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약 첩약 급여화 지속적으로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해
당초 5개 분야에서 3개 분야 올해 10월부터 1차 시범사업 추진
의료계, 시범사업 철회하지 않는다면 저지 위해 총력 투쟁할 것
약계, 졸속적이고 원칙 없는 추진보다 선결과제 해결이 우선돼야

 

▲ 대한의사협회 7월 3일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철회 촉구 집회 /사진= 대한의사협회

6월 9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에서 한방 첩약 급여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보고 했던 사실이 알려지자 의약계는 안정성과 유효성이 확보되지 않은 한방 첩약에 대한 보험급여를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정부의 시범사업 철회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가 한방에 대해 보험급여를 적용 시도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2013년 그리고 지난해 2019년에도 한방 보험급여 시행을 시도한 적이 있다. 그때마다 번번이 의약계의 강력한 반대로 인해 무산된 바가 있다.

2019년에는 논란이 확산 되자 국정감사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첩약 급여는 유효성·안전성·경제성이 확보된 다음 논의할 것”이라고 말해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지속적으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첩약 급여화 사업을 논의해 추진하려는 입장을 견지해왔었다.

특히 이번 사업에 대해 가장 반발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와 의료 단체들은 정부를 규탄하고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연이어 발표하며 반대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7월 3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를 열고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실시를 기정사실화 했다. 이에 대해 의약단체들은 한방 첩약 급여화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추진할 것

일반적으로 한방 첩약(貼藥)은 첩지라 불리는 약포지로 싼 1회 탕제 분량의 약으로, 한의사가 한 종류 이상의 약을 치료용으로 조제한 것을 말하는데, 정부는 2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에 첩약 급여 시범사업을 상정하고 올해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하고자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그동안 미뤄져 왔다.

정부는 지난 6월 9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를 열고,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추진 계획안’만을 단독안건으로 상정하고 논의했다.

이날 있었던 소위원회에서 정부가 제시한 최종안에 대해 격론이 벌어졌으며, 진단 및 처방료에 이외 심층변증방제기술료 등에 대해 과도한 수가 책정이라는 지적을 받고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정부가 이번에 내세운 사업계획은 3년에 걸쳐 3단계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1단계 한의원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2단계와 3단계에서는 한방병원이나 약국 등으로 사업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다.

또한 한방 첩약에 적용 대상 항목은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 후유관리, 월경통, 알레르기비염, 무릎관절염 등 5가지 항목이지만, 올 10월부터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 후유관리 및 월경통 등 3개 질환에 대해 한방 첩약 급여 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한방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의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으며, 대한병원협회(회장 정영진)와 대한약사회(회장 김대업)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담보되지 않은 첩약 급여화에 대한 우려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반면, 해당 유관단체인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최혁용)는 이번 시범사업 참여에 대해 회원들에게 찬반 투표를 실시하여 참여의 뜻을 천명했다.

정부는 7월 3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를 열고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실시를 보고했으며, 이달 말 있을 본회의에 보고하고 당초 계획대로 10월 시범사업 시행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 의약계 4단체 7월 8일 한방 첩약에 대한 정책간담회

한방첩약 건강보험 수가적용 대상 될 수 없어

의약단체들은 한방 첩약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의약적 타당성, 의료적 중대성, 치료 효과성, 비용 효과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우선 한방 첩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방 첩약에 대한 과학적인 검증 절차가 적용되지 않았으며, 양약과 의료행위나 기기 등과 같이 엄격한 안전성 검증이나 효과성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7월 8일 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대한약사회가 참여해 열린 한방 첩약에 대한 정책 간담회에서는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한의학의 과학화는 정부가 막고 있는 것으로 한의학에만 별도의 기준을 적용해 판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의료와 한방의료의 원리는 다르지만, 중요한 것은 공통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원리라는 것이다.

의사에게 부여된 의료행위에 대한 사항과 의견을 상세히 기록해야 하는 의무에도 한의사도 예외일 수 없으며, 의학과 한의학에 있어서 요구되는 안전성과 유효성이라는 기준도 다를 수 없고, 다른 기준과 방법론을 적용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또한 첩약과 제조의약품 간의 유효성 평가 체제를 비교해 보면, 의약품은 전 단계에 걸쳐 적용되고 있는 안전성 유효성 기준을 적용받고 있지만, 첩약은 개별 약제단계, 처방단계, 조제단계, 투약후단계 등에 있어 동일한 기준을 적용받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는 것이다.

의약계는 코로나19 사태에 총력을 다 하고 있는 상황에 지금 첩약의 급여화가 가장 최우선적인 중대한 가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는 현재 진행 중이고, 감염원을 찾을 수 없는 깜깜이 감염자도 속출하고 있다. 언제든 다시 대량 지역감염 사태로 확대될 수 있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한방 첩약 급여화가 먼저 논의돼야 할 사항도 아니고, 건강보험 재정은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 분야에 우선적으로 투입돼야 하는 마당에 한방 첩약에 대한 논의는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첩약 급여화에 대한 과도한 급여책정 문제와 비용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안에 과도한 보험급여 책정도 다른 의약계의 급여에 책정된 비용과 비교해 형평성에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1단계 사업에 도입되는 정부 예산만 500억 규모로, 6월 초 끝난 2021년 건강보험 수가 협상 때 정부가 제시한 낮은 수가 인상률을 제시해 의료 단체들의 수가 협상도 결렬된 마당에 이해할 수 없는 사업 추진이라는 것이다.

 

▲ 대한의사협회 6월 28일 첩약 건강보험 적용 결사반대 및 한방건강보험 분리 촉구를 위한 결의대회 / 사진= 대한의사협회

첩약 급여화에 대한 갈등은 진행형

이번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대해 특히 의료계는 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결여된 첩약을 지금 추진하는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의료계에 대한 기만이라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더군다나 정부가 의약계에 대한 제재와 관리에 비해 한의에 대해서만 유독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한약을 ‘금수저’로 비유하기까지 하고 있다. 이에 원칙 없는 첩약 급여화 사업을 당장 철회하고, 한의를 건강보험에서 분리해 한방보험으로 따로 구성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약계 단체를 대표하는 대한약사회는 첩약 급여 시범사업 졸속 추진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함께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2019년 국정감사에서 박능후 장관이 “첩약 급여는 유효성·안전성·경제성이 확보된 다음 논의할 것”이라고 약속한 바가 있지만, 국민과 국회에 허언을 한 것이라며,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으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첩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한 데이터로 축적하겠다"는 발상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겠다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국민을 실험 대상으로 해서는 안 된다며 안전성과 유효성이 담보된 후에 첩약 급여화를 검토해야 하고 첩약 급여와 동시에 한의약 분업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한방 급여 시범사업을 7월 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본회의에 보고하고 예정대로 10월 시작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는 이번 사업을 철회하지 않으면 끝까지 총력 투쟁을 하겠다고 밝혔고, 약계는 졸속적이고 성급한 추진보다는 선결과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어 한방 급여 시범사업에 대한 논란은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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