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는 서 있거나 움직일 때 넘어지지 않게 하는 균형계(balance system)가 있고, 내이(inner ear), 눈, 근육, 관절 및 뇌 사이의 소통을 통해 위치를 감지, 피드백 및 조정의 지속적인 과정을 통해 균형을 유지한다. 공간에 대한 움직임을 감지하는 구조로는 전정계(vestibular system), 시각계(visual system), 고유수용감각계(proprioceptive system)가 있다. 움직임이나 균형에 대한 신호는 내이의 전정기관신경(vestibulocochlear nerve)을 통해 소뇌와 전정핵(vestibular nuclei)이라 불리는 뇌간(brainstem)의 핵으로 신호가 전달된다. 뇌간(전정핵)은 대뇌(학습된 정보)와 소뇌(반복적 움직임)에 의해 제공되는 학습된 정보와 분류되고 통합된다. 감각 통합이 이루어지면 뇌간은 눈, 근육 및 대뇌 등 다양한 대상에 신호를 전달하고 운동을 조절한다.

균형은 인체의 무게중심을 유지하는 능력으로 움직이면서도 물체를 정확히 볼 수 있고, 자세를 유지하며, 움직임의 방향과 속도를 결정하고, 다양한 조건과 활동에서 인체의 안정을 유지한다.

인간은 아기 때부터 연습과 반복을 통해 균형 잡는 법을 배운다. 자극이 감각신경에서 뇌간으로 전달된 다음 근육으로 다시 전달되는 과정의 반복을 통해 새로운 신경경로를 형성하고, 어떤 활동 중에도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운동선수가 연습을 열심히 하는 이유이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1) 어지러움(dizziness)

인체의 균형계는 인체의 거의 모든 기관계와 관련된 복잡한 기전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복잡한 피드백 기전(그림1 참고)은 부상, 질병 또는 노화 과정으로 하나 이상의 구성요소 손상으로 중단될 수 있고, 손상된 균형계는 어지러움, 현기증, 시력 문제, 구역, 피로 및 집중의 어려움과 같은 균형 장애를 동반한다.
어지러움의 발생은 균형을 유지하는 감각신경, 중추신경, 운동신경, 근골격계의 문제와 인체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소화기계, 호흡기계, 순환계의 손상 및 감염 및 면역계의 작용에 의한 기능의 변화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일산화탄소 및 알코올과 같은 독성물질, 멀미와 같이 환경적 요인에 의해서도 나타난다. 어지러움의 원인이 다양한 만큼 원인을 찾는 것은 쉽지 않지만 어지러움을 느끼는 방식, 발생한 순간, 지속 시간 및 어지러움과 함께 나타난 다른 증상이 어지러움의 원인에 대한 단서가 된다. 

① 어지러움(dizziness)의 구별
어지러움(dizziness)은 쓰러질 것 같은 느낌, 정신이 흐릿한 느낌, 근육에 힘이 없고, 균형을 잡는 것에 대한 어려움 등의 감각에 대한 일반적인 용어이다. 어지러움을 증상으로 구분하면 현기증(vertigo), 실신 전구성 어지러움(presyncope), 불균형(disequilibrium) 및 순간적인 어지러움(giddiness) 또는  판단의 어려움(foolishness)을 느끼는 특정되지 못한 어지러움(non-specific dizziness)으로 나눌 수 있다.

② 현기증(vertigo)
현기증의 증상이 나타나면 자신이 회전하는 느낌을 받거나 주변이 회전한다고 느낄 수 있다. 현기증은 구역, 구토, 발한 및 자세의 불안정과 관련이 있고, 머리를 움직일 때 증상이 더 나빠진다. 현기증이 나타나는 흔한 질병은 내이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양성발작성체위성현기증(benign paroxysmal positional vertigo, BPPV, 이석증), 메니에르 증후군(Ménière's disease), 미로염(labyrinthitis, 내이염)이 있다. 덜 흔한 원인이지만 중추의 손상으로 발생하는 뇌졸중, 뇌종양, 뇌손상,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 및 편두통이 있다.

생리적 현기증(physiologic vertigo)은 멀미와 같이 장시간 운송수단을 탔을 때와 눈을 감고 회전한 후에 발생할 수 있고, 일산화탄소, 알코올과 같은 독소에 노출되었을 때도 현기증이 발생한다.
 
③ 실신 전구성 어지러움(presyncope)
실신 전구성 어지러움(presyncope)은 정신이 희미해지는 느낌이고,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지만 정신을 잃는 실신(syncope)은 일어나지 않는다. 누워있을 때보다 앉거나 서 있을 때 나타나는데 주로 갑자기 일어날 때 발생하고, 일시적인 혈류의 감소에 의한 대뇌에 산소 부족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주요 증상은 약간의 어지러움, 현기증, 정신의 혼란, 흐릿한 시야, 청각장애, 발한, 구역 및 구토, 두통, 심계항진이고 이러한 증상은 몇 초에서 몇 분까지 지속될 수 있다.  

