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보건의 형사기소시 신분 박탈? 재논의 필요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입법과정서 충분한 논의를" 임승배 기자l승인2020.10.12 12: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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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화성 병)은 7일 공중보건의가 복무 중 형사기소를 당하면, 신분을 박탈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에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회장 김형갑)는 현장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진행되는 성급한 입법이라며 재논의를 요구하고 나섰다.

현재 보건의료 취약지에서 근무하고 있는 공중보건의는 직무상 위반 행위를 저질렀을 경우 공무원법에 따라 신분박탈 조치를 받고 있었지만, 이번 법안에 따르면, 형사기소를 당한 공중보건의사는 신분이 박탈된다.

사실상 형사사건으로 기소됐을 경우, 공중보건의의 위상 추락은 물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것인데,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대공협)는 이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성급한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대공협은 각 지역에서 공중보건의를 대상으로 한 고소·고발 및 형사고발을 전제로 한 일부 악성 민원은 만연해 있고, 최근 유독 많아졌다고 밝혔다.

이는 공무원이 민원에 취약한 것을 알고, 불필요한 약을 받기 위해 수년 동안 같은 민원을 제기한다거나 진료실에서 난동을 피우는 경우도 많았는데, 앞으로 해당 법안이 악용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특히, 교도소나 구치소 같은 특수기관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의 경우 일 년에도 몇 번씩 참고인이나 피의자 조사를 받는 경우가 흔한 상황에서 위험성이 있는 입법이 이뤄진다면, 누가 마음편히 근무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교정시설에 근무하는 한 공중보건의사는 “작년에도 성실히 진료에 임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 고소와 검찰 진정을 받았으며 인권위 진정은 수도 없이 받았다. 진술서를 썼을 때, 피의자로 검찰에 사건이 송치되었다고 문자를 받았을 때의 기분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지금도 역시 힘들지만 많은 고소·고발에도 불구하고, 인권의 사각지대라는 교정시설에서 근무하며 한국 전체의 인권을 향상시킨다는 생각아래에 근무를 이어왔다. 하지만 이런 법률이 입법된다면 나부터 교정시설에서 나가고 싶은데, 누가 근무하고 싶을지 솔직히 의문이다. 현장의 사정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섬·오지에서 근무하는 한 공중보건의사는 “65세 이상의 노약자에게 무료 지원되는 약 때문에 진단장비가 부족한 보건지소에서 원하는 약을 받기 위해 난동을 피우는 경우가 많다.”며,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설득해서 장비가 갖춰진 의원에서 진료 받을 수 있게 하거나, 내가 다소 위험성을 감수하며 무리를 해서라도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해 왔다.”고 말하며, “하지만, 의례 이런 민원 사례의 경우에는 민원제기를 할 만한 상황을 교묘히 유도하여 녹취 후 국민신문고 등에 고발민원을 내기도 하는데, 이제는 고소·고발을 통해 신분을 협박하겠다고 생각하니 솔직히 눈앞이 아득해진다.”고 밝혔다.

김형갑 대공협 회장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기가 힘들다.”며, “오히려 부족한 진단장비,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부 악의 있는 민원에게도 최선의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선의를 품는 공중보건의사가 대다수라고 할 정도로 많다.”고 이야기 했다. “이런 선한 의도 때문에 사건이 비화되어 분쟁이 발생하는 것을 볼 때면 마음이 아픈데, 이제는 본인의 보호를 위해서라도 방어진료, 방어적 민원대응 등을 권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만약 법률이 통과되면 관련 내용을 철저히 정리하여 지침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하며, "이 때문에 발생할 수 있을 의료서비스제공의 질 저하에 마음이 편할 수 없다."며, "이는 입법과정에서 충분한 논의를 통해 사전에 발생할 상황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승배 기자  medi@b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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