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4일 오픈… 리빙랩 방식 운영에 아이디어 샘솟아
암환자 각종 고민 해결 앱·전용 포켓 제작 등 첫 성과 될듯
환우와 가족들, 돌봄 주체들 모여 함께하는 ‘창작공간’ 꿈꿔

▲ 김열 국림암센터 건강센터 공공보건의료사업 실장

국내 암 치료를 받은 생존자는 150만 명에 이른다. 이들도 사회의 엄연한 일원으로, 치료 후 사회복귀를 해야 하지만 사회복귀 과정상 겪는 어려움이 많다. 이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 문제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암 치료 과정상 경제적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암 환자들의 실직률이 43%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그뿐 아니다. 사회복귀에 있어 암 환자는 업무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편견과도 맞서야 한다. 이렇게 현실적인 어려움과 맞부딪히면서 심적으로도 위축되기 마련인데, 그런 상황에서 도움의 손길을 잡아주는 곳이 국립암센터의 사회복귀지원센터(Re;Born)이다.

국립암센터는 공공보건의료사업을 통해 암 치료자의 사회복귀를 돕기 위해 창업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해 백마역에 리본 센터를 오픈하고, 암 환자의 사회복귀를 지원하기 위한 사회적 협동조합 1호인 ‘다시시작’을 입주시켰다. 이어 지난 9월24일 암환자들의 창업과 사회복귀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메이커스페이스’가 리본 센터 내에 문을 열었다.

‘메이커스페이스’를 오픈하고 암환자 지원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김열 공공보건의료사업실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본인 소개를 해주세요.

국립암센터 부속병원에서 가정의학과 의사로서 암 검진 치료 및 암 치료 후 건강관리를 담당하고 있고, 이 공간(리본 센터)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건강센터 공공보건의료사업 실장으로 암 환자의 사회복지 지원 지역사회에서 건강관리 등에 대한 새로운 사업을 벌여나가고 있습니다.

 

Q. 공공보건의료사업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공공보건의료사업은 병원에서 진료실에서 환자를 직접 돌보는 의료 적인 측면 외에도 국민이 병원을 벗어나서라도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일들입니다. 지역사회 협력사업, 지역사회와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사업, 직접적인 진료가 아니지만, 국가나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공공보건 사업 등을 포괄적으로 말합니다. 국립암센터가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이런 사업들을 추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 리본메이커스페이스 개소식(좌)과 제 1차 리본포럼(우)

Q. 리본과 메이커스페이스란?

암 환자들은 치료를 받으며 지역사회나 가정에서 살아가는데, 그들이 겪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병원이나 진료실에서 해결해 드릴 수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첫 번째는 암 치료와 관련해서 겪는 경제적인 어려움입니다. 암 치료과정의 치료비도 부담이지만, 치료를 받으면서 직장생활이나 사업을 함께 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대부분 직업이 단절되고, 병이 낫고 나서도 다시 복귀하기가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국립암센터에서 오랫동안 암 환자들이 힘든 치료를 겪고 나서 새로운 용기와 힘을 내서 새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가는 곳, 다시 태어나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센터 이름도 ‘리본’(Re:Born)이라고 지었습니다.

또 리본 내에 오픈한 메이커스페이스는 암 환자들이 사회복귀를 준비하면서 준비하는 창업 준비 공간입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시제품도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메이커스페이스는 유럽에서 공공도서관이나 학교 같은 곳에 구축되어 ‘아이디어 창업 제작소’로 각광을 받은 모델입니다. 국내에도 최근에 이런 메이커스페이스가 전국 공립도서관 등 곳곳에 구축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메이커스페이스가 공업적인 물건을 만들어 내는 곳이라면, 국립암센터의 메이커스페이스는 암 환자 돌봄 케어, 건강과 헬스라는 주제를 가지고 접근하는 신개념 공간입니다.

환우 분들과 가족 분들 그리고 그분들의 돌봄을 위한 주체들이 모여 논의를 통해 필요한 용품과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창작 공간이 될 것입니다.

