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지역서 약사 직능 실현위해 긴장의 끈 놓지 않고 살아
취미로 시작한 사진촬영 · 수상스키는 인생의 보람으로 생각

 

▲ 청평약국 허 민 약사와 정미선 약사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에서 청평약국을 운영하는 허 민 약사는 농촌지역에서 살아온 44년 약사 인생에 남다른 보람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허 약국장은 1973년 충북대 약대를 졸업하고 ROTC 장교로 군복무를 마친 후 종근당에서 1년간 근무하다 76년 청평면에 들어와 첫 약국을 개업했다. 약국을 경영하면서 경희대 약대 대학원에 입학하여 당시로써는 드문 클리니컬 파마시를 전공하기도 했다.
76년 결혼한 부인 정미선 약사(76년 동덕약대 졸)는 약사인생의 동반자로서 삶을 함께하고 있다. 이번호의 케이스 스터디는 허 민 약사의 약국경영 노하우가 아니라, 약사 인생 44년의 노하우를 소개한다. 

 

약국건물 직접 짓고, 조제실에는 자동조제기 설치 

청평약국은 청평면 소재지 중심도로에 1984년 본인이 직접 설계하고 감독하여 3년 만에 지은 3층 건물에 있다. 
30평 정도의 약국에 들어서면 정면으로 카운터가 있고 그 뒤로 조제실이 보인다.

양쪽으로는 의약외품이 진열되어 있다. 요즘 많이 볼 수 있는 일반약 오픈 진열대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고객의 대기공간이 넓은 편이다.

카운터 안으로 들어가면 카운터와 조제실 사이 공간이 넓고 편하다. 조제실에는 조제약과 함께 시골약국에는 없을 것 같은 ATC 자동분포기가 있다.

그 안쪽으로 작은 휴게실과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다. 허 약국장은 약국을 지을 당시 이 휴게실과 화장실 공간을 확보한 것을 자랑으로 생각한다.

▲ 청평약국 전경

복약지도는 핵심을 이해하기 쉽게 반복 설명

약국 2층에는 내과의원이 있다. 환자는 농촌지역인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 고혈압, 당뇨병, 관절염 등 만성 생활습관병 질환이다.

허 민 약국장은 “농촌지역에서의 복약지도는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여 이해하기 쉽고 반복하여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약대에서 배운 약품과 약물을 넘어 생체, 생리, 대사, 배설 기전 등을 많이 알아야 한다며, 대학원에서 배웠던 클리니컬 파머시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 (좌) 1983년 의약인 사진촬영대회 특선 입상 트로피, (우)수상스키협회 공로패

4계절 변하는 산의 아름다움 카메라에 담아 

허 민 약사가 청평면에 처음 들어왔을 때 이 지역에서 지식인이라면 장교출신이 10여 명, 대학졸업자가 5명 정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이곳에서 밤 10시까지 약국 문을 열고 있으면 외로움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그것을 달래는 방법은 매일 약국 문을 닫고 소주 한 잔 기울이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의 산과 청평호의 아름다운 풍경을 조금씩 느끼게 되었고, 그것을 마음에 간직해 보려고 시작한 것이 사진촬영 이었다. 주변 산에서 4계절 변하는 꽃과 나무들, 그리고 청평호를 끼고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렌즈에 담았다.

그의 사진촬영은 결국 1983년 약업신문과 동아제약이 주최한 전국의약인 사진촬영대회에서 특선 입상의 영광을 안았다.지금은 입상했던 사진 작품은 어디에 두었는지 찾지 못했지만, 낡은 트로피가 당시의 사진 실력을 입증해주고 있다.


그는 “사진은 환경이 악 조건일 때 좋은 작품이 나온다”며, 강원도에 대설주의보가 내리면 눈과 싸움이라도 하듯 카메라를 메고 한계령을 넘어 설악산을 수시로 넘나들었다고 회고한다,

 

▲ 수상스키를 즐기던 젊은 시절의 사진

수상스키 발전에 기여, 약사 수상스키 보급도 나서 

그는 또 청평호에서 젊은 남녀들이 타는 수상스키의 묘기를 보고 곧바로 새로운 취미에 빠져들었다. 약국 운영 틈틈이 청평호에 뛰어 들어 수상스키를 타기 시작한 그는 빠른 시간 내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을 인정받았다.

대한수상스키협회 이사, 감사, 대회 심판위원 등을 역임하며 우리나라 수상스키 발전에 공헌하고 관련자들 사이에 무시할 수 없는 유명한 인사가 되었다.

현재 남아 있는 것은 그가 젊은 시절 수상스키를 타는 모습의 사진과 협회로부터 받은 상패가 당시의 화려한 실력을 말해준다.
허 약사는 한때 약사들에게 수상스키 무료강습회를 열어 약사 수상스키 보급을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또 부인 정 약사와 함께 스킨스쿠버 취미 활동을 하기도 하고, 해외 원정 바다낚시를 즐기기도 했다.

 

▲ 해외 바다낚시를 즐기던 동영상을 보며 웃는 허 민 약사

농촌의 어르신 부모님과 같은 마음으로 

허 약국장은 이곳 청평면에서 첫 개업 한 것이 약사로서의 자부심과 인생의 만족감을 모두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젊은 시절 이곳에 와 농촌 어르신들을 모두 부모님 모시듯 대하고, 어르신들로부터 많은 사랑도 받았다. 정성으로 약을 조제하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같이 고민을 나눴다. 주민들은 야채며 김치를 보내주고, 직접 만든 손만두를 들고 오시기도 했다.
약사로서의 자부심과 인생의 보람이었다. 이러한 생활이 약사로서 직업에 충실하면서 사회에 봉사하고, 취미 활동을 하며, 규칙적인 삶으로 건강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한다.

▲ 조제실에 선 허 민 약사

시골에서 약국 하는 게 더 보람 있어  

허 약국장은 처음엔 도시에서 개업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시골에서 약국을 하는 게 더 보람 있고 경제적으로 좋았다고 회고한다.

그는 지금 젊은 후배약사들이 고생하는 것을 보면 매우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불 번쩍이는 도시에서 개업하려고 하지 말라”고 권유한다. 도시가 편하고 좋을 것 같지만, 그곳에는 환자가 없고, 약사로서의 보람도 느끼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곳에서 약국을 하며 자식 둘을 서울의 좋은 학교에 보내고, 모두 성공적으로 키울 수 있었다고 자랑스러워한다.

또 이제 젊은 약사들이 지금 당장 얼마를 벌겠다고 무리하지 말고, 긴 시간을 두고 평생을 벌며 산다고 계획하는 것이 옳은 것이라고 당부했다.

허 약사는 “젊은 시절 약국도, 사회생활도, 그리고 취미활동도 한시도 긴장을 풀지 않고 열심히 살았습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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