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특정 고객집단이 운영상 경제적으로 손해를 끼치지는 않는지 파악해야 한다.


원가를 정확히 계산하지 않으면 매출은 느는데 이윤은 줄어드는 결과가 생기기도 한다. 이렇게 단지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 손해를 보고 판매를 하는 경우는 전략적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격이 같더라도 진료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의료사고 가능성이 많아서 실제적으로 그 환자에게 소요되는 최종 비용이 그 가격보다 큰 경우도 결과적으로 손해가 된다. 환자는 많은 것 같은데 경영은 적자가 된다.


한 예로 본인부담금을 낮게 받거나 면제하는 노인병원에 대해서 이야기들이 많다. 노인요양병원은 매달 들어가는 고정 비용이 있기 때문에 간병비를 낮추더라도 병실을 채우는 쪽을 선택하는 병원이 있게 마련이다.


똑같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전략적 손해가 될 수도 있다. 일반 환자에 비해서 손이 많이 가고 사고 가능성이 많은 특정 환자군이 존재한다고 가정하자. 그 환자에게 소요되는 비용이 그 가격보다 큰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환자는 있는 것 같은데 남는 것은 하나도 없는 경우다. 그리고 한번 본인부담금이 낮고 손이 많이 가는 환자들을 받는 병원이 되면 병원 서비스에 대한 고객들의 만족도가 낮다.

 

사고가 날 수 있는 환자들이 많아서 의료사고가 남에도 불구하고 그 병원은 항상 사고투성이라는 오해를 받게 된다.


어떤 경우는 다른 환자보다 높은 치료비를 내지만 실질적으로는 병원에 손해를 끼치는 경우도 있다. VIP여서 지불하는 가격이 높아 이윤을 남겨주는 환자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원가 조사를 해보면 오히려 수익률이 떨어지는 환자인 경우도 있다. VIP를 위한 별도의 공간, 직원들이 쏟아야 하는 별도의 시간, 비워놓은 예약 시간대 등을 고려하면 일반 환자보다 그 기여도가 떨어질 수 있다.


만약에 병원의 설립 목적 자체가 자선인 경우를 제외하면 밑지면서 치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앞에서 벌고 뒤에서 돈이 나가는 적자 경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많든 적든 모든 고객이 최소한도의 이윤을 남겨 주어야 한다.

 

5. 경쟁자들의 반응을 고려해야 한다.


나의 가격은 상대방의 가격을 변동시킨다. 그 대상은 인근의 경쟁 의료기관을 수 도 있지만 때로는 내가 변동시킨 가격이 여러 병원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렇게 먼저 가격을 낮추는 이들 때문에 전체 가격이 떨어진다. 한 지역이 떨어지다 보면 다른 지역도 떨어지게 된다. 즉 전체의 이득을 위해서는 현재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각자의 입장에서는 남보다 먼저 가격을 떨어뜨려서 최대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유리하다.


나의 가격은 경쟁자의 가격을 낮추고, 경쟁자의 낮은 가격 때문에 내가 또 가격을 낮추게 됨을 인식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특정 임상시술, 특정 임상과의 수익지대가 소멸된다.

 

6. 가장 적절한 가격 구조를 결정해야 한다.


경쟁이 없고 만약 환자군도 차이가 없다면 특정 의료서비스가 환자에게 주는 부가가치를 가격으로 결정해도 된다. 예를 들어서 척추신경을 되살리는 획기적 기술이 생긴다면 척추 손상에 의한 하반신 마비 환자들은 어떤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그 치료를 받고자 할 것이다.


경쟁은 없지만 고객은 여러 세그먼트로 구성되어 있다면 각 세그먼트별로 수요-가격 곡선을 감안해 다른 가격을 책정해야 할 것이다. 앞서 예로 든 척추신경을 되살라는 시술의 경우 1억을 지불할 이도 있겠지만 경제적 이유로 지불할 수 없는 환자도 있을 것이다. 만약 수술인력과 시설에 여유가 있다면 1억 원을 받고, 5천만 원만 낼 수 있는 환자 집단에는 5천만 원을 받고 수술을 시행할 수 있는 가격 장치를 고안해야 할 것이다.


때로는 저소득층 환자에 대한 병원의 치료비 보조가 자선활동과 더불어서 이러한 가격장치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는 가격을 5천만 원 깎아준 셈이지만 1억 원을 낸 환자들의 불만을 고려해서 병원에서 저소득층에 대해 5천만 원을 지원해 주었다는 형식을 취하는 것이다.


환자군은 차이가 없는데 경쟁이 심한 경우 경쟁자들이 받는 가격을 참고해서 가격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 경쟁도 치열하고 고객도 여러 세그먼트로 구성되어 있다면 경쟁자들이 각 고객 세그먼트별로 받는 가격을 알아내서 참고해야 한다.

