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와 상관없이 노년 건강 준비할 수 있도록 유도
노인환자 약에 대해 기억 못해…식구들에게 부작용 등 설명

 

대전 대덕구 법동 신생당약국 주향미 약사

 

충남대 약학대학 약학과 졸업
현 대전약사회 약학 한약이사
2006년 전국 복약지도 경연대회 동상
2008년 서울시약, 약업신문 주최 복약지도 시나리오 공모전 우수상
2010년 중부권약사 학술대회 논문 우수상
2010년 약사공론 주최 동영상복약지도 경연대회 장려상


힘겹게 약국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할머니를 보고 난 얼른 나가 문을 열어드리며 청력이 떨어지신 할머니를 위해 평소 목소리보다 열 배쯤의 큰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이런 내 인사 에 활짝 웃으시는 할머님을 보면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김차돌 할머님...  이름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올해 100세를 넘기셨고 지금도 당신의 빨래는 손수 빠실 정도로 건강하시며 약국에서 약을 사셔도 손수 비닐 주머니를 준비해 오실만큼 배려심이 깊으셔서 ‘나도 나중에 저렇게 살아야지’ 하는 생각과 우리 약국에 오시는 할머님 할아버님들의 표준으로 삼고 있는 분이시다.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이 79세를 넘긴지 오래 이고 앞으로 이삼십년 후엔 100세가 된다고 하니 평균 수명이 의학적 인간수명이라 하는 120세가 되는 때도 멀지 않았다고 본다.
하지만 이렇게 평균 수명이 길어진다는 것이 꼭 바람직하거나 행복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는 만큼 우리의 신체건강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평균수명 100세는 결코 축복일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평균수명은 83세로 우리나라보다 4년 정도가 길다. 하지만 건강수명(장애 없이 독립생활이 가능한 나이)은 일본이 75세, 우리나라가 67세로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가 건강하지 않은 고령 계층이 훨씬 많다는 것이 국민 보건학적으로 더 큰 문제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우리 약사들이 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보며 이를 위해 우리는 더 많이 공부하고 준비함으로써 우리국민들의 더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며 이것이 ‘장수의학’의 기본이라 믿는다.

 

1. 늦었다고 생각하는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누구나 하루아침에 노인이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되도록 빠른 시기부터 노년의 건강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생활의 여유가 없어서 혹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시기를 놓쳤다면? 이 경우 대부분 살만큼 살았다고 믿기 때문인지 아니면 자식들에게 눈치가 보여서인지 그냥 체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이 노인건강도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는 그 시점이 가장 적절한 때임을 고객들에게 확실하게 인식시켜야 한다. 우리가 언제 죽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남은 시간들을 건강하고 보람 있게 살기위해 하루라도 빨리 노년의 건강을 준비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래서 난 30대이든 40대이든 혹은 70대라도 우리 약국과 인연이 되는 그 순간이 노년건강을 준비하는 가장 적절한 때라 믿으며 고객으로 하여금 최선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러면 노년을 망치는 가장 대표적인 질병은 무엇일까?
아마도 퇴행성관절염, 골다공증 같은 골관절계 질환과 뇌졸중, 심장질환 같은 심혈관계 질환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예방만 잘한다면 얼마든지 좋은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질환이기에 예방의학 관점에서 보더라도 약국에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들이 참 많다고 본다. 그리고 늘 강조하는 말이지만 이점을 잘 활용한다면 약국 경영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본다.

 

2. 노인들은 분명 젊은 사람들과 다르다
폐암선고를 받고 6개월 산다는 40대 가장은 3개월을 넘기지 못했는데, 똑같은 폐암으로 6개월 선고받은 75세의 할머니는 여전히 담배를 피우시며 몇 달에 한 번씩 피를 쏟아내고서도 5년도 더 사시는 것을 봤다. 그리고 이 경우 의학적으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에 준비된 약사라면 이런 분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들이 많으리라 본다.
이처럼 노인 분들의 경우 여러 질병에서 젊은 사람들과 다른 병의 진행과 예후를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약사인 우리는 모든 질환을 다루는 데 있어서 이러한 노인 분들의 특수성을 고려해 가장 적절하고 최선의 선택을 해야만 한다.

