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약지도의 중심은 언제나 ‘환자’[186호]

adminl승인2010.12.18 10: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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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도록 말 많이 시켜 정보 수집한 가족은 한 공간에 저장
90세 노인 지속적 위장출혈 복약 체크해 아스피린이 원인 밝혀

 

대전 대덕구 법동 신생당약국 주향미 약사

 

충남대 약학대학 약학과 졸업
현 대전약사회 약학 한약이사.
2006년 전국 복약지도 경연대회 동상
2008년 서울시약, 약업신문 주최 복약지도 시나리오 공모전 우수상.
2010년 중부권약사 학술대회 논문 우수상
2010년 약사공론주최 동영상 복약지도 경연대회 장려상.


의약분업이후 약국의 위상이나 약사의 직능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고 그로인해 국민들의 약국이나 약사에 대한 시각도 변화되었고 다양화 되었다고 본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국민들이 약사에게 기대하는 기대치는 다른 어느 나라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높으며, 그 결과인지는 모르겠으나 약사에 대한 신뢰도 또한 높은 편이다.


그러면 이런 약사에 대한 높은 기대치나 신뢰도의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난 그 이유를 우리 선배 약사님들께 찾고 싶다.
의약분업이전 그 힘들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늘 환자와 주민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했던 선배 약사님들이 세워놓은 약사의 위상이 의약분업이후 많은 변화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 사회에서 우리 약사들을 신뢰하는 밑거름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난 약국을 경영하고 환자를 대하는데 있어서 선배약사님들이 그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이것이 내가 복약지도의 중심을 늘 환자에게 맞추는 이유가 된다.

 

우리약국은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위치해있다.
상가 2층에 가정의학과가 있기는 하나 내가 수용해야하는 처방전은 대학병원 처방전부터 산재의료원, 보훈병원을 포함해 내과, 소아과, 피부과 심지어 가끔은 타지방 처방전까지도 포함되어 있다.


이런 환경은 내게 많은 종류의 의약품을 구비해야하는 번거로움과 많은 불용재고 의약품을 떠안아야하는 경제적 희생을 요구하고 있으나 환자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배우게 해주는 장점도 있기에 내가 환자중심의 복약지도를 더 쉽게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의약분업이 시행 된지 10년을 넘긴 지금의 시점에서 약에 대한 지식이나 복약지도 방법에 대해 넘치도록 많은 정보들이 제공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대한민국 어느 약국에 가더라도 최고의 복약지도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현실에서 내가 행하는 복약지도 역시도 다른 약국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믿지만 아는 것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의미에서 내 복약지도의 원칙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1.환자 개개인의 상태를 고려하자.

예외가 있긴 하나 대부분의 환자들은 병원에서는 말을 아낀다.
아주 기본적인 자기 정보도 병원엔 제공하지 않으면서도 알아서 다 해주기를 기대한다.
환자 본인이 특정 약물 알레르기가 있어 매 번 병원에 가면 진료 전에 꼭 말해야 한다고 하면서 약국에서 친절하게 카드까지 만들어 줘도 똑같은 약을 처방받아 올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특정한 약물을 계속 복용하고 있으면서도 처방전 발행 시 말하지 않아 병용금기 약이 처방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처방전을 건네받는 약사는 이런 점을 고려해 항상 환자의 상태를 물어보고 가능하다면 환자의 정보를 기억해두거나 기록에 의해 저장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처방전대로 조제를 하고 조제 전에 약물 특이반응에 대해 물어봤더라도 일단 약을 먹고 문제가 발생한다면 약사에게 책임이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꼭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내 약국의 환자가 정확히 처방받고 정확히 투약 받아 질병이외의 것으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약사의 책임이며 의무라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병원에서와 마찬가지로 약국에서도 먼저 자신의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환자의 정보를 알 수 있을까?


되도록 환자에게 말을 많이 시키는 것이다.
환자의 모든 정보는 환자의 말 속에 다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정보들을 일회성으로 만들지 말고 기억을 해두고 기록에 의해 저장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환자의 말을 모두 믿지는 말라는 것.
환자들은 자의든 타의든 거짓정보를 제공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이러한 이유로 때론 투약이나 복약지도에 실수가 생기기도 하고 때론 약국과 약국 간에 혹은 병원과 약국 간에 마찰이 생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되도록 많은 정보를 환자에게 이끌어내되 판단은 약사 자신이 현명하게 해야만 한다.

 

2.환자의 경제력을 고려하자.

가장 좋은 약을 가장 적절하게 투약하는 것이 환자를 위해서 바람직한 일이겠지만 때론 경제적인 문제에 당면할 때가 있다.
그렇더라도 약사는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환자를 대해야 한다.


