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 의료 직역 단체지만 법정단체로 지정 안 돼, 지정 노력할 것
현장서 불합리한 처우 당하고 성희롱·폭력에 노출돼도 하소연 못 해
고졸 출신이라는 딱지가 가슴 아프게 해, 체계적 직무 교육 기회 필요

1973년 만들어진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조무사들의 권익을 담당하고 간호조무사들을 관리하는 대표 단체다. 그동안의 노력으로 올해 ‘파독 간호조무사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현행 법정 단체에서는 빠져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올해 ‘법정 단체 관철의 해’를 선언하고 법정 단체화를 추진하고 있다.
올 초부터 대한민국을 휩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모든 국민과 직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특히 코로나19의 최전선에 있는 의료계의 피해가 막심했고, 현장에 있는 병·의원 역시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 이런 병·의원 등에 전체 회원의 91%가 종사하고 있는 간호조무사들도 이런 상황에서 불안감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직장 내 열악한 처우에 대한 문제가 거론된 것은 최근의 문제만은 아니며, 현장에서는 성희롱과 각종 폭력 등에 노출되어 있는 현실이다. 이들의 목소리를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홍옥녀 회장을 만나 들어봤다.

 

Q. 올해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법정 단체 관철의 해’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네, 우리나라의 모든 단체는 직종마다 국가에서 공공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보건의료단체들은 모든 직종의 단체들이 법정 단체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간호조무사협회만은 법정 단체로 지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보건복지부로부터 인가받은 사단 법인단체이긴 하지만 임의단체나 마찬가지입니다. 간호조무사협회를 법정 단체화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분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세 번이나 법안심의 소위에서 격론을 벌였을 만큼 많은 관심이 있었고,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지만,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인해 결국 통과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원만한 관계 속에서 다양한 방법을 통해 반드시 간호조무사협회가 법정 단체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Q. 대한간호조무사협회의 법정 단체화 요구가 일각에서는 직종 간 대결로 비치고 있다.

간호조무사협회 법정 단체 인정을 직종 간 대결로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간호사들은 간호협회에서 간호사의 권익을 보호하고 간호사들을 관리합니다. 간호조무사는 간호조무사협회에서 간호조무사의 권익을 담당하고 간호조무사를 관리합니다. 이렇게 양 직종이 본인들의 회원을 관리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협회에 한 회원으로 같이 있다면 이해가 될 수 있겠습니다만, 간호협회 정관에는 간호사만이 회원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간호조무사협회 정관에도 간호조무사만이 회원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간호조무사들은 간호사들이 하는 일을 침범한다거나 간호사의 자리를 빼앗을 생각이 없습니다. 간호사들은 4년제 간호대학을 졸업해 거기에 맞는 고급 간호를 하고 실질적으로 필요한 실무간호는 간호조무사들이 해서 함께 윈-윈을 통해 앞으로 나가는 것이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바람직 한 일이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로 양 단체가 힘을 합쳐서 윈-윈 하고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Q. 얼마 전 간호조무사에 대한 임금 및 근로조건 실태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실태는 어떠한가?

저희 대한간호조무사협회에서는 2017년부터 매년 간호조무사들의 임금과 근로실태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국회토론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해가 지나도 근무 실태와 임금은 나아지고 있지 않아 가슴이 아프고 막막한 상황입니다. 우리 회원 2명 중 1명은 최저임금을 받고 있으며, 3명 중 1명은 근속기간이 10년이 넘어도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는 현실입니다. 특히 주 5일제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는 회원들이 많이 있고, 주 6일 근무를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5인 미만 사업장은 연차휴가도 보장되어 있지 않아, 5인 이상 사업장의 간호조무사들은 연차휴가를 7일 정도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법적으로 보장받고 있는 15일의 절반 정도만 사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간호조무사들이 현장에서 성폭력이나 성희롱, 폭언, 폭행도 많이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폭언이나 폭행, 성희롱의 가해자가 주로 환자나 보호자가 반 이상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거나 그런 어려움을 당하더라도 계속 참고 다닐 수밖에 없는 이유는 실질적으로 어디에도 하소연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참고 말자”라는 심정으로 어려움을 억누르면서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Q. 최근 한 의료단체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간호조무사들의 91%가 근무하고 있는 병·의원급의 경영위기가 날로 심각해지는 것으로 나타나 이로 인한 고용의 불안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코로나19가 심각했던 지난 4월 11일부터 19일까지 약 4,258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때 응답자의 66%가 환자가 줄었다고 응답했고, 그중의 약 29% 정도는 연차 소진을 강요당하거나 무급휴가를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권고사직을 강요당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응답한 회원 중 30%의 회원들은 감염위험에 대해 불안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으로 나타났습니다.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보험공단에서 지급하는 비용만으로는 병원 운영이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럴 때 국가에서 특별 대책을 통해 국민이 안심하고 찾아갈 수 있게 해야 하며, 마지노선인 일차 의료기관이 쓰러지지 않도록 지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IMF 때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정부가 적극적인 대책을 통해 피해가 크고, 도산할 수밖에 없는 의료기관을 살려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어려움을 딛고 현장에서 의사, 간호사, 임상병리사, 간호조무사 모두가 너무 애를 쓰고 있습니다. 특히 선별진료소나 코로나 환자 병동에서 근무하는 분들에게 위험수당을 추가 지급해서라도 이 난국을 지혜롭게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정부가 좀 더 힘을 쏟아 주면 좋겠습니다.

