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4월 중순부터 시행된 의료법 개정안으로 국내 병·의원들은 오는 4월 중순부터 외국인 환자를 직접 유치하거나 대행기관을 통해 소개받을 수 있게 되었다. 정부는 2013년까지 해외환자를 12만명 유치하고 2018년까지는 30만명으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해외환자 유치에 청신호가 울린 것 같다. 하지만 해외환자 유치를 위해서는 다음 문제점들을 극복해야 한다.

 

1. 언어 차이


외국에 살아본 사람들은 안다. 처음 외국에 갔을 때 아무리 통역이 쫓아다니더라도 웅성거리는 외국어는 사람을 당황하게 한다. 외국인이 국내 병원에 왔을 때 아무리 전담 통역이 쫓아다니고 의사, 간호사가 외국말을 잘해도 편치 않다. 입장을 바꾸어서 여러분이 미국병원에 입원을 했다고 가정을 하자. 한국어 통역이 쫓아다닌다고 해서 언어적 문제가 극복이 되는 것이 아니다.


언어적 문제가 극복되기 위해서는 병원 곳곳에 외국어를 하는 직원을 채용해야 한다. 그렇게 자유자재로 외국어를 하는 이들을 식당에도 배치하고, 매점에도 배치하고, 원무과에도 배치한다고 하면  그 비용이 엄청나다. 따라서 내국인 비중이 절대적으로 큰 대형병원이 외국인 환자를 위해서 직원을 채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싱가포르 래플즈 병원처럼 해외환자 유치에 사활을 거는 전문병원을 만든다면 모를까 기존병원이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중동의 부유층은 영어 사용이 자유롭다. 그들이 미국, 영국, 인도에 가서 치료를 받으면 어디에서나 영어를 사용할 수 있다. 싱가포르 래플즈 병원을 이용하는 화교들은 중국말로 병원 내에서 자유자재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영어와 중국말을 전 직원이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병원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 SK, 삼성, 현대 같은 대기업도 일정 수준 이상 토익점수를 받는 사람들을 뽑아도 그 중에서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한국에서 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직원을 병원에서 뽑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인건비를 지불해야 할 지 한번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2. 문화적 차이


해외의료관광에 사활을 걸고 있는 단체나 병원들이 주시하고 있는 곳이 경제력에 비해 너무나 형편없는 의료시스템을 가진 ‘중동’국가라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우리가 경제력에 비해서 너무나 형편없는 의료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중동이 좋은 의료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을 하자. 당신은 그 열사의 나라, 회교국가에 가서 치료를 받겠는가? 그 나라 음식, 그 나라 기후를 생각하면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치료를 받기를 원할 것이다. 만약에 굳이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 문화적으로 익숙한 미국이나 일본에 가서 치료를 받을 것이다.


영화, 드라마, 뉴스 등을 통해서 미국은 전 세계인에게 다 친숙한 나라다. 그 것이 미국이 의료관광에서 가지는 결정적인 장점이다. 중동인에게는 영국이 우리보다 더 친숙하다. 힌두교에 대한 배타적 감정을 제외하면 인도가 중동인에게는 우리보다 더 친숙할 것이다. 싱가포르는 회교국가는 아니지만 말레이시아라는 회교국가 옆에 있어서 이슬람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우리보다 높다. 베트남 인에게는 태국, 싱가포르, 필리핀이 우리보다 더 친숙하다. 얼굴 모양부터 말의 엑센트가 그렇다. 중국인에게는 두말할 것 없이 대만, 홍콩이 더 친숙할 것이다. 더군다나 말도 같다.


우리나라 병원이 외국인을 진료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그런 연습을 위한 대상자는 바로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다. 국내에 거주하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을 진료하면서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치료받을 때 어떻게 해야 편한지 학습해야 한다. 러시아 파키스탄 이란 태국 베트남 몽골 거의 대부분 국가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일을 한다. 그들에게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처럼 좋은 홍보수단도 없다. 그들이 한국에서 좋은 치료를 받으면 그것이 본국에도 알려질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유치활동을 할 수 없고 국내 광고도 금지된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서 수가도 높지 않고, 언어도 잘 통하지 않아서 국내 병원들이 치료를 기피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해외 거주 외국인 유치에 성공하고 싶으면, 국내 거주 외국인부터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3. 거리 차이


베트남에서 한국이 가까울까, 아니면 태국이나 싱가포르가 가까울까? 물어보나 마나다. 태국이나 싱가포르가 더 가깝다. 중동에서 중국과 한국 중 어디가 더 가까울까? 중국이 더 가깝다. 여행경비를 고려할 때 우리는 그만큼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해야만 상대적으로 먼 곳에 있는 고객을 데리고 올 수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언어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외국어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데 거기에는 큰 비용이 든다. 각 나라의 언어와 규제에 맞게 청구프로그램, 진단서발부 프로그램, 의료사고 대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초기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 그런데도 표적시장에 근접한 경쟁국가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 낮은 가격을 제시해도 문제다. 싱가포르 태국 중국의 경쟁 상대들도 환자를 뺏기지 않기 위해서 가격을 더 낮출 것이다. 진입자인 우리나라가 그 경쟁에서 승리하고 이윤도 확보할 수 있을까? 결국 거리가 경쟁력이다.


