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약청 '난색'... 의료계 일부 '찬성' 의견

유럽의 일부 국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부족해 공급에 차질이 생김에 따라 1, 2차 접종 시기의 간격을 넓혀 1차 접종의 대상을 우선 확대하는 전략을 꺼내 들고 나섰다.

그러나 백신 개발업체와 방역 당국인 유럽의약품청(EMA)은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된 접종 시기 간격을 준수하지 않으면 임상에서 증명된 예방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며 난색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 영국 가디언은 5일(한국시간) 독일과 덴마크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간격 확대를 보도했다. 가디언 온라인판 캡쳐.

5일(현지시간) 가디언과 로이터 통신 등 다수의 외신에 따르면 옌스 슈판 독일 보건부 장관은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의 2차 접종 시기를 42일(6주) 뒤로 늘리는 방안을 연구하라고 질병관리당국인 로베르트코흐연구소에 지시했다.

이 같은 조치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백신이 부족해 신속한 보급에 어려움을 겪자 보호 대상을 먼저 확대하는 게 현실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전략이다.

현재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의 1, 2차 접종 간격을 두고 개발업체들은 21일(3주), 유럽연합(EU)의 규제당국인 유럽의약품청(EMA)은 42일을 권고하고 있다.

슈판 장관은 자신이 소속된 독일 집권당인 기독민주당(CDU)의 비공개 회의에서 올해 여름까지 전국민에게 백신을 접종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의료계에서도 일부 찬성 목소리가 나왔다.

독일 베를린 샤리테 병원의 백신연구팀 대표인 라이프-에릭 산더는 "현재 백신 부족, 감염자와 입원자 수가 매우 많다는 점을 보면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전략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덴마크도 같은 이유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의 접종 간격을 최대 6주까지 늘리기로 했다.

소렌 브로스트롬 덴마크 보건부 장관은 이날 현지언론 인터뷰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밝히며 가능할 때가 되면 언제라도 3∼4주 간격을 권고하는 원래 지침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브로스트로 장관은 "간격이 6주가 넘어갈 때 예방효과를 확신할 수 있는 과학적 증거를 보지 못했다"며 "그래서 6주 초과는 권고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독일과 덴마크의 접종 간격 확대안은 영국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전략이다.

영국은 더 많은 이들이 더 빨리 보호를 받도록 한다며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 백신의 접종 간격을 11∼12주까지 연장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유럽 규제당국과 제약업체들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EMA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이 온전한 예방효과를 내려면 1, 2차 접종 간격인 최대 42일이 준수돼야 한다고 이날 밝혔다.

이 백신의 효능이 19∼42일 간격으로 두 차례 이뤄진 접종에 대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분석된 것이며 효능 촉진(2차 접종) 뒤 7일이 지날 때에만 완전한 예방효과가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의 접종 간격을 임의로 늘리는 것은 기존 긴급사용 승인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EMA는 "접종 간격에 어떤 식으로라도 변화가 있다면 추가 임상시험 자료뿐만 아니라 판매승인 변경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다면 '허가 외 사용'(오프라벨 사용)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가 외 사용이 이뤄졌을 때는 백신을 개발한 업체들이 효과에 대한 책임을 덜 지게 된다. 제약사들은 2차 접종시기를 권고한 것보다 늘리는 방안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연구 설계에 적시된 기간(1, 2차 접종간격 3주) 내에서 대다수 참가자가 2차 접종을 했다"며 "우리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는 다른 접종 일정에서는 평가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 제약사는 "1차 접종이 이뤄진 지 21일 뒤에도 예방효과가 지속된다는 것을 증명하는 자료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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