 

Q. 최근 간호조무사협회의 노력으로 ‘파독 간호조무사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1965년부터 1976년까지 우리나라 간호 인력 1만 명 정도가 독일로 파견이 됐고, 그 1만 명 중에 약 4천 명 정도가 간호조무사였습니다. 이런 선배님들의 노고로 우리나라의 경제를 부흥시켰고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습니다.

독일에 파견됐던 광부와 간호사, 간호조무사 인력을 담보로 우리나라는 차관을 빌려 경제개발을 이뤄냈습니다. 반세기가 지난 이제라도 국가가 그분들의 노고를 인정해 줬다는 것이 너무나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 파견됐던 선배님 중에 돌아가신 분들도 계시지만, 아직 생존하신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그분들은 많이 연로하신 상태입니다. 선배님들 살아생전에 간호조무사라는 이름이 정부의 법에 최초로 명시되게 된 것입니다. 그동안 간호조무사는 간호사와 함께 독일에 파견되었음에도 그 존재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는데, 이 법에 제정된 법률에 ‘간호조무사’가 공식으로 명시되어 그 존재를 국가로부터 인정받게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파독 광부, 간호사, 간호조무사가 명시된 법이 통과됐지만, 실질적인 지원에는 부족한 것이 많습니다. 앞으로 부족한 것을 보완할 수 있는 건의를 지속적으로 해나가려고 합니다.

Q.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을 회원들을 위한 구상이나 계획이 있다면?

우리나라 국민이 아플 때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들이 간호조무사입니다. 그래서 저는 간호조무사가 행복해야 우리 국민이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호조무사들의 처우는 회장의 입으로 말하기 부끄러울 만큼 너무나 열악한 상황입니다.

우리 간호조무사들이 좀 더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것은 처우 개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일차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호조무사들의 처우가 너무나도 열악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일차 의료기관에 처우 개선에 대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5인 미만이 근무하는 사업장의 간호조무사들은 근로기준법조차 적용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5인 미만 사업장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5인 미만 사업장의 간호조무사들도 내일채움공제 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일차 의료기관 만성관리 질환 사업에서도 우리 간호조무사들이 코디네이터로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과 교육을 계획하고 있으며,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가 치매 책임제, 치매안심센터, 통합돌봄사업 등 모든 사업에도 간호조무사의 자격을 가지고 우리 국민이 가장 필요로 하는 곳에서 그분들과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많은 국민이 선호하고 있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우리 간호조무사들이 참여해 어르신과 환자분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력 대비 구성이 1:40으로 되어있어 현장에서 일하기에 너무나 큰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인력 확충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 방문간호 장기요양기관에서 간호대학이 있는 평생교육기관이나 간호대학에서 700시간 교육을 받으면 간호사와 함께 방문간호 사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되어있는데, 이것에 대해 좀 더 체계적이고 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 나갈 계획입니다.

간호조무사들의 재취업과 관련하여 협회에서는 재취업을 돕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구상하고 있으며, 회원들을 직접 연계시켜서 본인들이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 있는 제도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간호조무사들이 늘 교육에 대해 목말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간호조무사들을 위한 재교육, 재취업 교육 등을 위해 정부로부터 기금을 받아 진행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특히 간호조무사가 살길은 교육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호조무사들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런 것들을 정부와 함께 해결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목표는?

간호조무사들에게는 한이 있습니다. 아무리 간호조무사가 학력이 높다 해도 우리나라에서 간호조무사 교육은 고졸로 묶여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늘 고졸 출신이라는 딱지가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국민 누구라도 그 어떤 직종에 대해 본인이 공부하기를 원한다면 공부할 수 있고, 제도적 지원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에서 간호조무사만 제도권에서 배울 수 없습니다. 이런 제도가 현재 우리나라 간호조무사 교육제도입니다.

그래서 보건복지부는 2013년 간호 인력 개편을 발표했고, 2015년까지 간호조무사를 전문대에서 양성하는 것에 대해 논의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간호협회 또한 참여해 많은 진전을 이뤄 왔습니다. 2015년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거기에서 논의됐던 많은 내용이 포함됐지만, 간호조무사를 전문대에서 양성하겠다는 그 조항만 빠진 채로 통과되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를 살펴보면 헤어디자인, 애견과 바리스타 등 많은 전문기술이 대학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내년에는 동물 보건사 제도도 생기게 되는데, 동물 보건사는 수의사 옆에서 간호조무사가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물을 간호하는 일을 하는 직역입니다. 동물 보건사는 전문대 이상 4년제 대학에서도 교육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간호조무사 교육은 할 수 없다는 것은 사람이 동물에 비해 역차별 받는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전 법에는 간호조무사 자격이 ‘고등학교 이상의 학력이 있다고 인정하는 자’로 명시돼 있었는데, 2015년 법이 통과될 때 ‘고등학교 이상의 학력이 있다고 인정하는 자’가 삭제되었습니다. 전문대에서만 양성해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전문대에서 양성하지 못하게 막아놓은 것을 풀어달라는 것입니다.

간호조무사는 우리나라 간호 인력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간호의 질이 높아지려면 간호사뿐 아니라 간호조무사의 직무능력과 자질도 향상되어야 합니다. 전문대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아 간호조무사의 직무능력이 향상되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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