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업포트폴리오를 성장률과 시장 점유율에 따라 스타(star), 캐시카우(cash cow), 물음표(question mark), 개(dog) 등 4가지로 구분하는 ‘BCG매트릭스’ 가 있다.
삼성전자를 예로 들자. 성장률도 높고 시장점유율도 증가하고 있는 핸드폰과 평면TV는 스타(star)다. 반도체는 성장률이 주춤하고 수익률도 더 이상 높아지지 않는다. 이미 투자를 해놓았기에 경기가 좋아지면 수익은 크게 나고 현금유입이 가능하다. 따라서 캐시카우(cash cow) 다.
백색가전은 중국업체의 추격세가 두드러진다. 국내는 임금이 비싸서 상대적으로 수익률도 매우 떨어진다. 개(Dog)다. 태양전지, 인공지능 등은 앞으로 성장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불확실성 역시 매우 크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스타에 해당되는 평면 TV와 핸드폰에는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스타도 어느 순간 성장률이 정체되면 캐시카우가 된다. 캐시카우인 반도체에는 투자를 하되 투자의 목적은 수익성을 통한 현금 확보에 두어야 할 것이다.
캐시카우에서 확보한 현금으로 스타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 그러나 언젠가 스타도 캐시카우가 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물음표에 해당되는 태양전지, 인공지능의 상용화에 투자해서 물음표가 향후 스타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Dog)에 해당되는 백색가전에 대해서는 더 이상 투자를 하지 않고 수익을 통해 현금만 확보하다가 기업가치나 브랜드가 어느 정도 남아 있는 시점에서 중국이나 인도의 가전업체에 매각을 검토해야 한다.

 

'건진센터-장례식장 캐시카우'

그렇다면 병원에도 이 BCG 매트릭스를 도입할 수 있을까? 대학종합병원을 예로 들어보자. 요사이 무더기로 병상이 늘어나고 있는 암 병동은 현재 대학병원의 스타다. 암환자는 앞으로도 증가할 것이고, 비급여항목도 많다. 암 치료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따라서 고가의 비급여 의료기술이 지속적으로 상용화되기 때문에 의료보험수가로부터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캐시카우는 건진센터와 장례식장이다. 현재 대학병원은 암센터를 제외한 진료분야에서 나온 적자를 건진과 장례식장에서 메우는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건진센터와 장례식장의 성장성은 미지수다.
정부가 암검진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의료 소비자단체가 활성화되면 현재의 고가 전략에 기초한 호화 건진센터는 타격을 입게 된다. 환자들도 인터넷 등을 통해서 더욱 정보를 많이 얻게 된다. 사실 건강검진에서 꼭 필요한 것은 위암, 대장암, 자궁경부암, 유방암, 전립선암과 같은 발병률이 높은 암에 대한 검진이다.
임상증상이 있으면 병원에서 보험적용을 받을 수 있는 검사를 비급여로 검진센터에서 진찰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환자들도 점점 더 알게 될 것이다. 장례식장도 각 대학병원이 돌아가면서 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한 때 삼성병원 장례식장이 가장 좋았지만, 지금은 아산병원 장례식장이 가장 좋다. 하지만 앞으로 모든 대학병원이 돌아가면서 리노베이션을 하거나 신축을 할 것이다.
그리고 장례산업의 수익사슬(Value Chain) 을 바꾸고 있는 것이 상조회사다. 현재는 상조회사가 서민층을 대상으로 기반을 확충하고 있지만, 도시중산층에 대한 상조사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상조사의 협상력이 강해지면, 그것은 직간접적으로 장례식장의 수익률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건진센터와 장례식장은 캐시카우이지만 성장의 폭은 제한적일 것이다.
 

