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힐링도 중요하지만, 젊은이들이 많이 읽어줬으면 희망   
진료실에서 만난 아버지들의 이야기에 눈물이 핑 도는 감동 안겨
자기를 위해서는 자장면 이상을 안 먹으면서 자식들은 유학 보내
전립선 관리협회 만들어 도서 벽지 찾고, 매주 목요일 순회 진료

▲ 권성원 차의과대학 석좌교수

우리나라 비뇨의학계의 살아 있는 대부이자 ‘전립선 전도사’로 잘 알려진 권성원 교수(80. 차의과대학 석좌교수)가 최근 ‘아버지’ 시리즈 제3탄으로 『위대한 아버지』를 출간하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강의 기적을 일군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통해 지칠 대로 지친 이 시대의 아버지들을 위로하고 따듯하게 감싸주기 위해 썼다는 이 책은 그가 진료실에서 만난 다양한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꾸밈없이 그리고 있어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눈물이 핑 돌게 하는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권 교수는 한국전립선관리협회를 만들어 이 세상에 위대한 아버지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마다않고 찾아다녔다. 그는 비뇨의학계의 최고 권위와 명성을 내려놓고 전국의 아버지들에게 친근한 전립선 주치의로서 다가갔다. ‘전립선 전도사’ ‘전립선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이유다,
권 교수는 2012년 『아버지 마음』, 2015년 『아버지 눈물』을 펴냈다.

이번 제3탄 『위대한 아버지』는 아버지 시리즈의 완결판이라고 했다. 1권 출판에서는 7천만 원, 2권에서는 5천만 원의 판매대금을 모두 전립선관리협회 봉사활동비로 기부했다.     


Q. 이번에 ‘아버지’ 시리즈 3탄으로 『위대한 아버지』를 출간하셨는데 간단한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나이도 있고, 제가 무슨 전업 작가도 아니고, 그냥 뭐 평범한 칼잡이 의사가 어찌어찌하다가 잡지를 발행(건강한 전립선 시원한 배뇨)하게 되고, 칼럼을 쓰고, 그런데 내용이 전부 이 시대에 노인들의 힐링을 위한 글이고 잡지이다 보니까 노인들에게 힐링이 되는 글을 쓰게 된 거죠.

 

<이어령 교수 최우석 주필이 책 쓰기 멘토> 

Q. 아버지를 주제로 쓰시게 된 동기는?

그동안 주위에서 자꾸 책을 내라고 했는데 그중에 한 분이 이어령 선생님입니다. 이화여대에서 같이 30년을 교직생활을 했고, 또 내가 대전고등학교를 나왔고 이어령 선생님도 고향이 충청도여서 친하게 지내다 보니 집안의 주치의가 되었어요. 그래서 부부끼리도 가끔 만나서 얘기를 하다 보면 이 시대 아버지들이 제일 고생을 많이 했고, 그래서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고, 교육열이 강하여 아이들 다 유학시키고 먹여 살렸죠. 그런데도 어머니 얘기는 많지만, 아버지 얘기가 없어요.

그래서 2012년 『아버지 마음』이라는 걸 썼고 이것은 중앙일보 포브스코리아에서 출판을 했어요. 그때 제가 글을 쓰는데 멘토 역할을 한 분이 또 계시는데 최우석 선생입니다. 중앙일보 주필과 사장을 하시고, 삼성경제연구소를 설립하여 소장도 하고, 이병철 회장의 거시 경제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데 상당히 역할을 하셨던 분이라고 합니다.

나는 생판 만난 적도 없는 분인데 어떤 기회에 제 글을 보시고 좋아하셨어요.
굉장히 선비 같은 최우석 선생이 2018년 연말부터 저한테 또 책을 내라고 압력을 넣으시는 거야. 그러고 4개월 뒤에 돌아가셨어요. 상가에 가서 문상을 드리며 돌아가시기 전에 책이라도 내서 황천길에 읽으라고 드렸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 상담중인 권성원 교수

<이대 동대문병원서 비뇨기과 진료 상인들과 만나>
  
Q. 선생님을 ‘동대문 스필버그’로 불린다고 합니다. 

제가 처음 이화여자대학교 병원에 가서 비뇨기과를 창설을 했는데 여자대학에 비뇨기과를 만든다니까 주변에서 다 반대했어요. 여자대학에 무슨 비뇨기과냐? 한편으로 오기도 생겨 ‘그래 남들이 못한다는 걸 만들어보자’, 그래서 1년 만에 전문의 교육 자격을 따고 비뇨의학과 진료를 시작했어요. 제가 끝날 때쯤 이화대학 비뇨기과가 아주 셌어요. 병원을 우리가 먹여 살린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그 이유가 동평화, 서평화, 청계천 시장에서 장사하던 노인들, 한강의 기적을 이룬 분들이 주인공입니다.

옛날에 세운상가에서 1시간이면 군대 무전기가 나오고, 탱크도 만든다고 했어요. 그리고 우리나라가 산업화 초창기 수출 지상주의로 갈 때 제일 앞장섰던 게 봉제에요. 그 봉제 기술들이 청계천 동대문 상가에서 출발한 겁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공통적인 건 한을 가진 사람들이에요. 6·25때 흥남 철수 직전 미군 메르딕스 빅토리호를 타고 내려온 사람들이고, 대동강 철교를 건너서 내려온 사람들이에요. 옷은 군복에 시커먼 먹물 들여서 입고 일을 했지.