거리라는 점에 있어서 우리의 표적시장은 러시아 중국 일본이다. 일본은 엔화강세로 인해서 성형, 미용 등 비급여 진료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일본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굳이 암진료를 받거나, 심장수술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은 앞서 말했듯이 대만 홍콩 싱가포르 같이 언어가 잘 통하는 곳이 있다. 그리고 중국의료의 발전은 눈부시다. 아마도 몇 년 안에 우리와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거리에서도 경쟁력을 가지고, 의료시스템도 안 좋은 곳은 극동에 위치한 러시아다. 러시아 자체는 큰 시장이다. 하지만 우리와 거리가 가까운 연해주는 그 시장이 좁고 중국, 일본과 경쟁을 해야 한다.

 

4. 국가 브랜드


미국 사람이 심장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인도의 병원과 한국의 병원 중 어디를 선택할까? 우리는 당연히 한국의 병원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은 인도의 병원을 선택한다. 중국환자들이 아시아에서 가장 의료가 많이 발달한 나라는 어디라고 생각할까? 당연히 일본이다. 우리의 국가 브랜드는 미국 등 선진국 환자를 유치하기에는 아직도 모자란다.


가격이 낮다는 것만으로 미국 보험사와 제휴를 해서 미국 환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다. 당신이라면 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태국에 가서 기꺼이 수술을 받겠는가? 어쩔 수 없다면 모르지만 많이 망설일 것이다. 지금은 엔화가 강세여서 우리가 일본에 비해서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다시 원화가 강세가 되면 일본이 경쟁력이 있게 된다.


우리는 양질의 의료기술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앞서 기술한 네 가지 제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쟁상대들을 압도할 수 있는 의료기술이 필요하다. 한 마디로 말하면 전 세계에서 우리만 할 수 있는 의료기술이 필요하다. 쿠바가 한 때 선진국 병원도 포기한 망막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해서 환자들이 몰린 적이 있었다. 러시아가 라식수술을 개발한 후 한 때 고도근시환자들이 몰린 바가 있었다. 남들이 못하는데 우리만 할 수 있는 의료기술이 속속 개발될 때 진정한 의료경쟁력이 생기는 것이다.

 

5. 환율


지금은 해외환자유치에 최고의 적기다. 원화가 달러, 엔화, 위안화에 대해서 동반약세다. 하지만 원화약세는 수출증대, 서비스수지 개선, 외국인 투자확대로 이어진다. 결국 수 년 안에 원화가 다시 강세가 될 것이다. 해외환자 유치를 위해서는 원화 약세가 바람직하지만, 우리나라가 앞으로 계속 원화 약세가 된다는 것은 한국경제가 계속 취약한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나라가 취약한데 의료만 강할 수는 없다.


앞으로 수년 후 원화강세로 돌아서게 되면 우리나라를 찾던 외국환자들은 자국진료를 선호하게 된다. 그 시점이 해당국가의 의료수준이 올라가고 의료보험제도가 정비되는 시점과 맞아 떨어지게 되면 해외환자는 어느 순간 급감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해외환자 유치는 병의원이 사활을 걸고 덤빌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수가가 높은 경우는 병원 수익률을 일부 높이기 위해서 시도해볼만 하다. 재테크 용어를 빌리자면 고수익을 위한 분산투자 차원에서 시도해 봄직하다. 문제는 초기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언어 인프라, 각국의 기준에 맞는 의무기록 작성, 청구 프로그램, 의료사고대처 등 예상치 않은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 그냥 외국말 좀 하는 의사와 직원이 있고 깨끗한 1인실이 있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국내환자도 보고 해외환자도 보겠다는 식으로 양다리 걸치기를 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소위 빅포(Big 4)를 비롯한 대형병원의 입장에서 해외환자는 어디까지나 수익률은 높지만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낮은 특화상품에 불과하다. 계속적으로 손실을 감수하면서 끌고 가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중소병원의 경우 해외환자 진료에 사활을 건다면 나름대로 성공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 년 뒤 찾아올 원화 강세와 해당국가의 의료의 질, 의료보험제도 개선은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이다.

초기에 손해를 감수하고 집중적 투자를 해서 길게는 1~2년, 짧게는 3~4년 이익을 본 후 급격히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수익률은 다소 낮더라도 국내환자를 대상으로 꾸준히 투자하는 것이 더 안정적이고 바람직한 전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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