얼마 전 우리약국에 90세를 넘긴 할아버지 부부와 자식 며느리가 온 적이 있다.
내과에서 내시경을 했는데 위장출혈이 있어 큰 병원에 가서 출혈의 원인을 검사 해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가정 형편상 그런 검사비용을 감당하기도 힘들고 무엇보다도 할아버지께서 입원하고 검사하는 과정을 거부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경제력이었으나 그 연세에 힘들게 입원하고 검사하느니 살만큼 사셨으니 집에서 해결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 약국에 와 출혈을 멈출 수 있는 약을 달라고 했다.
과연 이런 경우 약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어떻게든 환자와 가족을 설득해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게 하는 게 최선이나 이미 그 방법은 통하지 않는 단계였다.
그렇다고 그냥 돌려보내 가족끼리 알아서 하게 둔다는 것은 그래도 날 믿고 약국에 찾아온 그분들에게 내가할 수 있는 최선은 아니었기에 무엇인가 도움을 드리고 싶었다.


복용 중인 다른 약은 없고 고혈압약을 꾸준히 투약 중이신데 그 중에 아스트릭스(아스피린 장용피입자가 든 캡슐제)가 포함되어있는 것이 기억이 났다.

 

과거 처방 내역을 열어 다시 한 번 확인을 하고는 환자 보호자에게 병원에 모시고 가는 것이 원칙임을 설명하면서 일단 약 중에 아스트릭스를 빼고 복용토록 하면서 경과를 보고 그래도 더 심해지면 아무리 힘들어도 병원에 모시고 가야한다고 설명을 했다.


다행이도 출혈은 멈췄고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출혈 증상은 없었다.
지금은 아스트릭스를 빼고 처방을 받고 있으며 의학적으로도 더 이상 출혈은 없다고 한다.
이 일로 환자와 환자의 가족들이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해왔고 약사인 나는 아주 사소한 일이지만 무엇인가 보람된 일을 한 것 같아 두고두고 기분이 좋았다.

 

3. 할 수 있으면 가족을 하나로 묶자.

몇 년 전만해도 환자들이 의료보험 카드를 직접 들고 와 한 가족을 하나의 공간에 저장하는 것이 편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병원이나 약국에서 환자의 주민번호로 수신자를 조회하는 시스템으로 인해 모든 환자들이 개별적으로 등록되게 되어있다.


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이전처럼 한 가족을 하나로 묶어 한 공간에 저장해둔다면 약국이나 환자 모두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
가족력이나 병력 등 환자에 대해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되고 환자의 신뢰를 이끌어내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삼일 전 일곱 살짜리 소연이가 엄마랑 감기로 처방을 받아 왔고 오늘은 언니가 다시 감기로 처방을 받아 왔으며 그 사실을 약사가 기억을 하고 있다면 “소연이는 좀 어때요?” 라고 물어주는 한마디에 엄마의 태도가 바뀌는 것처럼 환자들은 약국에서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자신들에 대해 기억을 해주면 특별대우를 받는 듯 기뻐한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약사에 대한 신뢰로 이어질 수 있고 이 신뢰가 올바른 복약지도의 밑거름이 된다는 것은 많은 경험으로 알 수  있다.

 

4.전화를 귀찮아하거나 두려워하지 말자.

약국 내에서 하기 싫은 일을 꼽는다면 그 중 하나가 병원이나 환자의 집에 전화를 하는 것이고 그중에 더 힘든 일이 병원과 통화하는 일 일 것이다.
하지만 병원에 전화를 하는 일은 환자를 위한 일이고 결국엔 병원이나 약국 모두에게 득이 되는 행위이다.


그런데도 약국에서 병원에 전화를 하는 것을 꺼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 약사들에게 전혀 책임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먼저 전화를 걸어야 하는 것은 대부분 약국이기에 약국에서 통화의 요령만 터득한다면 병원에서 약국의 전화를 꺼려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병원과 약국은 환자를 통해 하나로 묶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DUR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병원과의 통화는 더 늘어날 것이고 그만큼 약국과 병원과의 통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늘 것이라고 본다.
그렇기에 약사는 병원과의 통화를 귀찮아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더 많이 활용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복약지도에 있어서 의약품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고 본다.
병용 금기 약물이나 임산부 금기 약물 또는 연령별 금기약물을 체크하고 알아내는 일과 약물 부작용에 대해 정확히 알고 복약지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는 열 번을 강조해도 부족하리라 본다. 더불어 환자의 질병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식습관과 운동요법 등 약 이외의 부분에 있어서의 복약지도 또한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난 이 중요한 일의 중심에 늘 환자가 있다는 것과 그 어떤 것보다도 환자가 먼저란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선배 약사님들이 늘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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