그 사람들은 자기를 위해서는 자장면 이상을 안 먹어. 구두도 그냥 다 떨어진 군화를 신고, 무지한 구두쇠들인데 병원에 와서 처음 하는 소리가 “깎아 달라”는 거야. 내가 병원장하고 원무과장하고 매일 싸우는 게 돈 깎아주는 거야. 그것을 한 30년을 했더니 동대문 상가에서 ‘이대병원에 권 아무개 의사는 후한 선생이다’라는 소문이 나고, 주위에 환자가 생기면 무조건 데리고 오는 거야. 저 선생한테 가면 뭔가 살길이 있다 그랬지.

그런데 제가 종양학을 했으니 방광암, 전립선암은 전국에서 다 모였어요. 이 분들이 항암제 치료를 할 때는 지옥을 왔다 갔다 하는 거야. 토하고 머리도 다 빠지고, 그러다 보면 환자들하고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고 속내가 다 드러나지요.

이 사람들이 그 험한 삶을 살면서도 지출에 원칙이 하나 있어. 자식 키우기. 진짜 자식 교육에 올인하는 거예요, 그 짠돌이들이 악착같이 번 돈으로 80년대 90년대 유학 가고 명문대학에 다 보냈어요.

 

Q. 선생님의 책을 보면 꾸밈없이 글을 쓰셔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눈물이 핑 돕니다. 선생님은 환자들을 이해하고, 환자는 선생님 말씀을 잘 따라주고요.

▲ 권성원 저서 『위대한 아버지』

그런데 시대가 바뀌면서 의사들이 우선 장비에 의존하는 게 있어요, 무조건 말도 들어보지 않고 MRI 해라, CT 해라. 병원에서도 개념이 인센티브제가 되니까. 그래서 의학과 인문학의 중요성이 자꾸 대두되고 연세대학교에서도 의학과 문학, 의학과 음악 이런 강좌도 개설했어요. 

나는 이 책을 학생들이 읽어줬으면 좋겠어요. 사실 그래서 내가 이 책을 쓰면서 학생들에게 효의 어떤 콘셉트를 전하고 싶었어요. 노인들의 힐링도 중요하지만 요즘 이 젊은 세대들이 공짜로 큰 줄 알고 있거든. 이번 책은 서점에 안 내놨어. 노년들의 힐링을 접하면서 낸 책이니까.

제 독자들 중에는 미국, 캐나다, 브라질 교민들이 많아요. 이민자들의 안식처는 교회인데, 교회에 우리 잡지가 가니까. 그래서 브라질이나 캐나다에서 원하면 우송료가 들어도 그냥 보내주자고 했어요.

 

Q. 전립선관리협회를 만들어 오랫동안 활동하고 계십니다.

올해 11월이 창립 25주년이 되는데 그때 출판기념회도 하려고 해요. 20주년을 했기 때문에 25주년 건너뛰려고 했는데, 많은 분들이 25주년이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사반세기니까 반세기를 향해가고, 반세기가 끝나면 일세기, 백 년을 향해 가는 거라고 합니다.

Q. 전립선관리협회 활동을 하시면서 전국 지방 안 다녀 본데가 없으시지요.

우리가 도서 벽지 진료를 1년에 2~3번 해요. 그런데 한 번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5천만 원 정도 들어갑니다. 모든 진료 장비 다 갖추고 100여 명이 움직여야 하니까.

또 지금까지 매주 목요일 날은 순회 진료를 했어요. 서울시의 25개 보건소와 경기도 양주, 양평, 여주 이런 데는 매주 목요일마다 돌았는데, 20년 동안 10만 명 넘었을 겁니다. 그동안 우리가 900,000㎞ 가까이 달렸고, 시혜 액수가 보험 기준으로 해서 1인당 따지니까 총 200억 정도인데, 맨땅에 헤딩한거죠.

그런데 우리의 프라이드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컴퓨터에 다 입력을 한 자료예요. 그 기록들이 도시, 농촌, 어촌 지역의 전립선 질환에 대한 자료가 쌓여있어요. 그것은 돈으로 따질 수가 없어. 정부 통계하고 이것하고 해서 원주의과대학에 논문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비뇨기과 의사 회원들은 누구나 자료를 받아써도 됩니다. 아마도 연구기간 20년, 통계 대상 숫자 10만 명 이것을 지역별로 조사한 것은 전 세계에 없을 거야. 우리의 큰 지적재산이야. 동영상 자료도 다 찍었어. 그런데 올해 코로나가 우리한테도 직격탄을 날렸어요.

 

Q. 건강하게 진료하고 봉사활동을 하시려면 평소 운동이나 체력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요?

한 30년 동안 하루에도 빠지지 않고 결사적으로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는 매일 걸으려고 애씁니다. 젊었을 때 조깅을 했다가 나이 들면 뛰는 게 오히려 안 좋다. 무릎에 무리가 많이 가니까 걸어라, 그래서 걷는 걸로 바꿨습니다.

그냥 바쁘니까 아플 새도 없어. 제일 건강한 거는 돈 받고 보는 환자야. 간호사분들도 오늘 몸살기가 있으니까 분산시켜서 할 수 있는데, 매주 목요일 날 아침에 무료진료 가는 것은 기어서라도 가야 해. 아프면 겁나죠.

 

Q. 올봄에 보령의료봉사상 대상을 수상 하셨는데 수상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솔직하게 얘기할게요. 염불보다 잿밥에 신경을 썼다. 수상하고 나서 후원자들한테 친필로 편지를 보냈는데, 전립선관리협회 봉사활동 운영 재정에 도움이 된 것이 무엇보다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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