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우리나라의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배우자에 대한 상속분을 높여서 배우자에 대한 부양을 실질화하자는 논의가 사회 곳곳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유가 뭘까.


주택 상속 시 배우자 면세가 필요한 이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는 것이 더욱 힘겨워졌다는 사람들이 많은 이즈음에 상속세를 운운하는 것은 배부른 소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피상속인이 남긴 부채가 너무 힘겨워 상속을 포기하고 싶지만 후순위 상속인에게 너무 미안해서 한정승인 신청을 한 후에도 “그래도 상속 포기가 정답이었다”라고 말하는 상속인들이 많은 것을 보면 상속받은 재산이 있어 상속세를 내면서 세율이 너무 높다는 말은 배부른 투정이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세율이 높다는 것이 정설이고 이에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저는 배우자에 대한 상속분 증가와 맞물려서 배우자에 대한 상속세 부분도 현실적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행 상증세법 제19조는 배우자 상속공제를 규정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거주자의 사망으로 상속이 개시돼 배우자가 실제 상속받은 금액을 상속세 과세대상에서 공제하는데, 그 금액은 상속재산가액에 배우자의 법정상속분(공동상속인 중 상속을 포기한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그 사람이 포기하지 아니한 경우의 법정상속분을 의미)을 곱해 계산한 금액에서 상속재산에 가산한 증여재산 중 배우자에게 증여한 재산에 대한 과세표준을 뺀 금액(그 금액이 3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30억 원)을 한도로 하고, 배우자가 실제 상속받은 금액이 없거나 상속받은 금액이 5억 원 미만이면 5억 원을 공제합니다.

이렇게 복잡하게 배우자 인적공제를 정한 규정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일찍이 “우리 상증세법은 배우자가 실제로 상속받은 재산가액 전액을 배우자공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 배우자가 세금 부담 없이 피상속인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도록 지향하면서, 다만 지나치게 고액의 상속재산이 비과세로 이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고 한도를 정하는 한편, 1세대 1회 과세의 원칙과 잔존 배우자의 상속재산에 대한 기여 및 생활 보장 등을 위해 최소한의 공제액도 따로 두고 있다. (중략) (이러한) 규정으로 말미암아 잔존 배우자의 경제적 기반이 와해된다거나 배우자공제가 유명무실해진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로써 배우자의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도가 왜곡된다고 단정할 것도 아니다”라며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헌법재판소 2001. 11. 29.선고 99헌바120 결정).

배우자 상속분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논의의 밑바탕에는 피상속인의 상속재산 대부분은 부부가 혼인 중에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이므로 배우자의 상당한 기여가 포함돼 있다는 것이 주요한 근거입니다.

그런 입장의 연장선에서 보면 배우자가 상속을 받는 경우에는 상속세율을 대폭 감해 줘야 하겠죠. 앞서 본 우리 상증세법에 의하면 배우자가 사망하고 잔존 배우자만이 상속인인 경우에는 상속받는 재산의 가액이 30억 원까지는 세금 부담 없이 상속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보다는 배우자와 자녀가 있는 경우가 더욱 많을 것입니다.

만약 자녀 한 명과 같이 상속을 받으면서 상속재산이 거주하던 주택이라서 생존하는 배우자가 전부 상속받는 것으로 자녀와 상속재산 분할 협의를 하면, 배우자는 그 법정상속분만큼(30억 원 × 3/5 = 18억 원)은 상속세가 없지만 나머지 12억 원에 대해서는 상속세를 계산해 납부해야 합니다. 이 경우 배우자와 평생을 같이 살던 주택에서 계속 살기 위해서는 상속세를 납부해야 하고, 소득이 없는 경우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럼 다른 나라는 어떠할까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2016년에 발표한 상속·증여세제가 세대 간 부의 축적과 소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영국 역내 주소지를 둔 배우자 간 상속과 영국 역외 주소지를 둔 배우자 간  상속은 과세되지 않습니다.

프랑스의 경우에도 배우자에게 상속한 경우에는 상속세가 면제되고, 미국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부부 간 부의 이전에 대해 상속세와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앞서 본 헌법재판소 결정처럼 우리 상증세법은 배우자가 실제로 상속받은 재산가액 전액을 배우자공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 배우자가 세금 부담 없이 피상속인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도록 지향합니다.

그렇다면 최소한 부부가 같이 살던 집을 잔존 배우자가 상속하는 경우에는 상속세의 부담 없이 상속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소득이 없는 고령의 배우자가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대출을 받거나 매도를 종용하기보다는 여생을 안정적으로 거주하도록 하고 다음 세대가 상속을 받거나 집을 매도하는 경우에 상속세나 양도소득세를 납부하도록 하는 것이 고령화 사회에서 더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독일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인적공제로서 배우자공제 제도를 두고 있으면서도 배우자가 피상속인과 10년 이상 거주하던 주택을 상속받는 경우에는 상속세를 100% 면세합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물적공제 제도가 있습니다. 10년 이상 동거한 동거인이 주택을 상속받는 경우 6억 원 한도로 주택가격에서 40%를 공제해 주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왜 동거인에는 배우자가 포함되지 않을까요.

아마도 우리 입법자들은 자녀보다 상당히 많은 30억 원을 한도로 배우자공제를 해 주기 때문에 중복해서 공제 혜택을 줄 수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거는 특별한 재산입니다.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재화입니다.

따라서 배우자가 피상속인과 같이 거주하던 주택을 상속하는 경우에는 면세하거나, 최소한 법정상속분과 관계없이 30억 원을 한도로 세금 없이 상속받을 수 있도록 개정돼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런 방향이 배우자의 재산 형성 기여도를 정당하게 평가하는 것이고, 고령화 사회에서 잔존 배우자 부양 논의와도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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