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전략과 프로모션 전략, 유통전략이 훌륭해서 고객에게 그들이 원하는 가치를 잘 전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가격이 낮으면 이윤이 남지 않는다. 가격이 너무 비싸면 환자들에게 외면 받는다. 의료경영에서 가장 난감한 점이 가격이다. 국민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경우 모든 가격은 보험공단의 원가 계산에 기초한다. 따라서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판매자인 병원에는 없다. 서비스를 판매하는 쪽이 가격에 대해서 아무런 결정권이 없다는 것은 엄청난 비효율을 야기한다. 모럴 해저드를 발생시키고 의료의 질을 떨어뜨린다.

 

합리적인 가격산출 구조 필요


비보험 분야의 경우에는 가격 결정권이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비급여 쪽은 대부분의 개개 상품의 마진이 높기 때문에 그냥 남이 받는 것보다 조금 더 받거나 조금 덜 받는 것이 가격전략이다. 하지만 점점 경쟁이 치열해 지기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산출 구조가 없이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피부과, 성형외과와 같이 비급여 진료가 많은 과목에서는 가격 설정이 중요하다.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 정형외과 등 보험과의 경우에도 비급여 진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환자가 적절한 가격을 지불해야만 이윤이 남는다는 점에 있어서 가격결정은 매우 중요하다. 의료 서비스가 아무리 훌륭해도 가격이 너무 높으면 고객이 찾지 않는다. 환자가 많아도 가격이 경쟁자들보다 낮으면 이윤이 적다.
흔히 동일한 진료를 하는 의료기관들의 가격을 고려해서 덜 받거나 더 받는 식으로 가격을 결정할 때 이를 경쟁가격이라고 한다. 새로 개업을 한 경우 매출을 높이기 위해서 경쟁자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고, 일단 환자가 많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밑지면서도 시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가격이 높아야 서비스의 질이 높다고 환자들이 받아들인다고 생각하면서 경쟁자보다 높은 가격을 고집할 수도 있다.
적절한 진료비를 결정할 때 주의해야 하는 8가지 측면을 살펴보겠다.

 

1. 고객의 입장에서 치료의 진정한 가치를 측정해야 한다


치료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고객이다. 특히 새로운 치료를 선보일 때에는 참고가 될 가격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가격 결정이 더 어렵다.
안과에서 라식의 경우를 예로 살펴보기로 하겠다. 안경은 2~3년에 한 번씩 바꾸게 되는데 라식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더 이상 안경구입을 할 필요가 없어 평생 비용을 아끼게 된다. 매일 일회용 렌즈를 사용하던 이들은 라식 수술을 시행 받은 후 렌즈 구입비용이 감소한다. 안경을 착용하던 이들은 불편함이 없고 외모에 자신이 생기는 이득이 있다. 렌즈를 착용하던 이들인 불편함, 눈의 피로감이 줄고 결막염 및 각막염이 생길 가능성도 줄어든다. 따라서 렌즈 착용과 관련된 치료비용도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앞에 열거한 모든 경우들이 라식이 고객에게 주는 부가가치인 것이다. 그 부가가치에 해당되는 부분을 금전적으로 환산하면 라식 수술이 고객에게 주는 최대의 가치를 금전적으로 추산할 수 있게 된다.
신약이 개발되었을 때 제약회사가 자신의 가치를 주장할 때 흔히 Economic value-in-use analysis라는 것을 사용한다. 새로운 정신분열증 치료 약제의 경우에 부작용이 적고 사회적응력을 높여 준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부작영의 치료를 위해 들던 비용이 감소하고 사회 적응력이 높아져서 환자가 사회를 복귀해서 얻는 소득이 높아진다. 그러한 비용감소와 이익의 증가를 가격에 반영시키는 것이다.
미세현미경수술법으로 척추 디스크를 수술했을 때 치료비가 너무 높다고 누군가 이의를 제기했다고 가정하자. 입원비, 일을 못하는 데서 오는 임금상실, 수술사고 가능성 등 상대에게 비용을 열거해 높은 비용이 아니라고 설득하려 할 것이다.

