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장착해서 생체정보를 취득하는 웨어러블(Wearable) 단말기를 의료 분야에서 활용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계 제약기업들은 일본에서 재택 임상시험에 사용하고 있고, 다케다약품공업은 파킨슨병 환자의 증상 분석에 활용한다. 매일의 건강관리와 질병 징후를 파악하는 단계뿐 아니라 질병의 해명과 신약 개발 응용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의료분야에서의 활용 여지가 크지만, 아직 데이터의 정확도를 확보하는 법제도 정비 등 과제도 남아있다.

미국 의약품 서비스조사회사의 일본법인 IQVIA 재팬 그룹은 웨어러블 단말기를 사용해서 환자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버추얼(Virtual) 임상시험’을 2020년 중에 일본에서 시작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병명 등은 밝지는 않았지만 외국 자본계 제약회사와 연계해 정신병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임상시험은 일본에서는 최초로 이루어지는데,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와 협의해서 실시한다.
 
웨어러블 단말기는 혈압 등을 측정하는 손목시계형이며, 혈압 변화를 분석해서 복약 유무와 병상(病狀) 기록을 할 것으로 보인다. 종전에는 수작업이었던 기록 입력과 분석을 디지털화 함으로써 “질병에 따라서는 임상시험에 필요한 기간을 3분의 2 정도로 단축할 수 있다”(IQVIA)고 한다.

일본 국내에서 임상시험은 1년에 150건 정도가 신규 신청된다. 보통은 지정된 병원에 10~3,000명 정도의 환자를 모아 3~7년 걸려 실시한다. 하지만 지리적인 제약과 가족의 사정 때문에 희망해도 참가할 수 없는 환자가 많다. 버추얼 임상시험에서는 이러한 제약이 없어지게 되는데, 단말기와 디지털 기술의 진보로 미국에서는 2018년부터 본격화됐다.
당뇨병 등 만성 질환의 병상(病狀)을 일상생활을 하면서 파악할 수 있으며, 환자 수가 세계적으로 적은 희귀질환이나 거동 불능으로 움직일 수 없게 되는 질병에 대해서도 활용될 전망이다.

의약품 효과 측정에도 웨어러블 단말기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다이닛폰스미토모제약은 손목시계 단말기를 사용해 미국에서 판매하는 간질 치료약 ‘앱티옴’의 효과를 확인한다. 19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6개월 동안 피부에서 나오는 이상 신호를 계측하여 발작을 탐지한다.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약제 사용 정보를 축적해 의료기관에 제공한다.
 
다이닛폰스미토모약품은 장기적으로는 웨어러블 단말기를 신약 개발에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미국 자회사 선오비온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를 담당하는 조지아 밋치 씨는 “실시간으로 약의 효과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신약 개발 방식을 바꿀 것이다.”라고 말한다.

병상(病狀) 파악 등에서 주목되고 있는 제품이 미국 애플의 ‘애플워치’다. 전 세계의 의료기관 및 제약회사와 연계해 환자의 몸 움직임과 심박 등의 데이터로부터 증상과의 관계 등을 조사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9년 2월까지 8개월 사이에 약 42만 명분의 맥박 데이터를 수집해 약 2,100명에게서 불규칙한 맥박을 탐지했다. “단기간에 이런 규모의 조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놀랍다”(일본 제약회사 대기업)는 반응이다. 널리 보급된 애플워치를 활용하면 대량의 데이터를 모으기 쉬워진다.

미국 존슨앤존슨(J&J)은 애플워치의 심전도 계측 기능을 사용해 심방세동을 조기 발견하는 연구를 하고 있으며, 미국 일라이 릴리는 사용 상황에서 인지증(치매) 징후를 파악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타케다약품공업은 준텐도대학과 연계해 120명의 파킨슨병 환자의 증상을 분석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미국 알파벳 산하의 베릴리 라이프 사이언스는 손목시계 단말기를 2개월간 착용하게 하고 심박수와 손발 떨림을 해석해 치료약의 효과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하지만 웨어러블 단말기를 의료 연구에 널리 활용하는 데는 과제도 있다. 우선 병태 파악과 의약품 평가를 위한 지표가 정해져 있지 않다. 임상시험 계획 작성과 분석에는 지표가 필수적인데, 병원에서의 검사와 같은 신뢰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
법제도 정비도 과제다. 미국의 심사당국인 미국 FDA는 웨어러블 단말기로 얻은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을 일찍이 제정했다. 일본에서는 웨어러블 활용을 전제로 한 제도가 아직 정비되지 않았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웨어러블 단말기는 소비자용 제품을 전용(轉用)한 것이 많다. 제약회사 대기업의 신규 사업 담당자는 건강 효과를 표시할 수 있는 특정보건용식품이 널리 보급되어 있는 것을 참고로 “신뢰성 높은 단말기와 건강 앱을 위한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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