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 투자 활동에 자녀 세대가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어
개별 가문 특성과 구성원의 소속감 고려한 유일한 자산관리

 패밀리 오피스가 다음 세대의 자산관리 방법에 대해 간섭하는 것이 과연 좋은 방법일까. 가문의 장기적인 성공과 존속을 고민한다면 이러한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패밀리 오피스라는 개념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패밀리 오피스가 필요한 명확한 이유에 대해 질문한다. 다음 세대에게 자산을 물려주고 스스로 결정하도록 두면 되는 게 아니냐는 반문과 함께 다음 세대의 자산관리 방법에 대해 간섭하는 것이 과연 좋은 방법인지 의구심을 품는다.

 모두 패밀리 오피스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던져야 할 좋은 질문들이다. 물론 다음 세대에게 자산에 대한 자율권을 부여하는 것은 자녀에 대한 신뢰도를 표현하는 방법일 수 있다. 자녀는 자신이 형성하지 않은 자산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되며, 패밀리 오피스를 포함한 자산관리 방법에 대해 서로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며 언성을 높이지 않아도 된다. 이 같은 방법을 통해 당장의 갈등을 피할 수 있을지 모르나, 실로 매우 근시안적인 방안이다.

 그 이유를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문화권에는 ‘부자가 3대를 못 간다.’라는 표현이 있다. 만약 다음 세대가 제대로 금융 교육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외부 전문가의 도움 없이 지나치게 많은 자산을 상속받게 된다면, 그 자산은 선대가 쏟아 부은 노력과 세월이 무심할 만큼 빠른 속도로 사라질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는 여러 요소가 있을 수 있다. 

 과소비, 과도한 세금, 잘못된 투자 결정 등 자산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요소는 물론, 친구 혹은 배우자와의 관계 등 사적 요소도 자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애초에 자산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한 계획이 없을 뿐 아니라 상황이 닥쳤을 때 제대로 대응하는 방법조차 모르기 때문에 크고 작은 요소들에 무참히 공격당하기 십상이다.

 A라는 부유한 가문이 B 사업을 운영하며 상당한 부를 창출했고, 그중 일부를 여러 펀드매니저에게 분산해 투자를 맡겼다. 부모 세대가 자산관리를 주도할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자녀 세대에게 주도권이 넘어간 이후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절세를 위해 나름의 방법도 물색하고, 투자 결정 시에도 누구보다 신중하다. 자신의 회사에 투자해달라고 매달리는 친구를 외면할 수 없어 지출이 증가하고, 자산 규모에 따라 소비도 늘어난다. 투자 수익률이 예상만큼 좋지 않아 과도한 매매를 반복한다. 큰 실수를 한 것 같지는 않은데 10~15년 후 자산 규모가 10분의 1로 줄어 있다.

 전문가의 도움 없이 개인의 감(感)에만 의존하는 투자를 지속하면서 투자 수익보다 더 많은 지출을 병행하게 되면, 아무리 막대한 규모의 자산이라 할지라도 바닥이 드러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자산의 문제는 자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파산, 이혼, 채무 불이행 등 더 큰 불행을 이끈다. 많은 가문이 다음 세대에게 자산을 증여 및 상속할 때 당장의 절세에만 치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자녀를 위하는 가장 궁극적인 방법인 교육이나 법적 대비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경우가 많은데, 결과적으로 앞서 언급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산을 소유하는 것은 축복보다 재앙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역량을 초과하는 자산의 무게는 때때로 벼락부자가 된 운동선수나 연예계 스타들이 갑작스럽게 죽음을 선택하는 주요 이유이기도 하다. 많은 가문이 이런 위기를 겪은 후 뒤늦게 패밀리 오피스를 설립해 가문의 자산을 보존하려는 노력을 시작한다.

 

가문의 장기적 존속을 위한 방안은?

 패밀리 오피스를 통한 자산관리의 이점은 수도 없이 많지만, 무엇보다 자녀 세대를 가문의 투자 활동에 자연스럽게 참여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을 꼽고 싶다. 보통의 패밀리 오피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전문가와 꾸준히 의논하면서 투자를 이행한다.

 이 때문에 실적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 현명한 투자의 기쁨을 경험할 수 있으며, 감정적인 투자가 아닌 계획적인 투자 습관을 기를 수 있고, 잠재력을 지닌 투자 영역을 꿰뚫어 보는 안목을 형성할 수 있다. 또한 임팩트 투자를 통해 가문의 관심 영역에 투자함으로써 꾸준한 사회 기여 활동을 이행할 수 있으며, 높은 수익률에 대한 만족감도 누릴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요지는 장기적 관점에서 패밀리 오피스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전통적 방법과 미래 세대의 가치관을 적절히 반영해 발전된 형태를 찾으려는 지속적인 노력이다. 한 예로 임팩트 투자를 들 수 있다. 임팩트 투자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미국 한 신탁회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93% 이상이 사회, 환경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투자 결정 시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환경에 대한 책임, 사회적 책임, 지배 구조) 요소를 모두 골고루 고려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브라질 출신 3세대 기업가 '페르난도 스코드로'는 가문 사업을 펩시에 500만 달러에 매각한 후 부모를 설득해 매각 자금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대신 임팩트 투자를 이행했다. 투자 수익과 함께 자신의 가문이 관심 갖고 있는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시도였다. 패밀리 오피스를 통해 사회적 기여를 실행한 사례도 있다. 하얏트호텔 설립자인 미국 '프리츠커' 가문 후손 '리젤 프리츠커 시먼스'는 패밀리 오피스를 통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투자하면 금전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패밀리 오피스만의 장기적인 자본 투자 전략은 단기적인 투자 성과나 경기 상황 등에 영향을 받지 않아 안정적인 자산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록펠러' 가문의 경우 유럽 왕족의 전통이었던 패밀리 오피스를 벤치마킹해 현재까지도 가문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마이클 델', '마이클 블룸버그', '마크 저커버그', '오프라 윈프리'도 패밀리 오피스를 통해 자산관리를 하는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성공적인 패밀리 오피스의 공통점은 자산에 대한 책임의식과 다음 세대에 대한 철저한 훈련과 교육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패밀리 오피스를 통해 운용되고 있는 자산은 5조 달러에 육박하며, 이는 헤지펀드로 운용되는 자산보다 훨씬 큰 규모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패밀리 오피스를 운영하는 것은 자산관리 외에도 여러 장점이 있다. 다음 세대는 패밀리 오피스라는 울타리 안에서 가문 관련 사안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회의와 토론에 참여하게 된다. 패밀리 오피스를 통해 체계적으로 구성된 가문 이벤트에 동참해 가족에 대한 강한 유대감을 갖게 된다. 패밀리 오피스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가문의 리더에게서 리더십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으며, 공정한 규칙에 의해 중요 사안이 결정되고 가문이 운영되기 때문에 질투나 시기보다는 건강한 협동정신과 위기관리 방법을 습득할 수 있다.

 패밀리 오피스는 개별 가문의 특성과 가문 구성원끼리의 소속감을 고려한 유일한 자산관리 방법이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 투자 계획을 함께 세우고 투자를 이행하며 스스로 가문 안에서 소속감을 생성하고 꾸준히 화합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마찰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동하는 방안을 습득하며, 자연스럽게 가문이 관심 갖는 특정 사회적·환경적 문제에 기여할 수 있게 된다.

 패밀리 오피스만이 가문의 장기적인 존속을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수천 년에 걸쳐 효과가 입증된 방법이다. 세계적인 자산가 가문이 쌓아 온 수천 년의 노하우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가문의 미래는 더욱 밝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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