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럭스토어(Drugstore)란 의약품을 중심으로 화장품, 위생용품, 일용잡화 등 일상생활에 편리성을 향상시켜 주는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소매업태다. 이같은 정의를 내리자면, 표현 그대로 약료(藥療)와 스토어 비즈니스가 공존하는 약국의 개념으로 이해가 간단한 듯하지만 실제로는 이에 적합한 모델을 찾아보기 어려워 드럭스토어라는 용어는 차라리 ‘死語’에 가까웠던 것이 국내 약국가의 현실이었다. 이미 20세기 초부터 발달한 미국의 드럭스토어나 70년대에 등장한 일본의 드럭스토어 같은 형태는 약사에 의한 약국개설만이 허용되고 있는 국내 약업환경 아래서는 자리잡기가 어려웠으며 외국의 경우 법인의 형태가 일반화된 만큼 부정적으로 인식되기까지 했던 것. 약국가에 진출한 올리브영이 드럭스토어를 표방하며 약사 단체의 거센 반발로 경찰 조사까지 받아야 했던 사건도 불과 몇년 전의 일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약사들의 사고방식이 다양해지고 약국의 옷차림이 조금은 요란()해지기 시작했다. 약국 자발적으로 편의점이나 수퍼마켓 등 부대매장을 끌어안는가 하면 약사의 자존심을 앞세워 취급을 꺼렸던 다양한 잡화들을 주저없이 옮겨다 놓고 있다. 수퍼·편의점 접목 약국(CVS) 급부상 최근 들어 약국에 편의점 및 슈퍼를 결합한 이른바 CVS(Convenience Store)형 모델이 급부상하고 있다. 드럭스토어를 추구해 왔던 약국 체인업체 베데스다가 최근 평택에 편의점을 접목시킨 리모델링 약국 제 1호점을 개설한 데 이어 SK의 OK마트 역시 유사한 개념의 드럭스토어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나서 새로운 개념의 약국모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약국은 약국체인을 통하지 않고 편의점 유통업체를 물색하거나 이마저도 예속을 원치 않는 약국은 아예 ‘나만의 드럭스토어’를 구상하는 등 자발적인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베데스다가 제시하고 있는 드럭스토어 모델은 35평 약국을 기준으로 할 때 17평을 편의점으로 할애하고 아르바이트 직원 1명을 배치, 25%~27%의 수익을 발생시키는 시스템. 예상 매출에 따른 마진 시스템을 살펴보면, 일일 매출 150만원을 가정할 경우, 150만원×30일=4,500만원(월 매출)×30%(마진율)=1350만원×65%(본사로열티35%공제마진율)=878만원-인건비 250=628만원으로 산정돼 약 600만원의 이익 달성을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베데스다 관계자는 “94년부터 줄곧 드럭스토어를 준비하고 추진해 온 결과, 한국의 시장성을 감안할 때 새로운 드럭스토어의 컨셉보다는 고객의 인지도가 높고 편의를 제공하며 쉽게 경영할 수 있는 CVS모델을 약국에 접목시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고객의 만족과 약국의 매출 증대, 생산성의 확대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SK의 OK마트 역시 기존 약국 가운데 입지조건 등을 고려해 자사 편의점인 OK마트를 입점시킬 계획으로 우선 50평형 모델약국을 개설해 시범 운영해 본 후 올해 안에 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5개 정도의 약국을 오픈할 예정이다. SK 헬스 사업팀 관계자는 “OK마트는 소규모 편의점을 운영한 경험이 많기 때문에 대형약국 뿐 아니라 크지 않은 기존 약국에도 효과적인 공간 활용을 도울 수 있는 아이디오를 보유하고 있다”이라고 강조했다. 개별약국의 자발적인 움직임도 주목되고 있다. 강동구에서 Y약국을 운영 중인 이 아무개 약사는 최근 용인의 아파트 상가 수퍼를 인수해 약국을 함께 개설, 이전할 계획으로 현재 리모델링에 착수한 단계다. 서초구 울트라약국의 경우 의약분업 이후 의원이 없는 입지적 특성을 감안해 자발적으로 편의점을 유치해 고객을 확보하고 있으며, 마포구의 세명약국도 세명슈퍼와 나란히 간판을 내걸었다. CVS와 HBC형 양립체제 HBC(Health&Beauty Care)형 드럭스토어는 말 그대로 의약품이나 건강식품과 함께 화장품 일용잡화 등을 한 공간에서 판매하는 소매유통업으로 1930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같은 HBC형 모델은 국내 최초의 드럭스토어인 제일제당의 올리브영이 유일하게 채택하고 있는 방식으로 국내에서는 최근 붐을 조성하고 있는 CVS형 모델과 양립하고 있다. 올리브영의 드럭스토어는 현행법의 제한으로 잡화매장에 임차형식으로 입점하는 소극적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외관상 선진국형 드럭스토어에 가장 근접한 형태. 