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의료정책, ‘4대惡’으로 규정하고 즉각 중단과 재논의 요구
정부, 대화 통한 해결 의지 있지만, 정책 원안대로 추진할 것
상호 불신 깊은 감정의 골과 소통 부재가 불러온 예견된 사태

▲ 8월 14일 대한의사협회 회원들이 여의도에서 정부의 4대악 정책 반대 집회를 벌이고 있다

8월 14일 전국 의사들이 총파업하고 거리로 나와 정부의 ‘4대惡’ 정책 중단과 의료환경 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의사들은 직무를 망각했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거리로 나와 그들의 주장을 호소했다.

이에 앞서 지난 7일 전국의 전공의와 의대생 등 젊은 의사들이 먼저 길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거리에서 정부의 ‘4대惡’ 정책(한방급여 시범사업,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원격의료 도입)에 반대를 외치고, 의대 정원 확대보다는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국의 의사들도 정부의 ‘4대惡’ 정책의 즉각 중단을 촉구하기 위해 길거리에 나섰다.

정부가 그동안 의료계의 반대로 추진하지 못했던 한방급여 사업과 원격의료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한 해결책으로 의사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이라는 정책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계와 약계, 병원 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7월 한방급여화 시범사업 연내 추진 결정을 내렸다. 이어 의대 정원 확대와 신규 공공 의대 추가 설립에 대한 세부계획을 마련해 발표하고, 세부적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4가지 정책을 ‘4대惡’으로 규정하고 반대해오던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7월 정부의 일방적인 ‘4대악’ 의료정책 추진에 대한 대회원 여론조사와 투표 결과를 발표하고, 정부의 정책추진을 반대하기 위해 강력한 조처를 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한, 8월 1일에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5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하며 8월 14일 총파업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가 제시한 5가지 요구사항은 ▲의대 정원 확대 계획 철폐 및 '대한민국 보건의료 발전계획 협의체' 구성 ▲공공의료대학 설립 계획 철회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철회 및 한의약정책관실·한의약육성법 폐지 ▲영리를 추구하는 비대면 진료 육성책 폐지 ▲코로나19 감염증 극복하기 위한 민관 협력체제 구축 등으로, 12일 정오를 최종 협상 시간으로 제시하고 대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4일 파업에 대해 정부와 의료계 모두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 모두 상호 대화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7일 전공의들의 파업과 단체행동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공문 하달로 인해 사실상 정부와 의료계 간의 대화는 결렬됐다.

▲ 파업 당일날 병원에 붙어 있는 휴진 안내문들

보건복지부가 전공의들의 파업을 막기 위해 각 대학병원 등 수련병원에 공문을 보내 전공의들의 파업에 대한 대응 방침을 하달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5일 예정되어 있던 보건복지부와의 만남을 취소하고 보건복지부와의 대화 중단을 선언하며, 국무총리와 직접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6일 담화를 발표하고 의료계의 집단행동을 자제해 달라 요청하고, 의료계와의 대화를 다시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의료계는 그동안 진행해왔던 정책추진을 지속하는 등 사실상 기존 입장에서 물러섬이 없었다며, 정부가 의료계의 요구를 거절했다고 평가했다.

▲ 병원에 휴진안내와 함께 대한의사협회 포스터가 붙어있다. / 사진= 대한의사협회

7일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을 비롯한 젊은 의사들은 파업과 단체행동을 강행했고, 대한의사협회는 그들을 격려하면서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젊은 의사들의 단체행동이 끝나고 파업이 예정된 14일이 다가왔지만, 정부와 의료계는 여전히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대한의사협회가 최종 시안으로 못 박은 12일이 다가오면서 정부는 의료계와 소통하겠다며 의료계에 협의체 구성을 간곡히 권고하고 나서기도 했지만, 원안대로 정책추진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최종 시안인 12일 정오를 앞두고 보건복지부 김강립 차관은 의료계에 정부와 함께 대화와 협력을 해 달라 요청하면서 협의체 구성에 대해서는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는 변화가 없음을 밝혔다.

이에 대해 12일 대한의사협회는 입장을 발표하고 정부가 사실상 의료계의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했다며, 의료계는 14일로 예정된 총파업 단행을 예정대로 강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실 그동안 정부와 의료계 간에 문재인케어 추진을 비롯해 한방급여 시범사업, 원격의료 추진,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 등에 대한 입장 차이는 컸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의료정책을 둘러싸고 각자 다른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정부와 의료계는 끝없는 힘겨루기를 했고, 이런 전처로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응에도 정부와 의료계 간의 엇박자로도 이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또한, 정부가 코로나19를 계기로 그동안 의료계와 대립했던 정책들을 하나둘씩 추진하게 되면서 의료계와 정부의 관계는 점점 더 틀어져 갔다.

의료계는 그동안 의료정책들을 추진하면서 당사자인 의료계의 의견이나 주장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한 극심한 피해에 대한 의료계의 지원요청은 외면한 채 일방적 정책만 추진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심지어는 의료계가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선 상황에서 정부가 의료계의 반대가 극심할 것이라 예상되는 정책들을 들고 나옴으로써 “등 뒤에 칼을 꽂았다”라며 정부에 대해 격양된 반응마저 보이고 있다.

어쩌면 이번 사태는 정부와 의료계 간의 소통 부재와 감정의 골로 인한 불협화음으로 예견된 사태일지도 모른다. 의사들은 비난을 감수하고 최후의 수단인 파업까지 동원해 정부에 일방적이며 잘못된 정책이라며 철회와 재논의를 호소하고 있지만, 정부는 원안대로 추진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앞으로 이에 대한 갈등은 지속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대한의사협회는 파업 당일날 집회에 앞서 의대 입학정원에 대한 토론회도 개최했다.

한 치의 물러섬 없이 계획한 원안대로 이번 정책들을 추진하겠다는 정부, 생존권을 걸고 반드시 막아내겠다는 의료계, 결국 이로 인한 모든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에게는 사태를 이렇게까지 만들었다는 비판, 의료계는 국민의 건강권을 담보로 단체행동까지 해야 했냐는 비판, 정부와 의료계는 이번 파업으로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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