 

2. 가격에 따른 수요변화를 감안해야 한다


정부가 감기와 같은 경증질환 치료에 대한 본인부담금을 높인다고 할 때 의료기관은 방문하는 환자가 줄어들까봐 걱정하게 된다. 가격에 따라서 수요가 줄어들고 늘어나는 것을 수요변화라고 한다. 명품 핸드백은 수요변화가 크고 주유용 휘발유는 수요변화가 작을 것이다.
의료 분야는 수요변화가 작은 축에 속하지만 그래도 일단 치료의 가치를 가늠한 후에는 수요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보험 분야에 비해서 비급여 부분은 가격 탄력성이 더 크다. 2008년도부터 불황이 이어지면서 미용, 성형, 비만 등 비급여 부분의 매출이 한때 30~50% 급감했었다.
하지만 보험 분야 역시 작은 진료비 차이에도 환자들의 수가 크게 줄기도 한다. 2007년 8월부터 외래 본인부담금이 정액제에서 30% 정률제로 바뀌었다. 병원 비용이 15,000원을 넘지 않는 소액 진료비의 경우 환자는 예전에는 본인부담 정액제로 3000원만 내면 되었다. 하지만 정률제로 바뀌면서 만 원 이상의 진료비가 발생한 경우 본인부담금이 증가했다.
식대가 2006년도에 급여화되면서 입원일수가 늘어났다. 예상보다 지급이 많아지자 정부는 2008년부터 식대 본인부담비율을 증가시켰다. 입원 치료에도 수요 변화가 존재하는 것이다, 정부는 2009년 1월부터 요양병원에 입원중인 경증환자에 속하는 신체기능저하군의 본인부담금을 20%에서 40%로 인상했다. 환자들의 가격 부담을 늘려서 요양시설로 입소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가격민감도를 감안한 정책이다.
즉 의료부분에 있어서도 가격에 따른 수요변화가 존재한다. 텔레비전이나 자동차 같은 제품이 기준이 되는 탄력성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기본적인 개념은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3. 각각의 고객 집단을 파악해야 한다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제적 능력이 없어 부모가 수술비용을 대 줘야 하는 대학생과 자신만의 고정수입을 가지고 있는 직장인과 강남에 자기 집도 있고 저축도 있는 중년부인이 같은 고객은 아닐 것이다. 얼마나 치료비를 부담할 것인가라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그들은 다른 고객들이고, 얼마나 간절히 치료를 원하느냐, 치료를 받기까지 얼마나 기다릴 수 있느냐라는 점에 있어서도 이질적인 고객이다.
모든 고객들에게 동일한 치료비를 받는 대신, 동일한 치료를 각각 다른 가격을 받아 최대의 매출을 얻을 수 있다. 그러면서 이윤이 최대화한다. 이것을 가격차별화라고 한다. 앞서 말했듯이 성형외과 의원의 코디네이터가 가격을 깎아주는 것도 어떤 점에서는 가격 차별화다. 경제적 여유가 많은 VIP에 대해서는 치료비를 조금 더 받는 대신 고가의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변형된 가격 차별화다.
미국의 경우 똑같은 치료라도 응급실에 받을 때와 외래에서 받을 때 진료비 차이가 크다. 병원 측은 응급실 치료의 경우 많은 비용과 위험을 고려해서 가격이 높다고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소비자가 급히 빨리 치료를 원하기 때문에 높은 비용도 감수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소비자의 경제적 사정, 얼마나 빨리 치료를 요하는가 같은 사정에 따라서 가격차별화를 하기도 한다.
극단적인 예로 이미 손상된 척추신경을 되살리는 치료법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 치료법은 당신의 병원에서만 가능하다. 그럴 때 그 시술에 대해 100억 원을 지불할 사람부터 1억 원을 지불할 사람까지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동일한 제품을 각각 다른 가격에 팔아서 최대의 매출을 얻을 수 있다. 그러면서 이윤이 극대화된다. 이러한 것도 가격차별화다. 즉 다양한 세그먼트가 존재할 때 가능하다.
그러면 어떻게 세그먼트를 나누어야 할 것인가. 그것은 궁극적으로 환자들이 의료서비스에 대해서 어떻게 가치를 부여하는 가로 나뉘어야 한다.
-타이밍이 어떤 시점인가?: 시장에 처음 진입할 때에는 그 가격이 낮을 것이고 고객들에게 널리 알려져 구매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다.
-어떤 혜택을 원하는가?: 출장을 위해서 비행기를 타는 이와 개인적인 여행을 위해서 비행기를 타는 이는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다르다.
-어떻게 돈을 지불하는가?: 잡지를 예로 들면 서점에서 매달 한부씩 구매하는 고객과 1년 치를 정기구독 하는 고객은 값이 다르다. 정기구독 할 때 값을 깎아준다.
-얼마나 많이 쓰는가?: 어쩌다 한번 담배를 피우는 이와 매일 줄담배를 피우는 이는 다른 고객이다.
-어디에 쓸 것인가?: 사무용 컴퓨터와 집에서 쓰는 컴퓨터는 구매자의 사양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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