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 전략>은 김위찬, 르네 마보안 교수가 지은 책으로 2005년도에 출간이 되어서 작년도 까지도 인구에 회자된 경영 도서 중 하나였다. 경쟁에서 한 발자국 비껴서 새로운 시장을 찾는 방법을 제시한다고 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블루오션 전략이 미국에서 히트 친 이유는 경제 상황과 관련이 많다. 미국기업은 처음에는 일본, 그 다음에는 한국을 위시한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이제는 신흥 시장인 중국, 인도의 기업에 마저 비교 우위를 잃어가고 있다. 두려움과 불안함에 떠는 미국기업들의 입장에서는 경쟁이 덜한 새로운 시장을 찾을 수 있다는 내용에 매력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번역본이 출판되었던 시기 한국 기업들이 느끼는 두려움도 미국 기업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유사했다. 많은 산업 분야가 중국에 의해서 비교우위를 잃어가고 있었다.


사실 블루오션 전략은 그 동안 경영학에서 지속적으로 다루어온 차별화라는 개념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차별화라는 개념을 블루오션이라는 감각적인 표현으로 재치 있게 포장하면서 널리 알려 진 셈이다.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는 새로운 시장을 인지하기 위해서 살펴야 하는 여섯 가지 영역을 제시한다.

 

1. 대안 산업을 관찰하라


내과와 외과는 서로 보완을 하는 부분도 있지만 일정 부분은 대체 산업의 성격을 띠기도 한다. 내시경으로 초기 위암을 제거하는 시술이 그 한 예다. 내과 전문의의 입장에서는 기존의 내과 진료 영역 내에서 타 병원과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외과적 수술이 가능했던 질환을 내시경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을 도입한다면 그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새로운 시장을 발견했다고 할 수 있다.


라식 수술은 과거에는 안과 의사의 진료 영역에서 벗어나 있던 근시 교정을 안과의 새로운 시장으로 개척한 예다. 라식 수술 이전 환자들은 렌즈나 안경을 착용했고 렌즈나 안경 판매는 병의원이 아닌 안경점에서 이루어졌다. 지금은 라식 수술 때문에 근시 교정이 의사의 진료 영역에 포함되었다. 만약에 누군가 노안을 레이저 시술로 교정하는 방법을 찾아내서 돋보기를 대체한다면 그것도 Blue Ocean 전략에 해당될 수 있다.

 

2. 산업 내 전략 그룹들을 관찰하라


전략 그룹은 특정 산업 범주 내에서 동일한 전략을 추구하는 기업 집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비보험 환자가 많은 네트워크 피부과의 경우 화려한 인테리어, 아름다운 여직원, 호텔 수준의 친절서비스를 통해서 높은 가격을 받는 것이 공통된 전략이다. 만약 인테리어 비용과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대신 꼭 필요한 치료만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는 전략을 가진 네트워크 피부과가 있다면 그는 전략 그룹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확인한 것이다.


내과 의원의 경우 낮은 의료보험 수가 때문에 다양한 내과 질환을 치료해서 내원 환자수를 최대한 늘리는 것이 공통된 전략이다. 하지만 내분비나 면역 계통의 희귀질환 환자만 전문으로 보는 내과 의원도 있다. 필요한 경우에는 입원실도 운영한다. 그러면서 보험에 해당 안 되지만 환자에게는 꼭 필요한 비급여 진료도 병행한다. 진단은 대학병원에서 받더라도 외래 진료는 개인 의원에서 받고자 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전국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특화된 내과 의원도 strategic group을 벗어나서 자신만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사례다.

 

3. 구매자 체인을 관찰하라


소아과에서 환자는 아이들이지만 고객(Buyer)은 그 부모라는 이야기를 흔히 한다. 노인병원의 경우 환자는 노인들이지만 고객은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그 가족이라고 이야기 한다. 이렇게 생각하고 운영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추세였다.


하지만 역으로 움직이는 의료기관도 있다. 최근에는 부모 자식의 관계가 바뀌어서 아이의 의견을 무시하지 못하는 부모도 많다. 부모 뿐 아니라 아이들도 고객로서 만족시키는 경영을 하는 소아과도 있다.

 

대다수 노인병원은 부양하는 보호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인테리어를 비롯한 시설에 신경을 많이 쓴다. 반면에 어떤 노인 병원은 눈에 보이는 시설적인 면보다는 노인들이 실질적으로 만족하는 서비스를 개발한다. 미래에는 점점 부유한 노인들이 스스로 병원을 선택하는 것이 늘어날 것이다. 그들을 고객으로서 유치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가격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서비스가 중요하다.


장례업체도 구매차 체인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현재는 고인이 사망한 병원의 장례식장이 장례 절차를 어떤 업자에게 맞길 지를 결정하는 데 있어 영향력이 크다. 장례식장이 중요한 구매자다. 하지만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장례 공제 상품에 가입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다. 현재보다 장례식장이 늘어나 시장이 포화 되면 시장의 헤게모니도 이동하게 될 것이다. 전국적인 장례사업 브랜드가 생기면 고객들이 장례식장이 아닌 전국적 지명도가 있는 회사를 통해서 장례 절차를 진행하고자 할 수도 있다.

