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같은 약사’라는 콘셉트로 환자들이 오고 싶어 하는 약국 운영
어르신 배려한 큰 글자 POP로 가독성 높이고 질문하기 편하게 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좀 걷다 보면 아파트 단지와 상가들이 나온다. 그 주변에 있는 한 상가에 워너비3층행복약국이 있는데 1층에는 요양병원, 그리고 다른 층에는 각각 소아과, 이비인후과, 치과 등 각종 병원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상권 덕분에 워너비3층행복약국의 주 고객층은 지역주민, 특히 어르신들이다. 60~70대 환자들이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90대 어르신까지 계신다고 한다. 김희진 약국장은 이러한 고객층의 특성에 맞춰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딸 같은 약사가 되고 싶어요.”
김희진 약국장은 본인도 아플 때마다 영양제를 많이 복용한다고 한다. 그리고 가족들이 아플 때에도 본인이 먹었던 것 중에서 효과가 좋았던 것으로 추천해준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 환자들이 질병이 생기기 전 몸이 조금 불편할 때 약을 복용하고 회복하는 것을 보며 재미와 보람을 느끼는 그는 약사라는 직업이 천직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문전약국 근무약사로, 결혼 후에는 출산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므로 파트타임 약사로, 그리고 아이가 좀 크고 나서는 개국, 그러다 보니 현재 약사 경력 7년 차인 개국약사가 되어 있었다.

워너비3층행복약국에는 친근한 어머님·아버님뻘 손님이 많다고 한다. 언제는 80~90대 할머니 한 분이 오셔서 “죽고 싶다...”라고 하신 적이 있었는데, 안타까운 마음에 손을 잡아드리면서 말씀을 들어줬더니 연신 고맙다고 하시며 일부러 간식도 종종 가져다 주시곤 한다. 이 외에도 어머님·아버님들이 오시면 딸처럼 장난도 치면서 언제 막걸리 한잔하자는 말씀도 하신다고 한다.

“문전약국에서 일할 때에는 정신없이 바쁘다 보니 환자와의 소통이 힘들어 약 전달만 했었어요. 그때 그런 점이 많이 아쉬웠던 게 기억나 지금은 딸 같이 다정하게 약 외에도 이것저것 챙겨드리는 약국을 꿈꾸고 있어요. 실제로 어르신들 스마트폰 사용법을 도와드리기도 하고.“

환자 중심적 사고로 진심 전하기
“엄마가 감기몸살 걸리면 좋은 거 다 주면서, 왜 환자분들한테는 종합감기약만 주나?”

김희진 약국장은 개국 준비를 할 당시 들었던 강의 중에 강남성 대표가 한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환자도 당연히 빨리 낫고 싶어서 병원에 가고 약국에 올 텐데, 하지만 무엇을 복용해야 할지 몰라서 전문가를 찾아오는 걸 텐데, 그런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또 우리 가족이 그렇다고 생각하면 절대 아무 약이나 주거나 매출만을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약국장은 환자에게 약을 판매할 때 처음부터 특정 약을 추천하지 않는다. 우선 집에 이러한 약들이 집에 있냐고 물어본 후, 적절한 약이 있으면 그 중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용법을 바꿔가며 활용하라고 알려준다. 소비자 입장에서 필요 이상으로 제품을 권하는 것은 맘이 불편해지는 일이기 때문에 이처럼 약을 권하지 않는 편이라 환자가 다음에 또 편하게 이 약국에 올 수 있다.

환자가 저번에 복용했던 약의 이력까지 꼼꼼히 기록·관리하는 그는 ‘복용했던 약은 어땠는지’, ‘드시기에 불편하지 않았는지’ 등을 물어보며, 다음 약을 추천해준다고 한다. 약을 추천할 때에도 환자가 약만 받아 가는 것이 아니라 치유하기 위해 필요한 상식들도 알아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준다.

“환자가 발가락이 아플 때, 통증약만 주는 것보다 ‘내가 아팠더니 어땠더라.’하고 경험과 방법을 알려드리고 있어요. 어머님·아버님들은 이런 것에 대해서 쉽게 물어볼 데가 많이 없으니까 관련 유튜브와 운동 방법을 알려줘요.”

최근에는 환자들이 많이 물어보는 것이 수면에 관련된 것인데, 환자들은 TV 프로그램과 광고에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수면보조식품에 대한 정확한 지식에 대해 첨언을 해드린다고 한다.

또한, 워너비3층행복약국은 이곳에서 구매하지 않은 약들도 상세하게 복약지도 해 준다. 심지어 온라인에서 해외 직구한 약들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니 환자들이 부담 갖지 않고 편하게 이 약국을 다시 찾아온다고 한다.

자꾸만 오고 싶게 만드는 약국
김희진 약국장이 이 약국에 처음 들어왔을 때 환자들이 “약국이 밝아졌다. 시야가 확 트이니 깔끔해 보이고 오고 싶어진다.”며 좋아했다고 한다. 매대를 하얀색으로 바꾸고 약들의 진열방식을 워너비3층약국만의 방식으로 바꾸니 층약국 치고는 넓다는 이점이 배가돼 환자들에게 호평을 받은 것이다.

김 약국장은 “약이 약사 '등 뒤에' 가득차 있으면 접근성이 떨어지므로 연령별·질환별로 약들을 카운터 밖으로 진열해 환자들이 일반의약품을 자세히 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큰 글자로 쓴 POP는 어르신들이 많이 방문하니까 천천히 책 읽듯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런 방식으로 일반약을 진열하니 환자들이 궁금한 점이 있으면 편하게 물어볼 수 있다고 한다.

깔끔한 약국을 유지하기 위해 해야 할 것들도 많다. 1인 약국이기 때문에 약사 혼자 약국 관리를 다 하려다 보니 손 갈 일이 생각보다 많다는 그는 영업이 끝나면 매일매일 재활용 분리수거와 청소를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한다.

개국 전 나 자신에 대해 알라
김희진 약국장은 개국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내가 이 약국을 오랫동안 운영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가장 우선순위로 둔 것은 약국에 근무 할 때 '즐거운 마음으로' 오래 근무 할 수 있는 곳이어야 했다고 밝혔다.

“일단 저는 육아도 병행해야 하다 보니 집과 가까운 곳을 찾았어요. 그래서 출근 시간이 30분 이내로 소요되는지를 기준으로 삼았어요. 그리고 실제로 여기 오시는 환자분들도 따뜻하셔서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 말고도 이처럼 자신이 수용할 수 있는 것, 수용할 수 없는 것을 약사 개개인의 특성과 생활환경에 맞춰 정해놓아야 개국할 때는 물론 오랫동안 일하기에도 편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실제로 김 약국장은 이렇게 자신에게 맞는 조건으로 워너비3층약국을 개국했고, 시간적·체력적·정신적으로 여유가 생겨 환자에게 더 집중할 수 있게 됐으며, 두 달 전부터는 약국 운영을 마치고 나서 자신의 관심사인 예방약학에 관한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내년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스터디를 할 예정이라는 그는 약국 경영과 자기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성공적으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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