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약업계에서 2005년에 경영 통합한 아스텔라스제약(야마노우치제약과 후지사와약품공업), 다이이찌산쿄(다이이찌제약과 산쿄), 다이닛폰스미토모제약(다이닛폭제약과 스미토모제약)이 출범한 지 만 15년이 지났다.

약제 개발의 주류가 화학 합성에서 바이오 기술로 이동하는 가운데, 규모와 효율화를 추구해 몸집을 키운 3개 기업은 어느 정도 진화에 성공했는가? 전 세계에서 제약 대기업 재편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 3개 기업의 이제까지의 성적표를 닛케이산교신문이 분석했다.  

▲ 다이이찌산쿄제약/ 출처= 구글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는 시가총액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다이이찌산쿄다. 통합 후에는 2조엔(한화 약 21조 1800억원) 밑으로 떨어졌던 시기도 오래 지속되었지만, 현재는 7조엔(한화 약 74조 1300억원)을 넘어 통합 전의 4배 이상 올라, 일본 최대 제약기업인 다케다약품공업을 넘는다. “구 다이이찌제약, 산쿄의 기술을 이용해 10년에 걸쳐 신약을 만들었다. 자신이 있다.” 마나베 스나오(眞鍋淳) 사장이 2020년 10월 하순의 결산 회견에서 강조한 것이 2020년 발매한 항암제 ‘엔허투’다. 

항체약물복합체(ADC)라는 약으로, 암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와 공격하는 화합물을 조합해서 효과가 높고 부작용이 적다고 한다. 화합물은 구 다이이찌, 항체는 구 산쿄의 기술을 사용했다. 개발·판매에서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제휴했다. 영국 조사회사 이벨류에이트에 따르면 2025년에 31억 달러(한화 약 3조 4146억원)의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전망된다.
 
다이이찌산쿄는 2005년 9월에 지주회사로 탄생했는데, 산하의 2개사가 연구개발을 따로 하는 난맥상을 보였다. 시티그룹 증권의 애널리스트 야마구치 히데마루(山口秀丸) 씨에 따르면, “좌우간 평판이 나빴다”고 한다.

뼈대를 뒤흔드는 사태도 발생했다. 2008년에 5000억엔(한화 약 5조 2964억원) 정도로 매수한 인도의 후발약 메이커 랜박시 래버러토리스에서 품질 문제가 발각되어 약 3500억엔(한화 약 3조 7084억원)의 특별손실을 계상해야 했다. 이 불을 끄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2010년에 사장이 된 나카야마 조지(中山讓治) 씨는 “위기의식으로 회사가 하나가 되었다”고 말한다. 2016년에 암 치료에 초점을 두는 전략을 발표하고, 업계 내에서 회의적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엔허투를 발매했다. 

제약업계는 가지고 있는 신약에 의해 업적이 크게 변화한다. 통합 15년이 지난 후의 실적에서는 아스텔라스제약과 다이닛폰스미토모제약이 견실한 확대를 보였다. 블록버스터라고 불리는, 연 1000억엔(한화 약 1조 595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대형 신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가총액을 보면 이 두 회사 모두 제자리걸음 상태에 있다. 

 

▲ 아스텔라스제약/ 출처= 구글

임박한 특허절벽

아스텔라스는 2005년 4월 합병 후, 대중약 사업에서 철수하고, 구 야마노우치, 구 후지사와가 강점을 가지고 있던 비뇨기와 면역 억제 등의 분야에 주력했다. 외부에서 도입한 전립선암약 ‘익스탄지’가 2020년 3월기에 4000억엔(한화 약 4조 237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야마구치 씨는 “규모 확대로 새로운 영역을 공격하는 전략이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익스탄지의 특허 종료가 2020년대 후반으로 임박해 수익이 급감하는 특허 절벽(patent cliff)을 어떻게 넘을지가 문제가 되고 있다. 

 

▲ 다이이찌산쿄제약/ 출처= 구글

다이닛폰스미토모도 구 스미토모가 개발을 진행하던 약에 구 다이닛폰의 연구개발력을 조합해 항정신병약 ‘라투다’를 2011년에 발매했다. 2020년 3월기에 북미에서만 1900억엔(한화 약 2조 153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려 통합의 성과를 과시했다. 
 
주수입원인 라투다도 2023년에는 미국에서 독점판매기간이 종료하고, 후발약도 등장할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수익 감소는 피할 수 없다. 

현재 개발 품목은 29품목으로 3개 기업 중에서 가장 많아 정신신경, 암, 재생페포를 중점 영역으로 한다. 2019년에 약 3300억엔(한화 약 3조 5033억원)으로 유럽의 로이반트 사이언스와 전략제휴하는 등 복수의 신약 후보를 가지고 ‘라투다 절벽’을 뛰어넘을 태세다. 

 

일본 제약기업 재편은 정체 상태

2005년 이후, 일본 국내 제약기업 재편은 미쓰비시다나베제약과 쿄와기린이라는 통합은 있었지만, 대규모 움직임은 최근 없다. 해외로 주무대가 옮겨졌기 때문에 일본 국내 세력끼리 통합하는 장점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약 시장은 일본이 의료비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약가를 개정해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반면, 최대 시장인 미국이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아일랜드의 대기업 샤이어를 매수한 일본 최대 제약기업 다케다도 뛰어넘는 규모의 스위스 로슈, 미국 화이자, 미국 머크 등 대형 제약회사가 격전을 벌이고 있다.

다케다처럼 글로벌한 규모로 쫓을 것인가, 로슈의 산하에 들어간 추가이제약처럼 대형 제약기업과 연계할 것인가. 통합 후 15년, 3개 기업의 다음 움직임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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