 

7. 환자들의 심리적 반응을 예측해야 한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서비스를 받을 때는 가격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하지만 병원에 와서 서비스를 받는 경우에는 본인이 예상하지 않던 비용이 신체적 고통 때문에 나가게 되기 때문에 불만이 많다. 따라서 가격에 대한 환자들의 심리적 반응이 중요하다. 정부가 그러한 환자들의 심리적 반응에 근거해서 정책을 결정하게 되면 병원이 고스란히 그 피해를 부담하게 되는 수도 있다.


일부 대학병원에서 처음 간이식을 성공했을 때 그 가격은 환자 입장에서는 너무 부담이 컸고 병원 입장에서는 투자 자원과 리스크를 감안할 때 충분치 않았다. 생사가 달려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만 따지면 소비자는 어떤 가격이든지 지불할 의도가 있었지만 가격을 어느 정도 선에서 제한하도록 사회적 압력이 있었다. 나중에 간이식과 심장이식이 여러 대학병원에서 시행되었을 때 수술시행 건수가 많고 명성이 알려진 병원과 처음 시작하는 병원 사이에는 치료비의 차이가 있었다. 시민단체와 환자집단은 동일한 시술인데 왜 가격차이가 나느냐고 불만을 제기했었다.


중요한 건강상의 문제와 관련된 의료서비스의 경우에는 이러한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목숨과 직결된 치료비용이 고가인 경우 문제가 된다. 아이의 백혈병 치료를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했지만 막상 아이가 사망하고 나면 이제는 부모의 생계가 문제인 것이다.


가격이 품질을 반영한다는 가격 품질관계라는 개념이 있다. 비급여 진료과목의 경우 치료를 잘하는 병원이 치료비도 비싸다고 생각하는 환자들이 있다. 가격이 낮으면 환자들이 병원의 서비스 질이 낮다고 인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환자들이 느끼는 것은 다르다. 강남에서 인지도와 실력이 있다고 인정받는 일부 비급여 의료기관의 성공비결 중 하나는 고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다. 가격이 낮으면 고객들의 기대치가 줄어들고 따라서 만족도가 올라간다.

 

준거가격-높은 물ㅈ건의 옆에 낮은 가격의 물건을 놓게 된다. 또 원래 정규가격 옆에 할인가격을 붙여놓는다. 즉 실제로 그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을 정도의 높은 가격을 붙여놓고 그 옆에 낮은 가격을 붙여놓으면 잘 팔린다.

 

단수가격-때때로 가게에 가면 9,900원이라고 붙인 물건이 있다. 1만원 보다 100원이 싸지만 느낌은 다르게 된다. 따라서 어떤 시술을 20만원이라고 하는 것 보다는 19만원이라고 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것이 의료분야에도 적용이 될 지는 다소 미지수다.

 

공정성 이슈-환자들이 공정하게 느껴야 한다. 고객은 항상 뭐든지 비싸다고 생각한다. 특히 같은 서비스에 대해 남보다 비싼 가격을 지불했을 때 불만을 가진다. 남들이 100만원을 지불한 서비스를 90만원에 제공받으면 싸다고 생각하면서 남들이 1500원을 내는데 자신은 3000원을 내면 바가지를 썼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환자가 느끼는 비합리적인 불공정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8. 실제로 환자에게 받는 진료비를 파악해야 한다.


표시가격이 아닌 실제 최종 거래가격을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재수술, 의료분쟁에 따른 배상금,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 코디네이터가 깎아주는 가격 부분 등을 고려한 실거래가를 파악해야 한다. 대다수 의료기관은 표시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것에만 관심이 많다.


표시가격이 낮지만 제대로 가격을 받는 것은 일관성이 있다. 이러한 가격정책으로 유명한 것이 월마트의 ‘everyone low price'이다. 거래가격이 이랬다 저랬다 하면 고객들은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게 된다. 따라서 차라리 매일 낮은 가격을 받는 대신 거래가격과 표시가격을 같게 해서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참고할 가격정책으로 번들링이 있다. 번들링은 몇 가지 상품을 연계해서 가격을 매기는 것이다. 한 예로 쌍꺼풀 수술과 라식을 같이 하면 싸게 해주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번들을 구성할 때 가급적 구성상품의 일부분일 지라도 전략적 손해가 안 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성형외과에서 눈과 코 등 여러 부분을 동시에 수술할 때도 그 가격의 설정에 신중해야 한다. 더욱 많은 부위를 수술하려면 각 수술당 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받을 수 도 있다. 하지만 여러 부위를 수술하는 경우 그 효과에 대한 측정이 보다 더 주관적이다. 사실은 리스크를 감안할 때 어렵고 복잡하다면서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의료서비스 경영에서 가격을 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최신 의료기기를 앞서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고 완벽한 친절과 고객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가격이다. 많은 비용을 들여 투자를 하고 브랜드 가치를 키우고 그에 따라 높은 가격을 받는 것은 합리적인 경영전략이다. 하지만 반대로 투자를 하는 대신 다소 가격을 낮춰서 전체 매출을 증가시킨다면 그것이 더 이득일 수도 있다. 투자 리스크를 안지 않고 투자 금액만큼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과감한 투자로 고수익을 얻는 것 못지않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보다 많은 고객을 유인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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