약 50∼100평 규모의 점포 내에 약국을 포함한 헬스케어존(Zone)과 화장품 중심의 뷰티케어존을 핵심으로 고객들의 구매 편의성을 위한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올리브영의 최우석 HBC 사업팀장은 “올리브영이 처음 약국가에 진출할 당시만 해도 약사단체의 거부감이 컸었지만 기존 4개의 매장과 함께 올해 5월 선릉점이 추가돼 꾸준한 개설이 이뤄지고 있으며 지역 약사회를 통해 약국을 소개받기도 하는 등 약국가의 변화를 체감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HBC형 약국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건강, 미용, 식품 등 관련산업의 발전과 이들 제품을 적시적소에 배송할 수 있는 유통체계의 확립, 소비자인식의 변화 등 제반조건이 동시에 충족돼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최근 CVS형 약국사업을 전개한 베데스다 역시 94년 창립 이래로 미국 등 선진국형 드럭스토어를 벤치마킹해 HBC형 드럭스토어를 지향해 왔다가 최근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베데스다 정성근 실장은 “건강 식품과 건강기구 등을 취급해 제품 영역을 늘여왔으나 국내시장이 성숙치 않았고 고객의 인지도와 제품의 질이 떨어졌던 90년대에는 고전한 것이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기존체인도 드럭스토어 본격 검토 약국 체인업계는 약업환경 변화와 소비자 니즈를 감안할 때 국내 현실을 반영한 한국형 드럭스토어 개설이 임박했으며 앞으로 이는 기존 조제전문 약국과 함께 미래약국의 한 형태로 양립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드럭스토어를 지향하지 않는 약국 체인업체들도 드럭스토어를 본격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온누리건강은 ‘고객지향형 드럭스토어 개발’을 상반기 중점사업으로 삼고 약국의 입지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약국모델을 적용시킬 계획이다. 메디팜 역시 앞으로 문전약국이라도 OTC를 판매하지 않으면 수익창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 아래, 40평 규모의 OTC주력 모델약국 개설을 준비중이다. 현재 서울지역 5개 상권을 대상으로 검토 중인데 올 하반기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리드팜은 대다수 회원이 대형약국인 만큼, 드럭스토어에 대해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 기존 회원약국의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수정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리드팜 김좌진 부사장은 “국내 현실상 정면으로 접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화장품, 부외품 등 파트별, 단계적인 접목으로 특성화시켜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입지별 탄력적 머천다이징 요구 드럭스토어는 수용자의 해석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가능하다. 일단 기본적으로 의약품 외의 다른 제품을 제법 체계적으로 취급, 운영하는 공간을 할애하고 있다면 드럭스토어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으며 이후 운영방식은 지극히 유동적일 수 있다. 최초로 미국에서 태동한 드럭스토어는 출점시부터 드럭 스토어 포맷을 정형화하여 개점해 약과 일상필수품을 동시에 취급하기 시작한 형태로 ‘월그린’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를 벤치마킹한 일본의 경우, 약국이 고객의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 일상 필수품을 확대 도입하면서 자연스럽게 일본형 드럭스토어로 발전시켰다. 올리브영 약국 가운데 대학가에 위치한 이대점이나 유흥가인 압구정의 경우, 패션상품이나 뷰티 제품이 주종을 이후고 있으며 오피스가의 선릉이나 신사점은 문구류나 음료의 취급을 강화하는 등 입지별로 차별화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뷰티용품이 강화된 경우 건물내에 미용실이나 스킨케어 등 유관업종을 유치하는 방법도 시도되고 있다. 현재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을 입점시킨 약국도 입지적 특성이 고려된 선택이다. 베데스다 남서울약국은 분업전 대형약국을 드럭스토어로 변신시켜 공간효율성을 높인 경우이며 수퍼와 접목시키려는 일부약국의 시도도 의원이 적은 대신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SK 헬스사업팀의 박경호 씨는 “약국이 드럭스토어를 구상하는 목적은 단순히 부가 수익을 원하는 경우와 부가수익보다는 드럭스토어 유치를 통해 약국 입점률을 높이려는 경우, 두 가지로 요약된다”며 “점포가 입점할 공간과 주변입지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통해 서로 조화된 공간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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