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최신 정보를 습득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이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인정받는 지식 중심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면서 일부 직종은 아예 사라지거나 새로운 직종이 생성되기도 한다. 이렇듯 거부할 수 없는 새로운 시대의 요구로 의료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정보화 사회에서 감성 사회로
이런 시대를 반영이라도 하듯이 다니엘 핑크가 쓴 새로운 미래가 온다(A whole New mind)라는 책을 살펴보면 정보화 사회로 불리는 시대에서 하이컨셉과 하이터치가 필요로 하는 감성의 시대가 되었다고 논하고 있다.
여기에서 하이컨셉이라 함은 예술적 감성적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능력이다. 이는 트렌드와 기회를 감지하는 능력, 훌륭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능력, 언뜻 관계가 없어 보이는 아이디어들을 결합해 발명품으로 만들어내는 능력을 말한다.
하이터치는 간단하게 말하자면 서로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이다. 인간관계의 미묘한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 평범한 일상에서 목표와 의미를 이끌어내는 능력을 말한다.
수십 년에 걸쳐 우리의 생활수준은 꾸준히 높아졌다. 하지만 개인과 가족의 삶의 만족도는 좀처럼 높아지지 않았다. 풍요가 던져 준 ‘부의 역설’이다. 요가와 명상이 오늘날 미국사회에서 자리 잡고 있는 배경이다. 현대인들은 하루하루의 삶에 급급하기 보다는 좀 더 폭넓은 삶의 가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개념을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다.
- 기능만으로는 안된다/ 디자인으로 승부하라
- 단순한 주장만으로는 안된다/ 스토리를 갖추라
- 집중만으로는 안된다/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 논리만으로는 안된다/ 공감이 필요하다
- 진지한 것만으로는 안된다/ 놀이도 필요하다
- 물질의 축적만으로는 안된다/ 의미를 찾아야 한다

 

하이컨셉, 의료현장에서 활용
컴퓨터는 의사결정 트리의 이원적 논리 프로세스를 인간이 따라갈 수 없도록 순식간에 정확히 해낸다. 일련의 소프트웨어와 온라인 프로그램들은 환자들이 컴퓨터 스크린에 나타난 물음에 답해 나가면 의사들의 도움 없이 기초적인 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건강진단을 받는 소비자들은 이와 같은 도구를 통해 심각한 질병에 걸리지 않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이에 적합한 처방을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의사들 스스로가 일상적이고 정보에 기반을 둔 업무에서 벗어나 사람의 감정을 보듬는 대화치료와 전체론적 치료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박식한 정보 전달자에서 동반자적 조언자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의학대학에서도 하이컨셉과 하이터치 능력을 이끌기 위한 과목을 신설하였다. 콜롬비아 의과대학에서는 이야기 치료(narrative medicine)라는 과목을 신설하여 수강토록 했다. ‘이야기 치료’라는 것은 컴퓨터 진단기술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의사는 환자와 직접 대면해서 이야기를 하고 치료를 해야 하므로 소통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일대학교 의과대학에서는 이런 점을 감안하여 예술작품의 감상력을 기르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의과 공부를 매진하더라도 전체적인 심미안을 볼 수 있는 눈을 기르도록 하는 예술 공부를 병행하도록 하고 있다.
예술적 감성을 키우는 것은 아니지만 환자의 입장을 고려해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UCLA 의과대학에서는 1일 입원환자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흔히 정신질환에서 치료의 목적으로 사용되던 역할체험 프로그램은 환자와 의사간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의학대학의 변화에 따라 필라델피아 제퍼슨 의과대학에서는 의사들의 업무효율성을 측정하는 새로운 기준의 하나로 공감지수(empathy index)를 개발해 내기도 했다.
 
공감능력 핵심은 ‘조화’
공감능력(다른 사람이 느끼는 바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은 하이컨셉, 하이터치 재능과 연결되어 있다고 다니엘 핑크는 말하고 있다. 공감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조화와 연관이 있다.
공감이라는 것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경험하게 될 사람들의 입장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감능력은 의료서비스를 좀 더 직접적인 방법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많은 의료서비스가 체계화되고 표준화되어 있으며, 갖가지 질병의 진단 및 치료는 수백 수천 가지 임상경험에서 통해 축적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덕에 새로운 환자 맞춤 치료를 따로 필요하지 않고 정해진 룰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또한 이제는 의료기기의 발달로 인해 수술과 치료에 컴퓨터가 대처하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컴퓨터가 대신할 수 없는 것은 환자와의 공감(교류)일 것이다. 이런 공감은 의료서비스의 막강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공감능력의 필요성에 따라 의사들은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요시 여겨야 한다. 수치상의 결과에만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표정이나 주변관계를 토대로 한 맞춤 의료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그럼 보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 질 것이다.
이처럼 공감능력은 의료분야에서 필요한 재능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능력은 원칙을 준수하되 환자와 좀 더 효과적인 공감능력을 이루는 커뮤니케이션의 가치를 신뢰함으로써 공감능력의 역할은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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