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 매출 50% 이상 감소, 80% 1년 내 문 닫아야 할 판
정부도 노력해 준다면 포스트 코로나 의료 패러다임 바꿔야
일방적인 희생 감내하고 버텼지만 정상화 방법은 자금지원뿐
어려운 상황 위기 극복 위해 회원들의 단합과 지지 필요할 때

▲ 대한의사협회 변형규 보험이사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의료기관의 물적 피해는 극심했고 동네 병·의원들은 더 이상 병·의원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라고 호소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4월 코로나19에 의한 의료체계의 붕괴를 우려하고 최악의 사태를 막자며 정부에게 6가지 지원안을 제의했지만, 정부의 뚜렷한 답을 받지 못한 상태다.

6월 초 대한의사협회가 공개한 병·의원 경영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동네 병·의원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었고, 80% 이상의 병·의원이 1년 안에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당장 3개월도 버티기 힘들다는 병·의원도 2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병·의원에 인력감축 등의 극단적인 조치까지 이뤄지고 있으며, 58%의 병·의원에서 이미 행했거나 할 계획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대한민국 의료체계의 붕괴를 막아야 한다며 정부의 지원을 재차 요구하고 나섰다.

이번 조사를 주도했던 대한의사협회 변형규 보험이사를 만나 현재 상황과 입장에 대해 들어봤다.

Q. 코로나19로 병·의원 들이 입은 타격은 어느 정도입니까?

저희가 최근 시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대부분의 의사들이 50% 이상 매출 감소가 있고, 호흡기 환자를 보는 의사들은 80% 이상 환자 및 매출 감소가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전반적으로 보면 50% 이상 매출액이 줄었다고 보면 됩니다.

 

Q. 조사를 통해 살펴본 병·의원의 실상은?

저희가 조사한 항목에 의하면, 코로나가 지속되면 의료기관 운영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1년 내 폐업할 수 있다”는 답변이 주로 나왔고, 심각한 경우는 6개월 이내도 나왔습니다. 설문의 세부적인 내용으로 “직원해고를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도 하고 있다는 분들이 30%, 할 예정이라는 분도 30%가 됐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현재 병·의원 운영이 정말 어려운 상황이란 게 설문조사를 통해서 드러나게 된 거죠, 정말 어려운 상황은 맞습니다. 중소병원 같은 경우는 고정비용이라고 인건비 등 매일 지출되는 비용이 고정적으로 보통 80% 정도 됩니다. 그런 병원들은 20%의 매출 감소만 있어도 심각한 타격을 입죠. 거기에 30%가 됐다, 그럼 계속 적자가 지속되는 겁니다. 아주 심각한 문제로, 이것은 의료전달체계에 문제가 될 수도 있는 겁니다.

1차 진료를 아무리 잘하려고 해도 2차 진료로 이어질 수 없다면, 전달체계의 문제가 될 수밖에 없고 국민의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지는 문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Q. 이번 의료계의 위기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 방법은?

코로나바이러스가 호흡기 바이러스인데, 호흡기 질환을 진료하는 병원은 굉장히 심각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특히 이비인후과, 소아과, 내과, 가정의학과 그런 과는 환자가 이미 80% 정도 줄어든 상황인데, 저는 좀 다르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정부의 말처럼 당장 호흡기 질환 환자가 많이 줄어든 것이 맞습니다. 정부에서 홍보를 통해 ‘마스크 쓰기’, ‘손 씻기’ 등을 하고 있습니다. 이게 원래 호흡기 질환을 막을 수 있는 예방법이죠. 그런데 사실 그동안 많은 것을 하지 않았던 거죠.

전 진료의 패러다임이 이 코로나 사태 이후로 좀 바뀌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자가 하루에 약 20~30명 온다고 하면 분명히 경영이 어려워요, 당장 어렵기 때문에 병·의원이 유지가 안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죠. 그러면 앞으로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이 진료의 패러다임이 바뀐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이후에 정부가 호흡기 질환 예방에 대한 홍보 등을 등한시해서 손 씻기나 마스크 쓰는 것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으면, 또다시 호흡기 환자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저수가 상황에서 또다시 박리다매 형태로, 환자를 많이 보면서 보전을 하려는 그런 생각들이 이전처럼 생기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정부가 이 홍보를 지속적으로 하면서 호흡기 환자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면, 진료의 패러다임을 바꿔 하루 환자 20~30명만 보면서 1차 진료에서 2차 진료로 넘어갈 수 있는 환자를 제대로 살필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도 있는 겁니다.

