 다시 프로그램과 하드웨어를 설치해야 하는 점과 디스켓 가격을 고려하면 대다수 소비자에게는 부담되는 제품이었다. 즉 고객의 요구를 넘어서는 제품을 출시하는 오버슈팅이 발생했다. 그려던 중 인터넷 이메일이라는 전혀 예상치도 못한 경쟁자를 맞이하게 되었다.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사람들은 소규모 문서들을 이메일에 첨부시키면서 A드라이브 디스켓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게 되었다. 최근에는 USB 대용량 메모리가 등장했다. 고객들의 기대를 과도하게 충족시키던 디스크 제조업체들은 예상치 못한 경쟁자에 의해 도태되었다. 기존의 고객들의 모든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완벽하게 만족시키려다 보면 오히려 오버슈팅하게 된다.
적절한 고객의 기대 수준을 벗어난 고객만족 추구는 오버슈팅으로 이어지게 되고, 그러면 고객의 만족도는 크게 올라가지 않으면서 비용만 더 증가하고 새로운 고객의 움직임에 대처할 시간과 자원만 낭비된다. 따라서 고객만족=성공이라는 신화를 경계해야만 한다.

 

고객은 늘 불평한다


고객은 만족시킬 수 없는 존재다. 그들은 항상 불평한다. 고객에게 “우리의 상품과 서비스에 만족합니까” 라고 질문하면 항상 무엇인가 부족한 점을 찾아낸다. 따라서 고객의 요구를 100% 만족시킨다는 목표는 무의미하다. 고객에게 우리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서 얼마를 지불하겠느냐고 물어보는 것도 비현실적인 질문이다. 고객은 항상 경쟁자보다 낮은 가격을 지불하려 할뿐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법이 없다.
따라서 고객에게 가격을 결정하게 해서는 안 된다. 시장이 정하는 가격보다 고객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끔 서비스 공급자들은 노력해야 한다. 거기에서 초과 이윤이 창출되는 것이고 경쟁자들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이다.
고객은 가격을 정할 줄 모른다. 대부분 상품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비싸기 때문에 갖고 싶다고도 한다. 그래서 때로는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지불하기도 한다. 고객은 상품의 기존가격보다 가격이 낮아질 때에만 만족한다.
대규모 공산품은 고객에 맞추어 가격을 결정한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적용된다. 가전기기, 자동차 등 인터넷에 검색하면 가격이 다 나온다. 똑같은 품질이면 가격이 낮은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시장가격 상회하는 가격 받아야


하지만 서비스 산업은 다르다. 서비스 산업 분야 중 가장 공산품 시장에 가까운 것이 프랜차이즈 식당일 것이다.
도넛을 예로 들자. 던킨 도너츠가 히트를 치자 이와 비슷한 유사 도너츠가 많이 등장했다. 심지어 지하철 가판에서도 노점상들에서도 판다. 사실 맛도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던킨 도너츠에 가서 구매한다. 던킨은 유사한 상품과의 경쟁에서는 밀리지 않았지만 이제는 크리스피 도넛이라는 강력한 경쟁자 앞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더 따뜻하고 더 달콤하다. 과거에는 너무 달콤한 도넛은 느끼하다고 고객들에게 외면받았지만 던킨의 달콤한 맛에 익숙해진 고객들 중 달콤한 도넛에 중독된 골수팬들은 크리스피로 가고 있다.
가장 단순한 서비스산업인 프랜차이즈도 그러한데 병원과 같은 고관여 서비스 산업은 더 심하다. 특히 병의원 산업은 매우 분절화된 산업이다. 가장 커다란 피부과 네트워크라도 시장 점유율이 10%도 안된다. 따라서 의료서비스 산업은 전체적인 시장의 가격이라는 평균이 이론상으로는 존재하지만 각각의 서비스 공급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시장가격을 상회하는 가격을 받아서 초과이윤을 꾀할 수 있다.

