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스1

최근 서울시 양천구에서 양부모의 학대로 16개월 된 입양아가 숨진 사건, 이른바 '정인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준 가운데 그 여파가 의약계에도 미치고 있다.

정부는 아동학대를 조기에 발견해 예방하자는 취지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를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 에 포함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정부의 이런 방침은 약국의 지역 주민에 대한 건강과 안전 지킴이, 사회적 기능을 인정하고, 더 많은 공적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생전의 ‘정인이’를 진료했던 동네 소아청소년과 개원의에 대해 의사면허를 박탈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아동학대 대응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예방 대책의 일환으로 약사를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직군에 추가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학대 가해자들이 피해 아동에 폭력을 휘두른 뒤 병원을 찾기 전에 약국에서 약품을 구입해 치료를 하려는 경향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결정과 관련해 다음 주 쯤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세부 사항을 확정할 계획인데 이 과정에서 대한약사회 등과 협의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약사가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로 지정되면 아동학대처벌법 제10조 제2항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면서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그 의심이 있는 경우에 아동보호전문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만약 이를 신고하지 않을 경우 아동학대처벌법 제63조 제1항 제2호, 제10조 제2항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아동 관련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 의사, 치과의사 등 보건의료 직군은 이미 지정돼 있고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등 까지 포함돼 있는데 약사의 추가 지정은 오히려 조금 늦은 감이 있다면서 지역 안전센터로서 약국의 사회적 기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약사들도 ‘정인이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지켜보면서 다시는 이런 사건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며 정부의 이번 결정에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 약사들은 약국을 찾아온 아동들을 상대로 학대 피해를 발견하고 관계기관에 신고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며, 신고 위반 시 물어야 할 과태료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대한약사회도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 약사가 포함되는 것은 부담이지만, ‘정인이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된 지금, 반대 보다 신중한 반응을 보이면서 후속 절차로 세부 사항 확정 전에 정부와의 협의를 기대하는 입장이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4일 ‘OO소아과의원 에서 정인이에게 허위진단서를 내린 의사의 의사면허를 박탈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6일 오전 7시 기준으로 7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관리자가 공개를 검토 중이다.

청원 작성자는 “정인이는 학대로 인해 입안이 찢어졌고 이를 본 한 소아과전문의가 경찰에 신고하였지만 가해자 부부가 OO소아과의원의 의사가 ‘구내염이라고 내린 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하여 수사를 방해했다”며 이 때문에 결국 정인이가 구조될 기회를 잃고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과 관련해 해당 소아과 원장 A씨는 한경닷컴과의 인터뷰를 통해 “부적절한 이유로 정인이 양부모를 도와준 게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진료 당시 정인이의 입 안 상처와 구내염, 체중 감소에 대해 모두 소견을 밝혔다”면서 “정인이 진료와 관련해 어떠한 진단서도 작성하지 않았다. 입 안 상처를 구내염으로 바꿔 진단한 사실도 없다”고 해명했다.

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 해당 의사에 대한 무차별적 비난보다 정확한 사실 관계 파악이 우선”이라고 말을 아끼면서 “이번 사건이 그냥 단순 이슈로 끝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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