 

Q. 국내·외에 유사한 공간이 있는지?

제가 알고 있기로 국내에서는 여기가 최초이면서 유일하지만, 외국에는 사례가 있습니다. 유럽 출장 중에 들렀던 핀란드에 한 공공시립도서관에는 시민과 학생들이 한 층이 책을 읽는 공간만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만들어보고 구현해보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돌아와 보니 우리나라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이런 공간 공모를 하고 있어 지원하게 됐습니다. 암 치료와 생존율이 높아지다 보니 많은 국가에서 암 환자들의 사회복귀를 지원하고 있는데, 아직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걸음마 단계입니다.

기존에 암이라는 병의 치료만을 목적으로 했다면, 이제는 암 치료성적이 많이 좋아지고 있어 치료 후에 장기적으로 암 환자와 가족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복귀하고 살아가는 문제를 사회가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보면 됩니다.

▲ 메이커스페이스 실내 공간

 
Q. 운영이나 개소 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지금은 안정이 되었지만, 초기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웠었습니다. 국립암센터에서 지원하고 있지만, 운영비를 확보하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기도 했습니다. 고양시와 코레일에서 지원해 공간은 마련됐고, 국립암센터에서 기금도 마련해줬지만, 운영비가 큰 문제였습니다. 현재는 메이커스페이스 운영비를 중소기업청에서 지원받고, 공감센터에서도 지원받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암 환자가 병에 걸려 우울해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보다는 힘들어하는 경향이 많다는 것입니다. 의학적으로 보면 암 환자의 치료성적이 나아지고 완치 후 생존율이 급격히 올라가고 있습니다.

암 진단받고 70% 이상 암 환자들이 5년 이상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분들이 요양원에 계시거나 집 밖으로 나오기 힘들어하는 등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복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바로 이분들이 이곳을 통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다시 태어나서 사회로 복귀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직은 이 곳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희는 이 공간이 암 환자분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나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암을 건강하게 극복해 내고 극복한 에너지를 가지고 새로운 삶을 준비해 나가는 희망의 공간이 되기를 바라고 전국 각지에 리본 센터와 같은 공간이 만들어지기를 희망합니다.

 

Q. 메이커스페이스의 미래 계획은?

최근 암 환자분들이 모여 ‘리빙랩(Living Lab)’이라는 방식으로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리빙랩이라는 것은 살아가면서 겪는 어려움들이나 문제를 발견하는 팀들을 만드는 것입니다. 암 환자들로 만들어진 팀들이 이곳에서 다섯 차례 토론을 거쳐 문제점들을 발굴해 냈습니다.

논의를 통해, 본인들이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어디서 물어보고 정보를 찾아야 할지 몰랐던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결론내리고, 암 환자들의 각종 고민을 해결해 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또 하나는 암 환자들이 휠체어를 타고 다닐 때 개인용품을 보관할 수 있는 주머니를 만들어 굉장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 컴퓨터단층촬영(CT) 이나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을 때 공간이 차가울 뿐만아니라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팔을 묶는데, 이런 춥고 불쾌한 기분을 없앨 수 있도록 손을 넣을 수 있는 포켓 등을 만들어 냈습니다.

▲ 사회적 협동조합 1호 '다시시작' 비누 제품들

Q. 향후 목표는?

이곳에 유방암을 겪으신 다섯 분이 모여서 사회적 협동조합 회사를 차렸습니다. 여성분들이라 유방암 치료를 하면서 자신들이 겪었던 어려움이었던 외모적인 문제, 피부가 예민했던 점을 고려해 피부 자극이 적은 비누와 미용용품 등을 개발해 냈고, 현재 잘 성장하고 있습니다. 제가 바램은 이런 암 환자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기업들이 2호, 3 호, 4호 많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암 환자들의 새로운 삶도 만들어지고 사회적으로도 튼튼한 경제에 보탬이 되고 하는 것이 첫 번째 소망입니다. 그를 위해 창업 준비 컨설팅, 교육, 아이디어 개발 지원을 계속할 계획입니다.

이 공간의 성공이 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2호, 3호가 전국적으로, 어쩌면 전 세계적으로 만들어지기를 소망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의약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