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오르 미래약국 - 로봇에 부착된 스크린을 통해 고객과 대화하는 약사 / 사진출처=구글

조제전문약국 체인 대기업인 쿠오르 홀딩스가 ‘미래약국’이라고 이름붙인 점포를 개설했다.

이 점포의 특징은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원격 조작하는 자주형 로봇이다. 고객은 화면을 통해 약사와 상담하고 로봇을 이동시키면서 건강식품 등을 구매한다.

이것은 온라인 복약지도 허용에 대비해 점포 운영을 디지털화 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조금 오른쪽으로 돌 수 있을까요?”(약사), “이 버튼을 누르면 되나? 아, 움직였다”(고객), “예, 좋습니다. 이쪽에 보이는 것이 24시간 락커입니다. 편하실 때 가져 가실 수 있도록 약을 넣어 두겠습니다.”(약사).

지난 6월 중순 도쿄 메구로구의 쿠오르약국 에비스점에 로봇고객 ‘1대’가 찾아왔다. 나카지마 모토히로 총괄주임이 안내하고 있는 고객은 얼굴 대신에 스크린이, 다리 대신에 바퀴가 달려있는 신장 150센티미터의 로봇이다.

화면에 비춰지고 있는 것은 고객 역할을 하는 사원인데 약 10킬로미터 떨어진 다른 점포에서 로봇을 원격조종하고 있다.

사람 눈높이에 설치된 카메라의 영상을 보면서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사용해 원격조작하고 점원이나 약사로부터 텔레비전 전화로 조언을 받으면서 상품을 선택해 간다.

 

에비스점 리노베이션

쿠오르는 5월말에 에비즈섬을 리노베이션해 ‘미래약국’이라는 이름으로 개설했다. 이 약국의 주인공은 스타트업기업 아바타인이 개발한 로봇 ‘뉴미’다.

로봇을 대여하는 비용은 1대당 월 10만 엔 정도인데 쿠오르의 나카무라 타카시 사장이 추진하는 ‘온라인 의료 프로젝트팀’이 도입했다.

이것은 온라인 복약지도를 위한 준비다. 의약품의료기기법 개정으로 9월부터 영상전화 등을 통해 약사가 복약지도를 할 수 있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한시적 조치이지만 자택에서 처방약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까지 처방약은 대면 판매가 원칙이었기 때문에 조제약국은 병원에서 가까운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해 왔다.

처방전을 들고 병원에서 나온 환자를 고객으로 맞이하면 조제수가와 약품 판매를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온라인 복약지도가 일반화되면 이런 방식은 통용되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약국의 밀집 상황을 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확실히 늘고 있다.

처방약의 조제를 기다리는 중에 점포 내를 둘러보면서 건강식품 등을 ‘추가로 구매’하는 환자도 줄고 있다.

하지만 약사의 역할은 변하지 않는다. 인터넷 통신판매로도 살 수 있는 일반약과 달리 처방약은 효과와 부작용 리스크가 커서 용법과 용량을 설명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 대면이 아니더라도 질병 예방 등에 관한 약사의 의견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복약지도의 중요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미래를 염두에 둔 전략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 것인가. 오프라인 점포를 중심으로 하는 쿠오르가 내놓은 해결책 중 하나가 로봇이었다.

하지만 온라인 복약지도는 이용 요건이 엄격할 뿐만 아니라 녹화도 필요해서 현재의 뉴미로는 대응할 수 없다. 아직까지는 규제가 완화되고 이용이 확대된 미래를 위한 준비단계일 뿐이다.

현재는 로봇을 통해 환자와 약사의 관계를 심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원격 시대에 ‘단골약국’으로 선택되기 위해서는 거대한 창고 같은 공간에 약사를 다수 배치해서 대응하는 무미건조한 방식은 고객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에비스점의 면적은 보통 약국의 약 4배로 대중약과 건강기능식품 등 600개 품목을 진열하고 있다. 로봇이 사람과 나란히 걸을 수 있도록 통로의 폭을 확장하고 진열대의 높이도 조정했다.

원격 조작하는 이용자가 로봇을 어디서, 얼마나 오래 멈췄는지 등을 분석하면 진열 방법 개선과 신상품 개발에 도움이 되는 데이터를 수집할 수도 있다.

쿠오르는 이러한 노하우를 일본 전국에 있는 800개의 점포에 확대 응용할 생각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는 것이다. 처방약과 건강식품을 한 곳에서 살 수 있다는 드럭스토어의 매력은 분명 크지만, 일반 인터넷 통신판매가 더 저렴하면 고객은 그쪽을 더 이용하게 된다. 따라서 가격 경쟁력 강화도 성공의 조건이다.

 

타업종 기업 참여 늘어 경쟁 격화

쿠오르의 2020년 3월기 연결매출액은 1,654억 엔이고 영업이익은 77억 엔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은 저하해서 매출액의 90%를 차지하는 약국 사업의 강화가 필수적이다.

처방약은 진료수가 개정에 따라 이익이 좌우된다. 따라서 자신의 노력으로 매출과 이익을 높일 수 있는 일반약과 건강기능식품의 비율을 늘리는 것이 과제다.
 
조제약국은 이제까지 철벽 규제로 보호받아 왔다. 약국 개국에는 보건소의 인가가 필요했으며 판매는 약사만이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변하고 있다.
 
드럭스토어에서 구매 가능한 감기약 등은 2014년에 인터넷 판매가 허가돼서 라쿠텐 등 타업종 대기업이 연이어 참여했다. 드럭스토어 대기업인 웰시아 홀딩스는 조제 병설점포를 전체의 70%로 늘려 처방약과 함께 일용잡화 등도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규제 완화가 진전되면 약품 판매 시장에 대한 참여 장벽은 더욱 낮아진다. 웰시아의 2020년 2월기 연결매출액은 8,682억 엔으로 쿠오르의 약 5배다.

타 업종과 싸우기 위해서는 디지털화를 통한 코스트 경쟁력 강화와 집객력 향상이 급선무다.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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