 

4. 보완적 제품과 서비스 상품을 관찰하라


대형병원들이 저수가 때문에 진료 자체에서는 이득을 못 내고 장례식장, 건진 센터, 식당 임대, 주차요금 등에서 이득을 남기는 것은 엊그제 일이 아니다. 이것은 보완 관계에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서 시장을 확보하는 경우다. 피부과가 피부관리실을 두는 것도 비슷한 예다. 모발관리가 전문인 피부과가 웰빙 컨셉의 고가 미용실을 같이 운영 한다면 그것도 해당될 수 있다.


라식 시술을 전문으로 하는 안과가 라식 시술 후에 쌍꺼풀 수술을 시행한다면 이것도 보완적 서비스 제공일 수도 있다. 라식 수술을 하는 환자의 상당수는 안경이나 렌즈 착용의 불편함 보다 미용상의 문제로 수술을 하기 때문이다. 라식 시장이 포화가 되면 눈에 미치는 기능적 측면을 강조하면서, 쌍꺼풀 수술이나 눈가 주름제거를 전문으로 하는 안과 네트워크도 생길 수 있다.


자신이 행하는 임상진료과목과 관련된 보완적 서비스를 파악해서 제공하는 것은 사업을 확장하고 이윤을 극대화하는 유용한 전략이다.

 

5. 구매자에 대한 상품의 매력요소 관찰

 

개원비용 중 인테리어 비용이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1990년대 들어서다. 그 이전에는 병원은 진료가 행해지는 사무실과 유사했다. 그러다가 성형외과, 피부과부터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호텔 수준의 친절 서비스를 통해서 감성적 호소를 하는 것으로 차별화 하는 곳이 생겼다. 진료라는 기능적 측면에 부가해서 감성적인 측면을 고객에게 호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초기에 이런 전략을 도입한 의료기관들 중 일부는 빠른 시간 안에 고객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다. 대형병원들이 건진 센터와 장례식장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요사이는 너무 감성적인 부분이 강조되기 때문에 그 반대로 가는 것도 새로운 시장을 확보할 수도 있다. 과거에는 의원은 자신의 이름 석자로 OOO 의원이라고 이름 짓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요새는 병원 이름을 상품 이름처럼 짓는 것이 대세다. 이럴 때 오히려 자신의 이름과 명예를 걸고 진료한다는 취지로 OOO 의원이라고 이름 지으면 신선할 수 있다. 그러면서 의료 본연의 진료라는 기능적 측면을 강조해 마케팅 할 수 있다. 꼭 필요한 시술만 하는 병원, 과학적으로 입증된 방법만 시행하는 병원, 인테리어 등에 들어갈 비용을 환자와 가족 교육에 투자하는 병원으로 자리 매김 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다. 


결론적으로 너무 진료라는 기능적인 면에 치우쳐 있는 경우는 감성적인 면으로 고객에게 어필해서 새로운 시장을 확보해야 하고, 너무 감성적인 면만 강조되고 있는 경우는 진료라는 의료 본연의 기능을 강조해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서야 한다.

 

6. 시간 흐름을 관찰하라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세상이 바뀌게 된다. 특히 의료와 관련된 규제가 바뀔 때 변화의 흐름을 잘 읽어야 한다. 정부의 규제가 바뀌는 것 뿐 아니라 시대의 트렌드를 읽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전반적인 경기는 불황이어도 억대 연봉자는 계속 증가추세다. 비급여 진료기관의 성장의 힘은 이들에 있다. 미용, 웰빙을 겨냥한 피부과, 성형외과, 한의원의 성장은 큰 추세였다.  노인 인구의 증가도 유념해야 한다. 특히 구매력이 있는 부유한 노인들을 겨냥한 의료 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 피부과 성형외과에서도 이러한 추세를 겨냥하고 노인 전문의원을 하는 곳도 있다. 치매, 노화 방지를 전문으로 하는 내과, 정신과 의원도 생겨나고 있다.


아동인구 자체는 줄어들고 있지만 부모가 자녀 1인당 쓰는 비용은 증가하고 있다. 소아과 전체로 보면 환자가 줄었다. 하지만 치료의 개념이 아닌 소아 웰빙의 개념에서는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아이가 아파서 소아과에 오는 것은 줄지만 정상소아가 방문하는 것은 늘어나고 있다. 키가 더 크기 위해서, 더 건강하기 위해서, 더 똑똑해지기 위해서 정상 소아가 소아 크리닉에 방문하는 것은 증가 추세다.


이상이 경쟁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찾고자 할 때 살펴 봐야만 하는 여섯 가지 영역이다. 하지만 경쟁에서 벗어나고자 하기 전 우선 먼저 해야 하는 일이 있다. 그 것은 현재 내가 처한 경쟁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경쟁이 없는 새로운 시장은 불확실성을 항상 내포한다. 경쟁이 심한 기존의 시장은 반대로 이미 확립된 시장의 규칙이 있다. 장단점이 있다. 그리고 새로운 시장을 파악했다고 해서 그것이 꼭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무엇을 하느냐 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어떻게 하느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이 누가 하느냐 다. 좋은 의료 경영인으로 나를 업그레이드 시키고 리더십을 키워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본 전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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