만약에 내과에 어떤 환자가 왔는데, 호흡기 환자를 보는 시간 대신에 진찰을 제대로 할 수 있다면, 내원한 내과 환자에게 이 환자가 ‘충수염이다’, ‘맹장염이다’ 이런 구분을 할 수 있는, 진료시간이 더 투입이 될 수 있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그 환자를 상급병원으로 이송시키는, 상위 단계의 병원으로 옮기는 역할을 1차 진료가 제대로 할 수 있는 거죠. 그러려면 환자 1명당 진료시간이 늘어나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단 20~30명에게도 충분하게 진료 서비스를 해 줄 수 있어 국민에게 굉장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환자를 100명 이상 보게 되면, 환자가 궁금한 것도 잘 못 듣고 가는 수도 있고, 다른 환자에게 의료서비스 시간을 많이 투자하게 되면 기다리는 환자는 또 불만이 생기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환자들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부여하는 만큼의 진료비가 늘어나야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보통 환자를 진찰하고 치료해서 의사 1인당 150만 원 정도 진료수가가 청구되어야 병원 유지가 되는데, 그 정도의 진료비가 보전된다면, 저희도 20~30명에게만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해 드릴 수 있습니다.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아질 것이고, 세부적으로는 본인 부담료에 대한 협의는 해봐야 알겠지만, 앞으로의 호흡기 환자를 줄이면서 병원 유지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진찰료까지 인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꼭 내과만이 아니라 다른 과의 진찰료도 전반적으로 인상이 되어야 하고 그런 상황으로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Q. 앞으로의 추후 상황을 예측한다면?

저희가 조사한 설문이 발표된 지 거의 3주 정도 된 거 같은데, 저는 포기상태입니다. 정부에 아무리 얘기해도 공허한 메아리일 뿐입니다. 저희가 이런 설문조사를 해서 “어렵다”, “직원을 해고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도 해고하고 싶지 않다”, 그러면 “지원을 해달라”. 그런데 정부 쪽에서는 아무런 답변이 없어요.

“아 어렵군요”, “검토를 해봐야겠네요”. 그것이 끝입니다. 더 이상 구체적인 지원책이 나오지가 않습니다. 정말로 의원이나 병원급에서 줄도산으로 무너지는 꼴을 본 뒤에야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상황이 돼야 움직일지 저는 굉장히 우려스럽습니다.

그래서 정부 측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 “지금 한시바삐 막지 않으면 나중에는 큰 비용이 들어갈 것이다”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만, 사실 정부에는 더 이상의 제안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Q, 협회 차원에서의 자구책이 있다면?

자구책이란 건 있을 수가 없는 상황이죠, 결국 돈과 관련된 문제니까요. 지원을 해줘야 하는 겁니다.

그 예로, 손실보상위원회가 열리고 있는데, 손실보상위원회에서는 실제로 코로나로 인해서 폐쇄되거나 직접적인 피해에 대해서 손실보상을 해주고 있지만, 의원급 같은 곳에는 아직도 아무것도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 곳에만 집중 투입이 되고 있고, 보상에 대해서는 아직도 회의 중입니다. 손실보상위원회가 7차까지 진행됐지만, 아직도 논의 중입니다.

이건 심각한 겁니다. 코로나 환자의 방문 동선이 다 공개되고 있지 않습니까? “어디 병원이 폐쇄됐다.” 다른 자영업자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병원은 특히 더 안 오십니다. 폐쇄됐던 병원에 가면 감염 우려가 더 크다고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그런데 그마저도 지원이 안 되고 있습니다. 문제가 심각하지만, 자구책이 나올 수가 없는 거죠.

 

Q,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저는 회원들이 결속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사들이 코로나로 인해서 굉장히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특히 의료진들뿐만이 아니라 간호사, 간호조무사, 관계된 행정인력들 다 노력을 했는데, 돌아온 것은 결국 2.4%라는 보험수가 인상안이었어요, 물론 결렬됐지만, 그런 면에서 저는 분노감이 들고 있습니다. 이런 분노를 회원님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분노가 결집이 돼야 하는 겁니다. 이렇게 패배의식만으로 그냥 진행된다면, 그동안 국민들의 의료서비스는 더 질 낮은 서비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리는 겁니다.

저는 회원님들에게 내부 결속을 말하고 싶습니다. 회원들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의사협회에서 노력하려고 해결하는 것에, 지지를 해주시는 그런 내부 결속이 있었으면 좋겠고요, 어려운 게 있으면 우리 협회가 회원들에게 도움을 드리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지지를 좀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회원님들께서도 이 위기로 어려우시겠지만, 협회에서 좀 더 노력해서 어려운 시기의 난국을 타계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니 믿어주시고 좀 더 많은 지지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한국의약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