입원 진료 부문은 '개'
대학종합병원 응급실, 중환자실, 외래, 그 외 입원 진료 부분은 수익률이 극히 낮거나 아니면 손해를 보고 있다. 따라서 그 수익률, 성장률만 놓고 보면 개(Dog)에 해당이 된다. 하지만 스타와 캐시카우에 해당되는 사업부분을 이용할 고객집단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개(Dog) 에 해당되는 진료사업부분이 꼭 필요하다. 일반진료에서 확보된 고객군이 있어야 장례식장, 건진센터가 캐시카우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물음표에 해당되는 것은 어떤 부분이 있을까? 안면이식, 양팔이식 등과 관련된 이식술은 앞으로 성공만 한다면 스타가 될 수 있다. 1990년대 간이식, 심장이식이 서울아산병원의 스타였듯이 말이다. 혈액검사를 통한 조기 암건진도 스타가 될 수 있다.
지금도 내시경, 팝 스미어 등의 검사에 대해서 불편함을 호소하면서 기피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수면내시경이 도입되고 불편함이 많이 감소했지만 내시경 하면 몸에 뭔가 들어온다는 것 자체로 싫어하는 환자도 있다.
하지만 향후 혈액을 통한 암검사의 특이도와 민감도가 향상된다면, 암검사의 문턱을 낮추어 줄 수 있다. 만약에 혈액 검사를 했는데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40%로 나왔다면, 그 수치를 보고서는 제아무리 내시경 검사를 두려워하던 이들도 하게 될 것이다.
조기암검진이 발달하게 되면 한편 현재의 스타인 암 병동의 수익성은 급격히 저하될 것이다. 조기에 암이 발견되면 간단한 수술로 치료를 받게 되고, 환자들이 고가의 항암치료나 침습성 암치료를 받는 것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금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암병동이 10년 후에는 개(Dog)에 해당되는 애물단지가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고령화가 되면서 의학적으로 확실한 증거가 있다면 노화를 방지하는 의료사업 역시 물음표에서 스타로 바뀔 수 있다.

 

정기적금 들듯이 미래 준비하라

지난 몇 년간 내부에서는 스타에서 캐시카우로 변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분야에, 외부에서는 아직도 스타라고 생각하고 투자를 했다가 곤란을 겪은 예가 적지 않았다. MRI 기계를 설치한 방사선과 의원, 척추수술전문병원, 관절수술전문병원, 라식수술안과 등이 스타 단계를 기대하고 투자를 했다가, 막상 자신들이 투자비를 회수하는 시점에서는 캐시카우로 바뀐 상황에 처하고 당혹하는 것을 봤다.
정부의 예상치 않은 규제강화는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강화시켜 1~2년만에 스타를 개(Dog)의 상황으로 바꾸기도 하는데 그 좋은 예가 요양병원이다. 안 그래도 신규경쟁자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는 수가를 제한하고, 노인요양원이라는 경쟁자군을 정책적으로 육성해서, 요양병원의 경영난을 야기했다.
그런 점을 봤을 때 동네환자들을 주로 보는 동네의원은 성장성은 크지 않지만 매출은 어느 정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캐시카우로서 계속 존속할 가능성이 크다. 일단 고령화로 인해서 환자는 점점 늘어난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관절염, 전립선비대증은 70세 이상 노인인구의 기본질환이다. 따라서 입지만 좋다면 서서히 환자가 쌓이게 되어 있다. 정부도 새로이 급격히 청구액이 늘어나는 질환군에 대해서는 수가인하, 기획실사 등을 하지만, 1차 의료에 대해서는 크게 터치하지 않는다. 따라서 동네의원의 경우 남들이 잘 되는 것 같다고 수익률이 높아 보이는 의료산업분야로 이동하기보다는 동네에서 보다 환자들이 접근하기 좋은 입지로 이동을 하고, 지속적으로 고객만족도에 신경을 쓰는 것이 캐시카우를 계속적으로 성장시키는 방법일 것이다.
10년 후를 대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병원, 내가 진료하고 있는 환자를 더욱 사랑하고 아끼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 의료기관 내에서 할 수 있는 물음표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10년 후 미래를 대처하기 위해서는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시간 배분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들 대부분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의 대부분을 현재를 위해서 사용한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이미 벌어진 과거의 사건에 대해서 돌이켜 생각하거나 분노하는데 사용한다. 정작 필요한 미래에 대해서는 시간을 쓰지 않는다.
지금부터라도 정기적금을 들듯이 미래를 위해서 시간을 써야 한다. 1990년대 자기 돈 내고 스터디 그룹에 들어가 임플란트 시술을 배운 치과의사들은 2000년대 큰 성장을 했다. 미래에 대한 투자가 현재의 수익으로 이어진 것이다.
향후 우리병원에서도 도입할 수 있는 신기술에 대한 좋은 배움의 기회가 있다면 오후 한나절 휴진을 하더라도 꼭 참가해라. 하루 30분 환자를 덜 보더라도 지속적으로 미래를 대비하는 시간을 가져라. 꾸준히 미래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 그것이 이 격동의 의료산업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다.

 

BCG 매트릭스의 예
스타(Star)
-핸드폰, 평면TV-
 
물음표(Question Mark)
-인공지능, 태양전지-
 
캐시카우(Cash Cow)
-반도체-
 
개(Dog)
-백색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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