실신 전구성 어지러움의 주요 원인은 일시적인 혈압강하, 탈수, 장시간 서 있는 경우, 저혈당 및 신경 매개성 저혈압이다. 혈압을 낮추는 약물의 부작용으로 실신 전구성 어지러움이 나타날 수 있고, 부정맥 또한 흔한 원인 중 하나이다.

④ 불균형(disequilibrium)
불균형은 인체가 공간적 방향상실에 의한 평형 상실 및 불안정을 말한다. 균형 문제로 현기증 및 넘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 수 있다. 불균형은 누워있거나 앉아있거나 서 있을 때 등 어떤 자세에서도 나타날 수 있고,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근육, 관절, 뼈, 시각, 내이의 균형기관, 신경, 심장 및 혈관을 포함한 많은 신체계가 감지, 피드백 및 조정의 지속적인 과정(그림1 참고)이 필요하다. 따라서 어떤 신체계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균형에 문제가 나타나고, 많은 건강상태가 균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내이의 전정계(vestibular system) 문제로 인해 발생한다. 전정계의 문제는 몸이 떠다닌다는 느낌과 머리가 무겁다는 느낌이 들고, 어둠 속에서 걷는 것이 불안정하다. 그 외에 다리의 신경손상(말초 신경병증, peripheral neuropathy), 관절, 근육 또는 시력문제도 균형 상실에 기여할 수 있다. 또, 벤조디아제핀, 항우울제, 항콜린제 등 신경계에 작용하는 약물과 신경 질환인 파킨스병(Parkinson's disease) 및 경추증(Cervical spondylosis)도 불균형을 일으킨다.
  
⑤ 비특이적 어지러움(nonspecific dizziness)
비특이적 어지러움은 현기증(vertigo), 실신 전구성 어지러움(presyncope) 및 불균형(disequilibrium)으로 특정 지을 수 없는 어지러움이다. 특히, 환자는 자신의 상황을 모호한 용어로 표현하거나 증상을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로 어지러움이나 현기증을 호소한다. 어지러움의 주요 원인에 전정계, 신경계 및 심장질환이 있지만, 환자의 모호한 증상 표현과 진단이 어려운 경우 정신장애도 비특이적 어지러움의 원인으로 함께 생각해야 한다. 가벼운 어지러움은 불안, 공황장애, 우울증 및 신체화장애(somatization disorder)와 관련이 있고, 과호흡(hyperventilation)과 광장공포증(agoraphobia)도 흔하게 나타난다. 불안, 공황 또는 공포증이 유발되는 상황에서 어지러움을 느낀다면 정신장애를 확인해야 한다. 물론, 비특이적 어지러움도 여러 가지 원인으로 발생하고, 반드시 정신질환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

 

2)어지러움을 일으키는 약물

표2는 어지러움을 일으킬 수 있는 신경정신계 약물이다. 거의 대부분의 신경정신계 약물이 어지러움을 일으키고, 비특이적 어지러움(nonspecific dizziness)은 정신질환과 많은 관련을 가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정신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약물이 어지러움을 일으킬 수 있고, 어지러움이 나타나서 신경정신계 약물을 투약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우울증 환자에게 escitalopram을 투약하였는데 균형을 잃는 추체외로 장애가 나타나기도 하고, 어지러움 때문에 받아온 처방을 보면 diazepam이 사용된다. 또, 울혈성심부전이나 복수를 줄이기 위해 투약된 furosemide의 신장에서 나트륨과 물의 재흡수 억제작용은 달팽이관(cochlea)의 림프액에서도 같은 작용으로 전해질 조성의 변화로 난청과 함께 어지러움이 나타날 수 있다.

인체의 균형(그림1 참고)은 자극의 감지 및 통합 그리고 인체의 반응으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인체의 반응에 의한 변화를 또다시 감지하고 통합하여 또다시 인체의 반응으로 끊임없이 반복된다.

생명은 자신이 있는 공간의 모든 것에 끊임없이 반응한다. 하지만 약물의 투약은 인체의 대사를 한쪽 방향으로 흐르게 하고, 이것이 자극에 대한 인체의 반응을 억제하면서 균형계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약물의 부작용은 그 약물의 효능에 기인한다. 그렇기에 모든 약물은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사용되어야 하고, 선천성 대사질환을 제외하고 평생 투약해야 하는 약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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