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 방영 '코로나19 의료진 차별 실태 보고서' 충격

간호사 20% “차별·비난 경험했다”, “자녀가 유치원서 격리돼 생활” 김철용 기자l승인2020.11.23 08:3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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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토 지방 사토 요코 간호사의 경우

▲ NHK 보도화면 캡쳐.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계속되는 가운데 의료 종사자에 대한 차별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일본 최대 공영방송 NHK는 지난 10월 29일 일부 간호사와 그 가족들이 코로나 19로 인해 겪는 차별 실태를 보도했다.

사토 요코 씨(가명, 40대)는 간토(関東)지방의 한 감염증 치료 지정 의료기관에서 코로나 19 치료의 중심적 역할을 하는 집중치료실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여성이다.

이 병원은 올해 2월부터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약 9개월에 걸쳐 대응을 계속하고 있다. 이 병원 의료진은 일상적으로 코로나19 감염 환자를 만나야 하고 환자가 진료를 받고 격리 병동으로 옮겨지면 1시간 정도 시간을 들여 그 환자가 머물렀던 병실 청소와 소독을 하고, 새 환자를 맞을 준비를 하는 일상이 반복된다.

사토 씨는 그와 같은 근무 일상을 늘 방호복을 입고, 의료용 마스크와 ‘페이스 쉴드’(투명한 얼굴 가리개)도 쓴 상태로 하기 때문에 항상 온몸이 땀범벅 상태가 된다.

근무가 끝나면 항상 샤워를 한 뒤 귀가하고, 집에 돌아와서도 가족들의 건강 상태에 변화가 없는지 늘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풀어야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녀는 휴일에도 외출이 꺼려진다. 그 이유에 대해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이웃들이 나를 접촉하면 코로나19 감염에 될까봐 피하는 것 같아요. 수군거리고 꺼리는 게 느껴져요. 심지어 가족들도 그런 일을 당하고 있다고 해요.”

올해 7월 도쿄 신주쿠에서 코로나19 진료를 담당하던 간호사 한 사람이 소극장에서 연극을 관람했는데 그 곳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일이 있었다. 그 간호사는 자신이 염 상태라는 것을 모르고 연극을 관람한 것이 밝혀졌는데도 당시 인터넷상에서는 해당 뉴스에 그 간호사를 비난하는 댓글들이 폭발적으로 쏟아졌다. “무지하다”, “경솔하다”, “의료 종사자로서의 기본이 안됐다”는 내용들이었다.

사토 씨는 그 댓글들을 본 뒤 “슬픔을 넘어 우울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녀가 경험한 의료 종사자에 대한 차별과 비난은 그 정도가 아니었다.

같은 병원의 직원 중 한사람은 건강이 악화된 부모님을 문병하기 위해 고향을 찾았는데, 본가에 주차해 둔 승용차에 방문을 비난하는 “고향에 코로나를 옮기러 왔느냐”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어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사토 씨는 “간호사로서 맡은 일의 엄중함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매일 코로나19와 전쟁을 치르는데 쉬는 날에도 스트레스를 풀 수 없다는 것이 너무 힘들다. 정신적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냥 거리를 걸을 때도 ‘의료 종사자로서의 양식이 없다’, ‘저 여자 근처에 가면 코로나19 옮을 수 있다’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며 취재 내내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그녀가 근무하는 병원의 동료 직원들은 올해 여름 아무도 여름휴가를 신청하지 않았다고 한다. 근무 조가 바뀌는 주기에 운 좋게 긴 연휴가 걸려도 여행을 가거나 바람을 쐴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도 없다고 한다.

의료 종사자 차별 일본 전국적 현상

실태를 취재한 NHK는 의료 종사자에 대한 차별과 비난이 일부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도했다.

일본 전국의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코로나19에 관한 긴급 실태조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일본의료노동조합연맹(의노련)이 지난 9월에 발표한 세 번째 조사 결과도 그러한 점을 시사한다.

코로나19 진료 의료기관 120곳의 종사자들에게 ‘코로나19 진료 기관에 근무한다는 이유로 차별이나 기피를 당한 적이 있나요’라고 물었더니 20% 정도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5월에 진행했던 두 번째 조사에서는 10% 정도였는데,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9월 조사 결과 발표에는 구체적인 사례도 제시되어 있었다.

30대 남성 의료진 A씨는 이웃 사람으로부터 ‘가까이 오지 말아 달라’는 말을 들었으며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가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다른 장소에 격리되어 있다. 또 여성 의료진 B씨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친하게 지냈던 이웃으로부터 공원에 아이를 내보내지 말아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고 “미용실 예약을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 일본의료노동조합연맹 모리타 서기장. NHK 화면 캡쳐..

의노련의 모리타 스스무 서기장은 “이번 조사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라고 말하고 “정부에 차별 방지 대책과, 의료 종사자의 육체와 정신 건강관련 검진 보장 시스템 구축을 촉구 한다”고 말했다.