 

3. 노인들의 경제력을 무시하지 말자
65세 이상 어른의 경우 연금을 받는 분들의 경우는 말 할 것도 없고 다른 소득이 전혀 없는 경우라도 노령연금제도로 인해 과거에 비해 경제력이 많이 올라가 있다. 여기에 젊은 사람들이 의료비로 지출하는 비율이 적은 것에 비해 노인의 경우 대부분의 돈을 의료비로 지출하는 경우가 많다. 파스나 진통제 없인 하루도 못사시는 분들이 대부분이고 혈압약과 당뇨약 등을 장복하시면서 꼬박꼬박 영양제와 잇몸약도 챙겨 드신다.
여기에 노인 한 분에 연관된 식구들을 고려한다면 그 파생 효과는 훨씬 크다고 본다.
얼마 전 약국에 모르는 남자고객이 들어오더니 이것저것 약을 추천해달라고 한 적이 있다. 이런 경우라면 대부분 상담만 하고 가거나 가끔 약국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이려는 경우라는 걸 여러 번 경험했기에 별 기대 없이 설명을 했는데 갑자기 그 많은 약들은 다 사가셨다. 대체 이게 무슨 횡재인가 싶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약국 단골 할머님의 아들로 오랜만에 서울에서 내려와 할머니 말씀을 듣고 고마워서 그랬다는 것이었다.

 

4. 노인분들은 특별한 관리를 해야만 한다
우리도 언젠가는 그렇겠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누구나 어린애가 되어간다. 가끔 다섯 살짜리가 떼를 쓰듯 하시며 잘 삐지시고 작은 일에도 서운해 하신다. 그래서 노인어른들을  유치원생처럼 대해야 할 때가 많다.
특히 약에 대해서는 더욱더 신경을 써야한다. 복용하시는 약이나 약물반응에 대해 기억을 못하시기 때문에 식구들에게 약물알레르기나 부작용 주의사항 등에 대해 알려주고 명함크기로 이런 내용을 적어 늘 소지하게 하여 병원이나 다른 약국을 갈 때도 꼭 보여드리도록 한다.
별것 아닌 이런 것들이 때론 한사람의 생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약국 고객이 와서 70대 후반이신 자신의 장모님이 위암 수술을 급하게 하셨는데 수술 후 출혈이 멈추질 않아 사망하셨고 그것이 고혈압약과 함께 복용하신 아스피린 때문이었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누군가 그분이 복용하는 약을 한 번만 체크했어도 그런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에 화가 나기도 했고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그리고 그 일을 계기로 약국을 방문하는 노인분들에게 특별히 더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5. 노인의 복약지도
노인분들의 경우 먼저 병원을 정기적으로 꼭 방문하여 건강을 체크하시고 혈압이나 당뇨병, 골다공증 등에 대해 전문적 치료를 꼭 받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 후에 신체건강유지를 위해 여러 가지 영양제와 칼슘제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여성에게 칼슘제는 평생 함께해야할 중요한 약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오메가3 등 필요한 약들을 꾸준히 복용토록 한다. 특히 요즘엔 약사들을 대상으로 시니어건강에 대한 강좌나 제품들이 많이 준비되어있어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여기에 식이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영양에 불균형이 오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일본의 98세 현역의사인 히노하라 박사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그는 하루에 1300칼로리의 음식을 섭취하는데 그중 16%를 단백질로 섭취해 일본 평균 단백질 섭취량인 12%에 비해 많은 양을 섭취한다. 뇌 활동을 위해 충분한 단백질의 섭취가 필수라는 것이 그의 지론으로 매일 우유와 생선을 먹고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지방이 없는 고기를 100g정도 먹는다고 한다. 여기에 많이 걸어서 근육과 뼈의 균형 감각을 잃지 않게 함으로 노년기의 운동부족을 보완하여 노년기를 망치는 최대 주범인 낙상골절을 예방하도록 한다고 한다.
히노하라 박사의 경우를 보더라도 노인들에게 약물치료와 더불어 식이나 운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수 있고 이것을 약국에서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노인들을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장수는 타고난 유전자 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이가 먹어 머리가 빠지거나 안 빠지는 것은 유전일 수 있지만 건강 체중을 유지하거나 적정 혈당을 유지하는 것은 사람의 노력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행복하고 건강한 노년은 우리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평균수명의 연장과 더불어 건강수명의 증가를 위해 약국에서 혹은 약국 밖에서 우리 약사들이 더 많이 활동하고 노력함으로써 하루 빨리 우리 국민들이 일본보다 더 나은 노년을 보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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