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감기에 항균약(항생물질, 항생제)은 듣지 않는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 최근의 여러 조사에서 밝혀졌다. 감기에 항균약을 처방하는 의사도 적지 않다. 왜 국민의 오해와 의사의 부적절한 처방이 개선되지 않는지 배경을 살펴봤다.

'효과있다' 오해 45%

일본 정부 내각부는 2019년 10월, 항균약 등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항균약이 “감기나 인플루엔자 등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에 듣지 않는다”고 올바르게 알고 있었던 사람은 37.8%에 그쳤다.

또한, 국립국제의료연구센터가 지난해 8월, 일본 전국의 10대 이상 남녀 688명에게 인터넷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항균약은 감기에 효과가 있다”는 질문에 “그렇다”는 오답이 45.6%에 이르렀다. 이 결과는 유럽연합(EU) 국가들에 비해서도 매우 높다.

더 심각한 것은 의사의 처방 실태다. 이 조사에서 “최근에 감기로 의료기관을 수진했을 때에 어떤 약을 처방 받았는가”라는 질문에 “기침약”, “해열제”에 이어 “항균약”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많았다.

바이러스와 세균은 다른 것이다. 감기의 90% 이상은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세균 증식을 억제하는 항균약은 듣지 않는다. 이 사실은 최근에 밝혀진 것이 아니라, 의학계에서는 오래된 상식이다. 후생노동성도 감기에는 사용하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감기에 항균약을 처방하는 의사가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국립국제의료연구센터병원 AMR 임상 레퍼런스센터 정보·교육 지원실장이며 감염증 전문의인 구 요시아키 의사는 “이유 중 하나는 의사의 지식 부족이다”라고 지적한다.

“항균약이 감기의 중증화와 세균에 대한 2차 감염을 막는다”고 생각되던 때도 있었지만, 이미 2005년, 일본외래소아과학회의 항균약 사용 가이드라인(지침)이 해외의 여러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부정하고 있다. “노란 가래가 나오면 세균성 감기이며, 이에 대해서는 항균약이 유효하다”는 설도 있었지만, 바이러스성 감기에서도 노란 가래가 나오는 경우가 있어 근거는 없다. 하지만 여전히 낡은 정보에 기반해서 진료하고 있는 의사는 적지 않다고 한다.

‘내성’ 출현도

또 하나의 이유는 평소 진료를 통해서 의사와 환자가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되는 경우다.

예를 들면, 환자가 감기에 걸려서 처음에는 시판하는 종합감기약을 먹었는데, 4일이 지나도 낫지 않기 때문에 주치의에게 진찰을 받고 처방된 항균약을 먹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증상이 사라졌다는 케이스를 들 수 있다.

실제로는 약 때문이 아니라 자연히 나은 것인데, 환자는 “항균약의 효과”라고 잘못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또 의사도 “조금은 효과가 있지 않을까”, “효과가 없더라도 환자가 원한다면 처방하는 게 좋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이 문제의 본질은 ‘약의 낭비’가 아니다. 불필요한 항균약을 사용하면 체내에 있는 세균이 내성을 갖게 돼 항균약이 듣지 않는 ‘약제 내성균’이 출현한다. 이것이 주위의 사람에게 감염돼 확산되면 정말로 항균약이 필요한 중증 환자에 대한 유효한 치료법이 사라져버리게 된다.

구 의사는 “원래 감기는 약을 먹지 않아도 자연히 낫는 병이다. 환자도 의사에게 무작정 항균약 처방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6년, ‘약제 내성균 대책 액션 플랜’을 책정해서 2020년 시점에서의 항균약 사용량을 2013년에 비해 3분의 2로 줄인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목표가 달성될지 여부는 일본의 의사와 국민이 의식과 행동을 바꿀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출처: 요미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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