모리타 서기장은 “그렇지 않아도 인력이 부족한 상태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데 코로나19와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의료 종사자들은 완전히 지쳐 있다. 거기에 가까웠던 이웃들의 차별과 비난마저 더해지고 가족들까지 피해를 입고 있으니 고통이 얼마나 심할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코로나19 감염이 다시 확산되면 사람들의 불안과 공포가 더 커져 차별적 언동이 더욱 심해질 수도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의료진들의 사직 등 이탈이 늘어 날 것 같아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도 이러한 현재 상황을 고려해 코로나19 감염자뿐 아니라, 의료 및 간병 종사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대한 대책을 검토하기 위한 워킹그룹을 설립했다.

후쿠시마현 시라카와시에서는 코로나19에 대한 올바른 지식 보급 등을 통해 차별과 비난을 없애기 위한 독자적인 조례를 제정하기도 했다.

치바현 키미츠시에서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사용해 관할지역에 감염자가 확인됐다는 정보를 알릴 때 “누구라도 감염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을 받아들여 냉정하게 행동합시다”라는 내용의 차별 방지 문구를 넣어 발송하고 있다.

국제간호사협회 "70%가 차별 경험"

그러나 의료 종사자를 향한 차별과 비난은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구촌 130개 국가의 간호사협회가 가입되어 있는 국제간호사협회(ICN)에서도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간호사에 대한 차별과 비난 상황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 지난 9월 결과를 공표했는데 그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ICN에 따르면, 135개 국가의 간호사단체에서 70%에 이르는 간호사가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폭력, 언어 공격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135개 국가 가운데 절반 정도가 의료 후진국이라는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70%가 경험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시사한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일임에도 그 내용도 거의 유사하다. “이웃들에게 이사 가라는 강요를 당했다”는 내용에서부터 “집 주인이 살던 집에 대한 임대 계약을 갑자기 파기했다”, “마트를 방문했는데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소독액을 뿌려댔다”, “모르는 침을 뱉었다” 등등.

또한, 앞에서 예를 든 사례처럼 유럽에서도 유치원 시설에서 아이를 거부당한 케이스도 보고되었다.

지구촌 전체에 코로나 재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감염병을 다루는 의료 종사자에 대한 편견이 뿌리 깊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조사 결과도 있다.

캐나다의 한 대학이 미국과 캐나다의 성인 약 3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그 가운데 25%, 4명 중 1명이 “코로나 19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 종사자는 지역사회의 안전을 위해서 공공장소에 나와서는 안 된다”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 종사자의 주위에 있고 싶지 않다”고 대답한 사람도 절반에 가까운 47%였다고 한다.

우리는 의료 종사자들을 ‘영웅’이라고 치켜세우고, 노고를 치하하며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TV 등 언론매체에서 많이 목격해 왔다.

의료진 노고에 대한 인식 다시 생각할 때

▲ 국제간호사협회 하워드 캐튼 사무 총장 전화 취재 장면. NHK 보도화면 캡쳐.

그런데 왜 차별과 비난, 기피가 확산되고 있는가?

국제간호사협회의 하워드 캐튼 사무국장은 그에 대해 “의료 종사자에 대한 차별과 비난은 많은 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것은 분명 긴급 과제이다. 차별적인 언동의 일부는 사람들의 코로나19에 대한 공포, 불안에 대한 ‘무지’가 부른 결과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리더십을 가지고 ‘차별적인 언동은 용서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는가? 병원의 경영층은 지친 스태프에게 ‘쉬어도 돼. 무엇이든 상담해도 돼’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가? 다시 한 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대답했다.

캐튼 사무국장은 또한 의료 종사자를 둘러싼 차별과 비난을 막기 위해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이후 전 세계에서 부족한 간호사의 숫자는 무려 600만 명에 이른다. 원래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로 지쳐있던 의료 종사자에게는 더욱 큰 부담이 됐다. 거기에 차별과 비난 등 스트레스가 더해진 것이다. 진짜 리스크는 그들이 이직함으로써 노하우가 풍부한 인력을 상실하는 것이다. 그들이 사라진 병원은 그저 빈 건물일 뿐일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 의료 종사자에 대한 인식을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NHK가 지난 7월 의료용 마스크 부족 문제를 취재했을 당시 한 의사는 인터뷰에서 “마스크는 돈을 내면 구할 수 있지만, 한 번 꺾인 의료 종사자의 마음은 원상태로 돌아오기 쉽지 않다”고 말한 적이 있다.

많은 의료 종사자들은 “보이지 않는 적 코로나19와의 기나긴 전쟁의 최전선에서 계속 싸워나갈 수 있는 힘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힘이 들수록 강해지는 사명감과 생명을 구하는 희열”이라고 응답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들의 숭고한 사명감과 직업윤리’에 경의를 표하기는커녕 손가락질하고, 침을 뱉고, 비난하고, 따돌리고 있다. 언제든지 자신들도 환자가 될 수 있고, 환자가 되는 즉시 그들에게 생명을 맡길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모른다는 듯이.

우리 자신을 위해, 의료 종사자들을 대하는 자세를 어떻게 해야 할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다.

김철용 기자  pharmacy@b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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