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발약 권장 리스트’ 도입 확산

의사도 안심하고 처방, 의료비 억제 및 의료의 질 향상 김철용 기자l승인2020.02.10 05:5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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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약보다 가격이 저렴한 후발약(*)(제네릭 의약품)을 우선 사용하도록 의사에게 촉구하는 ‘권장 리스트’ 도입이 대규모 병원에서 확산되기 시작하고 있다. 의료비 억제뿐 아니라 전문 분야가 아닌 의사도 안심하고 약을 선택할 수 있게 돼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도 기대된다. 후생노동성도 2020년도의 진료수가 개정에서 권장 리스트 작성 실천 여부로 병원을 선별해서 진료수가 가산에 차이를 둘 방침을 제시하고 있다.

후발약은 선발약(신약)의 특허가 만료된 후에 같은 유효성분으로 만들어진 약으로, 효과 및 안전성은 차이가 없다. 일반적으로는 신약 개발에는 10년 이상의 기간과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후발약은 유효성 등이 확인된 성분을 사용하기 때문에 개발비용이 억제되어 선발약의 약 20~50%의 가격으로 판매된다.

성마리안나 의과대학병원은 일본 국내에서 권장 리스트 도입을 선구적으로 시행했다. 2014년 4월, 고혈압과 지질이상증 등 6종류의 약에 대해 운용을 시작하여 2019년 11월 시점에서 12종류로 확대돼 있다. 입원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리스트로, 병원이 권장하는 약의 우선순위와 약가(약의 공정가격)가 쓰여 있다.
 
후발약을 사용하면 환자의 자기부담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고혈압과 지질이상증, 당뇨병이 있는 입원환자에게 권장 리스트의 후발약을 적용하면 약값의 차이는 월 4200엔 이상이 된다. 부담 비율이 30%라면 환자의 부담액은 월 1300엔 가까이 저렴해진다. 생활습관병 치료약은 퇴원 후에도 같은 약을 계속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제적 이점은 크다.

권장 리스트는 병원의 수익성도 높인다. 성마리안나 의대병원의 경우, 약제비로 연간 약 4,000만엔을 삭감할 수 있었다고 추계한다. 권장 리스트를 만드는 데 중심이 되는 것은 약제부다. 약의 처방은 이제까지 의사의 재량에 맡겨지는 부분이 컸지만, 후발약을 우선시하는 리스트를 병원이 만듦으로써 선발약에서 전환할 것을 촉구한다.
 
도입 전에는 “처방을 제한하는 것인가”라는 의사의 반발도 있었으나, 권장 리스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전문의의 의견도 충분히 들으면서 이해를 얻었다. 타나카 츠네아키 약제부장은 “치료가 어려운 질병의 경우, 고액이라 할지라도 신약을 사용하는 것은 대학병원의 사명이다. 그것을 위해서도 비용대비효과가 큰 약의 도입을 추진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한다.

입원환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던 권장 리스트가 외래환자에게도 확대되면 의사는 후발약을 선택할 수 있는 약 처방전을 내게 된다. 처방전을 가져간 약국에서 환자가 후발약을 사용할지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는 것은 이제까지와 같다.

<경제성 고려>
일본에서는 유효성과 안전성을 국가로부터 인정받은 약은 원칙적으로 공적 의료보험의 대상이 된다. 그 수는 현재 약 1만 6000품목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의 사용법은 많은 학회가 지침 등에서 권장하고 있지만, 약의 가격을 고려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편, 신약이 나오면 사용해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의사는 많다. 생활습관병 등에서는 신약이 계속 등장하기 때문에 후발약 사용이 진전되기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보면 사정은 다르다. 나라에 따라 제도의 차이는 있지만, 경제성을 도외시하고 의료에 대해 말할 수 없다. 영국에는 국가가 작성에 관여하는 권장 리스트가 있어 고액의 신약은 평소 진료에서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자유 진료가 기본인 미국에서는 민간과 공적 보험기관이 각각 권장 리스트를 만들어 의사는 경제성을 무시한 처방을 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약사 적극적 관여 요구>
약의 적정한 사용에는 약사가 적극적으로 관여할 것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정형외과를 주치의로 하는 환자에게 고혈압과 지질이상증 등의 지병이 있으면 이 주치의가 이러한 지병에 대한 약도 처방하는 경우가 있다. 고혈압약만 해도 수십 종류 있기 때문에 전문 분야가 아닌 약을 처방하는 의사에게 약사의 검토를 거친 리스트가 있다는 것은 마음 든든한 일이다.

권장 리스트 작성 단계에서의 논의와 실제 운용을 통해 약사와 의사가 약의 적정 사용법에 관해 공통 인식을 심화해 갈 것이라 예상된다. 권장 리스트를 도입할 예정인 하마마츠 의과대의 카와카미 준이치 교수는 “각 병원이 실태에 입각한 리스트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완성된 리스트는 병원의 ‘치료 지침’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처방의 재량이 줄어든다?
의사 저항감으로 도입률은 아직 8%

단카이 세대(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49년에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부머 세대) 전원이 75세 이상의 후기고령자가 되는 2025년을 맞이해 의료·개호(介護) 수요가 급증하여 국민의료비의 20%를 차지하는 약제비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금은 후발약을 사용하는 비율이 높아질수록 병원에 지불되는 진료수가의 가산분이 늘어나는 구조다. 한편, 이번 개선책에서는 거꾸로 권장 리스트를 만들지 않으면 현재의 가산분은 받을 수 없도록 리스트 유무에 따라 차이를 두는 것 등이 검토되고 있다.

권장 리스트 도입이 진전되어 후발약을 사용하는 비율이 증가하면 병원에 지불되는 진료수가도 늘어나지만 선발약에서 후발약으로 전환하는 차액이 더 커서 의료비 전체를 억제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건강보험조합연합회(건보련)의 추계로는 고혈압, 지질이상증, 당뇨병약을 바꾸는 것만으로 연간 3141억엔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후발약 비중 80%로> 
후생노동성은 처방약 전체에서 차지하는 후발약의 비율을 2020년 9월까지 8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는데, 2018년 9월 시점에서 73%에 머물러 있다. 권장 리스트가 후발약 사용을 가속화시켜 목표 달성에 근접시킬 가능성이 있다.

많은 큰 병원에서는 입원환자에게 질병과 치료법별로 검사 및 약 비용을 정한 ‘포괄 지불’을 채용하고 있다. 후발약을 사용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수익 증대로 이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권장 리스트를 도입하는 이점은 크다.

하지만 후생노동성이 2019년에 시행한 표본조사에 따르면 권장 리스트 도입을 마친 병원은 8.2%다. 이러한 배경에는 의사측의 저항감이 있다. 더 좋은 치료를 위해 신약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싶어 하는 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리스트는 처방 재량을 좁히는 존재로 보인다. 일본의사회는 공적 의료보험이 적용된 약이라면 환자는 어떤 것이라도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권장 리스트에 따른 사용 제한은 환자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반발한다.

권장 리스트는 어디까지나 권장으로, 강제력은 없다. 환자가 희망하면 선발약을 사용할 수 있고, 의사는 리스트에 없는 약도 처방할 수 있다. 가나가와현립 보건복지대학의 사카마키 히로유키 교수(의료경제)는 “약사와 의사가 충분히 얘기를 나누어 경제성과 의료의 질 모두를 담보하는 리스트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출처: 요미우리신문

김철용 기자  medi@b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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