 

좋은 상품도 고객 인식 못하면 의미 없어


고객은 어느 것이 좋은 서비스고 어느 것이 나쁜 서비스인지 구분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가 아프면 치과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고객들은 지금도 잇몸약을 사먹으면서 잇몸치료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치과에 가는 것을 차일피일 미룬다. 모든 해열진통제는 다 효과가 비슷하다. 하지만 제약사들은 대동소이한 진통제를 놓고 자사제품이 더 우수하다고 주장한다. 숙취치료제는 과연 효과가 있을까? 숙제치료제의 효과에 대한 연구 중 확정적인 것은 없다. 결국 고객이 진정 효과 있는 것을 알아채는 데 한계가 있다. 만약에 고객이 진정한 효과를 알아채는 능력이 있다면 잇몸약, 숙취치료제가 지금까지 프라임 타임 광고를 할 정도로 매출을 올리고 있어서는 안된다. 좋은 서비스만 제공하면 자동적으로 언젠가 고객에게 인정받을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민영의료보험은 법정본인부담금에 대해 지급은 되지만 지급상한선이 있다. 만약에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의료보험회사가 법정본인부담금에 대해서는 지불이 되지 않지만 비급여 부분에 대해서 상한선 없이 지급되는 상품을 만든다고 가정하자. 암, 장기이식, 희귀질환 등이 생겼을 때 실질적으로 받는 혜택을 따진다면 비급여 부분에 대해서 무한대로 지불하는 보험이 이득일 수 있다. 하지만 기존 보험사들은 새로운 경쟁상품은 법정본인부담금에 대해서 지불이 안되기 때문에 혜택을 받을 권리가 적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또한 상한선 없이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입은 하고 돈을 못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경쟁사들이 소비자를 설득할 수도 있다.
과연 소비자는 두 유형의 상품 중에서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것을 정확히 골라낼 수 있을까? 고객에게 최선인 상품을 만들면 언젠가는 고객이 알아준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좋은 상품을 만들면 고객을 어떻게 교육시키고 어떻게 우수함을 인식시킬지에 대한 전략도 함께 치밀하게 준비해야만 한다.

 

고객만족, 성공의 한 부분일 뿐


친절은 상대적이다. 친절에는 내성이 생긴다. 처음에는 감동받더라도 계속 반복되면 감동받지 않는다. 친절은 당연한 것이 되고, 나중에는 없으면 화가 난다. 즉 친절은 누구든지 따라잡을 수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친절로 고객을 만족시켜 차별화를 이룬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직원들에게 무리한 친절을 강요하다 보면 피로도가 심해진 직원들이 직장을 떠나는 수도 있다. 직장에 대한 직원들의 로열티가 높기 때문에 직원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친절은 바람직하지만 강요된 진철은 고객만족도는 높이지만 직원만족도는 떨어뜨린다. 따라서 고객만족을 위해 성공했다는 병원 경영자들의 말은 명문대 의대에 수석으로 입학한 학생이 교과서만 보고 공부했다고 하는 말과 다를 바 없다. 고객만족은 성공에 기여하는 한 부분일 뿐 성공의 모든 이유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고객만족은 성공한 의료기관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현상일 뿐이지, 성공의 원인 그 자체는 아니다.
과거 10년간 IT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마케팅의 큰 흐름이 고객관리였다. 하지만 인위적인 고객관리는 거품인 경우가 많다.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오는 문자메시지를 보고 감동하는 고객은 없다. 고객은 언제든지 더 낮은 가격에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옮겨간다. 고객관리가 고객의 이탈을 막을수는 없다.

 

고객도 결국은 ‘환자’다


요즘 u-hospital에 대한 언급이 많다. 경영이 어려운 병원의 CEO들 인터뷰를 보면 항상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IT에 대한 대대적 투자다. 병원이건 회사건 경영이 어려운 기업이 IT에 투자를 해서 획기적으로 비용을 낮추고 능률을 올려 회생한 경우를 나는 본 적이 없다. 인위적으로 고가의 CRM에 투자를 하는 경우 많은 의료기관에서 비용만 증가시킬 뿐 그 결과는 시원치 않다. 허구한 날 홈페이지만 이리 바꾸고 저리 바꾸고 하는 의료기관도 적지 않다. 우량고객이 쌓이다 보니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IT가 필요한 것이다. 고가의 시스템을 만들어 놓는다고 고객이 관리가 되어서 쌓이는 것이 결코 아니다.
고객만족의 가장 주된 요소는 치료 효과다. 이 본질에서 멀어지는 기능이 추가될수록 고객의 기대를 오버슈팅할 가능성이 커진다. TV방송의 주된 효과는 시간 때우기다. 시간 때우기에서 벗어날수록 그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기대를 오버슈팅할 가능성이 크다.
병원에 오는 환자들의 가장 큰 기대는 아픈 데가 낫고 건강해지는 것이다. 환자의 통증 치료와 건강 증진에서 벗어날수록 환자와 그 가족의 기대를 오버슈팅할 가능성이 커진다. 환자와 그 가족은 고객으로서 만족하기 위해서 병원에 오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없애고 더 건강해지기 위해 병원에 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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