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경영이라는 것은 쉽지 않다고 미국에서 공부할 때도 교수들이 자주 이야기하곤 했다. 우선 그 결과를 측정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자동차나 전자제품의 경우에 불량품이 얼마나 많은지, 다양한 기능이 있는지를 가지고 제품 자체의 품질을 평가하는 것이 가능하다. 의료경영의 경우에는 병원을 거쳐 간 환자들의 상태가 그 제품의 품질에 해당하게 되는데 치료 결과를 추적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환자들 체감 서비스 질 주관적


다음으로 제조업의 경우인데 재고를 관리해서 수요가 많을 때와 적을 때에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 가능한데, 의료산업의 경우에 재고를 관리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환자는 의사가 원하는 대로 와주지 않는다. 병실이 완전히 차 있을 때에는 자꾸 환자가 몰리고, 병실이 텅텅 비었을 때에는 환자가 한 명도 오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외래에서도 환자가 몰릴 때에는 몰리지만 한가할 때는 한명도 없다.


더욱 사정을 어렵게 하는 것은 환자들이 느끼는 서비스의 질이 주관적이라는 것이다. 같은 서비스를 제공해도 기대치가 큰 환자가 느끼는 것과 작은 환자가 느끼는 만족도는 다르다. 아울러 의료서비스 제공자가 누기인지에 따라서 그 서비스의 질 차이가 크다. 어떤 의사가 진료를 하느냐에 따라서 저마다 쓰는 약이 다르고 환자에게 주는 정보의 양이 다르다. 그래서 표준화가 힘들다.


마지막으로 사업이 잘되어도 확장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도시에서 잘 통하던 사업방식이 지방에서도 잘 통한다는 보장도 없다. 의원을 병원으로 규모를 키워도 어떤 의사가 오느냐에 따라서 환자들의 만족도가 달라진다.


이렇게 때문에 서비스 산업은 일반관리, 마케팅, 인력관리 그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할 수가 없다. 하지만 많은 경우 환자가 줄기 시작하면 병원들은 일반관리와 인력관리는 등한시하고 마케팅에만 신경을 쓰게 된다, 하지만 마케팅을 통해서 새로 온 환자가 병원의 서비스에 불만을 느껴서 주위에 별로라고 소문을 내면 오히려 마케팅이 역마케팅의 결과를 가져올 수가 있다. 이런 환자를 전문용어로 테러리스트라고 한다. 이런 점에서 의료기관을 합리적으로 경영하는데 유효한 모델 중 하나로 서비스 수익 사슬이 있다.

 

서비스 수익 사슬 활용해야


서비스 수익 사슬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서비스 수익 사슬
Internal Quality - 직원만족도 - 직원의 신뢰 - 직원 생산성 - 가치 - 고객만족도 - 고객의 신뢰 - 이윤의 창출

 

이윤과 성장은 병의원을 믿고 신뢰하는 환자와 그 가족에 의해서 가능하다. 환자와 그 가족들이 의료서비스에 대해서 만족할 때 그들은 의료기관을 신뢰할 수가 있다. 고객들의 만족도가 올라가고 신뢰가 쌓이면서 고객 로열티가 생긴다.


고객 로열티가 있게 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고객당 이윤이 증가하고 입소문 효과로 계속적으로 새로운 환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하게 된다. 그런데 그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것에 만족하고 자신의 직장으로 그 의료기관을 신뢰하고 열심히 일하는 직원만이 가치 있는 서비스를 환자와 그 가족에게 제공할 수 있다. 한편 의료서비스 기관의 직원 만족도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에 의해 좌우된다.


-환자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자원(예. 방사선과 의사에게는 좋은 MRI, 외과 의사에게는 좋은 수술방)
-합리적인 보수와 좋은 근무조건
-서비스에 만족하는 행복한 고객


직원들이 만족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직업적 또는 인간적인 역량을 최대한 자율적으로 발휘할 수 있을 때 환자와 가족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가 있다. 그러면서 불만족스러운 서비스 때문에 불만을 가지는 불평고객이 줄어들고, 서비스에 만족하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고객 로열티로 이어진다. 고객 로열티가 이윤 창출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모든 시작은 직원의 만족에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직원의 만족이라는 개념은 직원들이 말하는 이른바 편한 직장을 만들라는 의미는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 은행에 가면 소비자들은 장시간 기다려야만 했고 돈을 빌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면 은행직원들의 입장에서는 업무 강도가 심해졌지만 고객의 입장에서는 그 만족도가 올라갔다. 직원 만족도가 올라가야만 한다는 말과 게을러도 되는 직장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직원들은 준비가 안 되어 있는데 마케팅으로 무조건 고객을 늘리는 전략을 멈춰야 한다. 일단은 직원에게 투자를 해야 한다. 적절한 임금을 주고, 교육 수련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서비스 인프라에도 투자를 한다.


