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마케팅 이론은 고객을 이성적인 존재로만 보고, 고객은 합리적으로 소비자 효용을 판단할 수 있고, 정교한 분석 하에 소비자 효용을 극대화하는 최적의 의사 결정을 내린다는 실용주의적 가정을 한다. 하지만, 고객들은 이성보다는 오히려 감정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고객들은 매우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환상을 만족시켜 줄 방법을 찾아야 진정한 의미의 고객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고객 기대 가치 넘어서는 감동


고객이 기대하는 가치는 콘셉트와 품질로 제공할 수 있겠지만 고객들은 이것에 열광하지는 않는다. 고객이 기대했던 것 이상의 자부심과 감동이 있을 때 고객은 그 브랜드에 강하게 이끌린다. 아이폰이나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는 고객이 기대하는 가치를 넘어서는 감동을 제공하여 열광하는 고객층을 만든 대표적인 사례이다. 고객에게 감동을 선사해 주는 러브마크(Lovemark)와 세렌디피티(Serendipity)의 사례와 구현 방안을 살펴본다.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인 아이폰을 사기 위해 12시간 전부터 매장 앞에 와서 밤을 세워기다리는 열광적인 팬들을 보면 합리적 소비자와 실용주의적 소비 선택 가설을 넘어서는 아이폰만의 매력이 있음을 느낀다. 이러한 현상은 아이폰에서만 나타난 것은 아니며, 할리 데이비슨이나 미니(BMW)도 매니어 그룹이 있어 굉장히 활발한 동우회 활동을 하고 있다.


또, 라스베가스를 생각해 보자. 꼬박 7~8시간을 자동차로 달려가게 만드는 도시의 매력은 무엇일까? 효율을 강조하는 이성적인 의사 결정만이 있다면 연간 천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리지는 않을 것 같다.

 

한국의 사례로는 만포주유소가 있다. 이곳은 고속도로에서 삼랑진 IC를 빠져 나와 700m를 달려가야 하고, 휴지와 같은 일반적인 사은품을 제공하지 않는 데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대형 차량이 진입하기 쉽게 주유소 지붕을 높이고, 기사를 위한 자가 정비 설비, 엔진교환설비, 샤워실, 식당, 수면실, 탁구대, 당구대, 심지어는 골프연습장, 퍼팅연습장, 노래방, 가족을 위한 낚시터, 바베큐 시설을 제공하여 만포나이트라고 불린다. 


이러한 회사들을 보면 열광하는 고객층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고객의 관점에서 보면 경쟁사가 제공하지 못하는 감동을 주는 차별적인 특징이 있다. 열광하는 고객군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객이 인지하는 가치가 고객이 초기에 기대했던 가치보다 훨씬 커야 할 것이다. 

 

고객에게 자부심을-러브마크


누구나 좋아하지만 아무도 열광하지 않는 제품이라면 아이폰처럼 성공하기 어렵다. 러브마크는 남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또는 보여 주고 싶은 자부심으로 콘셉트와 품질의 기본 위에 고객의 욕망을 자극한다. 러브마크는 크게 디자인, 스토리, 영감 제공의 형태를 띤다. 


디자인을 잘 활용하면 제품을 사용하고 서비스 받는 각 단계에서 감각을 깨우고 들뜨게 하며 매혹적인 이미지를 기억하게 도취시킬 수 있다. 부드럽고 단순한 모양의 아이팟 터치(시각), 코카콜라의 탄산음료 터지는 소리(청각), 아쿠에어 샴푸의 풋풋한 향내(후각), 잇몸에 좋을 것 같은 죽염 치약(미각), 줌-인/아웃으로 조작하기 쉬운 아이폰 User interface(촉각) 등이 좋은 사례이다.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분석하기 전에 무의식적으로 감지하고 느끼는 반응이 먼저 일어나기 때문에 감각적 디자인이 중요해 지는 것이다. 특히, 첫 눈에 반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의 감각 기능 중에 시각적 인지가 가장 빠르다. 또한, 우리가 습득하는 정보 중 83%가 시각적인 것이며, 11%가 청각, 3.5%가 후각, 1.5%가 촉각, 1%가 미각과 관련된 것일 정도로 시각중심 적이기 때문에 디자인의 시각화를 잘 연구할 필요가 있다.


영감(inspiration) 마케팅은 디자인, 스토리와 함께 러브마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이며, 코틀러가 제시하는 마켓3.0의 핵심이다. 커뮤니티, 문화, 종교 등을 잘 활용하면 공감, 헌신,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강한 연대감을 창출하고 친밀감을 통해 브랜드를 자신의 것으로 느끼게 할 수 있다. 코틀러는 마켓3.0을 리드하는 기업들은 단순한 고객 만족이나 이익 실현을 넘어서서 좀 더 큰 미션과 비전을 통해 가치를 실현하고 세상에 기여한다고 설명한다. 마슬로우의 욕구 5단계를 보면 인간의 욕망에도 생존과 안전, 애정과 소속감 욕구가 충족되면 존경 받고 자아를 실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제품을 사용하면서 품격이 높아지고 존경 받는 느낌이 든다면 고객은 더욱 열광하고, 월급도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제품을 홍보(word-of-mouth)할 것이다. 최근 아이폰을 사서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받은 다음에 열심히 사용법을 친구에게 알려주는 애플빠라고 불리는 매니어 층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고객에게 뜻하지 않은 감동을-세렌디피티