그 이후 직원만족도가 올라가고 서비스 질이 향상되었다고 느끼면 마케팅, 프로모션 비용도 늘리고 시설 투자도 늘려서 시장에 회사를 알려야 한다. 고객 만족도가 올라감에 따라 모든 능력이 배가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투자와 광고를 늘리고 신규인원을 채용해야 한다.

 

서비스 부문에서 흔한 실수들


서비스 질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케팅 예산을 늘리는 것은 재앙을 가져올 뿐이다. 환자도 만족하지 못하고 직원도 만족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판촉을 해서 환자가 많이 오게 되면 직원들은 일만 늘어났다고 불만을 가지게 된다. 숙련되지 못한 직원들의 불친절한 서비스 때문에 환자와 그 가족들은 불만이 생기고 점점 안 좋은 입소문이 퍼진다. 서비스 질은 떨어지고 그나마 능력이 있는 직원들은 다른 곳으로 직장을 옮긴다. 광고를 통해 오는 환자로 근근이 버티지만 입소문은 나지 않고 마케팅 비용만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으로 증가한다.


능률이 낮은 직원을 과감하게 해고하면 전체 능률이 오를 것이라는 생각도 잘못이다. 직원들은 직원 편이다. 조금만 일을 잘못하면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직원들 전체로 퍼져나간다. 그리고 구관이 명관이라고 새로 들어온 초보 직원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해고한 직원은 그래도 어느 정도 일이 손에 익은 상태였는데 신규 직원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다. 능숙한 직원도 완전히 초보적인 직원을 다시 교육시키다 보면 짜증이 난다. 결국은 붙잡고 싶은 기존의 일 잘하던 직원마저도 그만두게 된다.


환자가 늘기 시작하다고 너무 빨리 사람을 뽑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단기간에 증가한 매출은 언제 다시 줄어들지 알 수 없다. 사람을 뽑기는 쉬워도 그만두게 하기는 어렵다. 일단은 고객이 다시 줄어들지 않나 관찰해야 한다. 고객이 늘어나는 것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고 본 사업이 궤도에 올랐다는 확신이 들어야 한다. 아울러 직원들의 모든 능력을 동원해서 일을 하다가 안 될 때에는 그것을 확인하고서 직원을 채용하는 것이 낫다.


때로는 일에 익숙해진 직원들이 팀워크를 이루어서 잘 해 나가는데, 신규직원이 끼어들면서 팀워크가 깨지는 수도 있다.


회사가 흑자를 내는 시점에서 임금인상에 인색한 것은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 그리고 직원들이 일이 익숙해져서 좀 더 나은 인프라를 원할 때 지원해주지 않으면 능력이 완전히 발휘되지 못한다. 특히 의사들은 새로운 의료장비를 원할 때 잘 검토해야 한다.


금전적으로 어려운 지경에 놓이게 되면 직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고객 서비스에 투자된 금액을 삭감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처음에는 비용을 줄이는 것 같지만 직원과 고객의 만족도가 떨어지면서 장기적으로는 안 좋은 영향을 준다.

 

병의원도 ‘직장’으로서 재미 갖춰야


병원의 경영이 좋지 않을 때 환자수와 의료수가에만 신경을 쓰게 된다. 환자수가 줄어드는 원인을 점점 더 심해지는 경쟁과 불경기 같은 외부 요인에서만 찾고 스스로의 힘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포기하거나 단순히 진료시간을 늘려서 환자를 많이 보려 하게 된다.


낮은 수가를 의식하다보면 환자를 보는 것도 재미없고 이윤이 많은 비보험 분야에만 눈을 돌리게 된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 이전에 먼저 살펴봐야 하는 것은 우리 의원 또는 병원의 직원 만족도 그리고 피고용인으로서 원장 자신의 만족도가 아닌가 싶다.


보수 이외에 직원의 만족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기관의 직원들 스스로도 환자가 치유되는 데 뭔가 도움이 되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 것이다. 일반 회사에는 직장으로서 회사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다. 의료기관에는 직장으로서 병의원 나름의 재미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재미는 결국 환자가 낫고 치료자에게 고마워한다는 것에서 생긴다. 이런 재미를 의사 혼자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직원들이 공유할 수 있을 때 직원 만족도도 올라가고, 직원들도 고객으로서의 환자와 보호자를 적극적으로 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의사도 한 의료기관의 운영자인 동시에 자신이 자신을 고용한다는 점에서는 종업원이다. 자신에 대해서 얼마나 고객에게 가치를 주는 종업원인지를 객관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의사 본인이 어떻게 해서든 자신이 운영하는 의료기관에 만족하고 재밌게 환자를 보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나머지 직원들도 의사를 따라 환자들을 즐겁게 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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