세렌디피티는 뜻하지 않은 감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데 의외의 놀라움이나 즐거움을 선사함으로써 홍보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고객우선주의로 성공한 회사들을 보면 대부분 전설적인 서비스 사례(Service myth)를 가지고 있다. 가령, 노드스트롬 백화점은 초기 성장할 때 고객의 요구에 따라 매장에서 팔지 않는 타이어를 반품 처리해 주었다거나, 색깔이 다른 구두를 왼 발 오른 발 각각 1짝 씩 판매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최근 아마존에 매각된 자포스는 신발 전문 온라인 유통업체로 익일 배송, 무료 반품은 기본이고 통화 시간을 재지 않는 고객 센터와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는지 평가하는 통화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급격히 성장하였다. 이 회사는 고객이 병든 어머니를 위해 구두를 선물로 샀는데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반품은 물론 꽃다발과 여러 팀원이 애도의 글을 적은 카드로 서비스 전설을 구축하였다. 현대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시도한 ‘실직하면 차를 돌려받아 준다’는 프로모션도 소비자가 처한 상황을 감성적으로 이해하고 있고 기업이 단순히 물건을 팔기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 한다는 느낌을 주어 일종의 전설을 만든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가벼운 제안을 통해서도 고객에게 뜻하지 않은 작은 감동을 줄 수 있다. 고객의 평소 행동 패턴을 잘 분석하여 좋아할 만한 아이디어가 생기면 제안해 주는 것이다. 가령 아이팟에서 고객이 자주 듣는 음악의 장르를 분석했다가 그 장르의 다른 곡이나 최신 곡을 추천해 주는 임의 추천 기능을 예로 들 수 있다. 또한 트위터에서 주변에 있는 일촌과 우연한 만남을 알려 준다든지, 향후 스마트 TV에서 야구를 관전하고 있을 때 특정 선수의 팬들 사이에 상호 간의 이상형 유형에 따라 메신저 교환을 제안해 준다든지 하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


비즈니스 모델 융합은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혼합하여 고객이 기대하지 않았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개방과 공유를 추구하는 웹2.0의 세계에서 이러한 모델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가령, 스카이프는 세일즈포스닷컴과 연계하여 무료 인터넷 전화를 제공하고 있으며, 페이스북에서는 페이스북 머니를 각종 사이트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비디오를 공유할 수 있게 해 준다든지, 인터넷 전화를 무료로 쓰게 해 주고 있다. 앞으로는 구글에서도 무료 인터넷 전화가 가능해져,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면 언제 어디서나 거의 공짜에 가까운 요금으로 통화를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러한 융합 서비스들은 스마트폰 고객에게는 구매할 때 생각지 않았던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러브마크와 세렌디피티 발굴하기


컨셉과 품질은 고객이 의식적으로 인지하는 가치이며 고객 가치의 기본이지만, 열광하는 고객을 가진 브랜드를 만들려면 콘셉트와 품질 이외에 특별한 느낌을 주는 플러스알파가 필요하다. 또한 고객이 잘 의식하지 못하던 환상을 충족시키는 방법으로 러브마크와 세렌디피티를 구현해야 한다. 젊은 남녀가 처음 만나서 데이트를 계속할 것이냐 하는 중요한 의사 결정도 첫 인상이나 대화를 통해서 느껴진 호감 등이 작용하듯이,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보고 구매 여부를 결정하거나 재구매할 때에도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감각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가 있다. 고객이 머리 속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속성을 비교 분석하는 지가 결정되기 전에 몸에서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전통적인 마케팅 이론은 고객을 이성적인 존재로만 보고, 고객은 합리적으로 소비자 효용을 판단할 수 있고, 정교한 분석 하에 소비자 효용을 극대화하는 최적의 의사 결정을 내린다는 실용주의적 가정을 한다. 하지만, 고객들은 감정에 크게 영향을 받으며, 매우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환상을 만족시켜 줄 방법을 찾아야 진정한 의미의 고객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마케팅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를 이성적 사고만 하는 존재로 간주하거나 모든 소비자를 성향이 같은 단일 개체로 보아서는 안 된다. 


물론 고객 인지 가치의 기본은 가격에 상응하는 콘셉트와 품질이며, 기본이 갖추어 지지 않은 제품에 러브마크와 세렌디피티를 아무리 시도한다고 해도 의미는 없을 것이다. 반짝 주의를 끌지는 몰라도 어색함과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다. 진정으로 고객을 사랑하고 아끼며,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을 특별하게 대우하는 기업의 깊은 사랑이 배어 있는 러브마크와 세렌디피티가 존경받고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들 것이다. 

<자료제공-LG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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