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 장애나 저혈당 등 환자에게 적지 않은 불이익을 초래하는 다약제 복용이 고령자에게 더 많이 나타나는 것은 왜일까? 확실한 의료를 소개하는 시리즈 ‘현명한 선택’ 제2회는 다약제 복용이라는 문제가 일어나는 배경을 추적한다.

● 경미한 이상으로도 증상이 나타난다
오사카부 스이타시의 병원에 2016년 건망증을 호소하는 여성(76)이 내원했다. 생활습관으로 인해 발증하는 2형 당뇨병과 고혈압 때문에 5종류의 약이 다른 병원에서 처방됐다. 이 환자를 진료한 오사카대학 강사 타케야 야스시 의사(노년·종합내과학)가 남은 약을 확인해 보니, 혈당을 낮추는 약이 300정이나 남아 있었다.

중(中) 정도의 알츠하이머형 인지증(치매)을 발증한 이 여성은 혼자 집에 있을 때에 약 먹는 걸 잊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따라서 타케야 의사는 연령 증가로 인해 식사량이 줄었다는 점 등도 고려해 혈당치를 필요 이상으로 낮출 필요는 없다고 판단해서 혈당을 낮추는 약과 강압제를 각각 아침식사 후에만 먹는 것으로 바꿨다.

효과가 불분명한 약이 처방되는 케이스도 있다. 현기증을 호소하는 80대 여성의 경우 이비인후과와 심료내과, 신경내과로부터 각각 2종류씩 모두 6종류의 약을 처방 받았는데, 5년이 지나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았다.

타케야 의사는 “이 여성과 같이 고령이 되면 경미한 이상에 의한 증상이 신체 도처에 나타나기 쉬워진다. 현기증이나 저림이 대표적인 증상으로, 약으로 개선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이 여성의 경우에는 모든 약을 재검토한 후에 운동 등을 적극적으로 해서 기운을 회복하는 것을 권했다고 한다.

● 장기별로 약제가 한 개씩
질병 치료에 관해서는 각 의학회가 질병과 그 원인이 되는 장기별로 가이드라인(지침)을 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고령이 되면 앓고 있는 질병 수도 늘어난다. 몸 상태와 검사 수치가 변동하기 쉬워지고, 혈당치 등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도 있는 반면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정상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나이와 함께 약의 효과도 바뀌기 때문에 어떤 질병에 대한 약이 다른 질병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엄밀하게 검사 수치를 관리해도 고령 환자에게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케이스도 있다고 한다.

타케야 의사는 “고령 환자의 경우에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않으면 약 투여가 거꾸로 유해할 수도 있다. 종래의 학회 지침에 따라 장기 및 질병별로 진단을 내려 그 하나하나에 대해 모두 약을 처방하면 약을 과잉 섭취하게 될 위험성도 있다. 몸 전체를 생각하는, 고령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치료법이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 혈당 목표치 완화
다약제 복용이 문제가 되는 가운데, 학회 일부에서는 검사 수치에 대한 관리를 완화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당뇨병학회와 일본노년의학회는 2016년에 인지증(치매) 환자의 혈당치 목표를 완화했다.

또한, 노년의학회는 2017년, “심근경색 등을 경험한 적이 없는 75세 이상의 고령자는 나쁜 콜레스테롤(LDL)을 약으로 관리해도 심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하면서 투약을 결정할 때에 다약제 복용이 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촉구했다.

다약제 복용에 관한 전문가인 후추(府中)병원의 츠무라 케이 종합진료센터장은 “환자가 아직 젊었을 때 하던 처방을 그냥 습관적으로 계속하고 있다면 의사는 처방을 한 번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환자도 의사에게 어떻게 하기를 원하는지 자신의 건강에 대한 생각 등을 명확히 전달하고 납득한 후에 약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출처: 마이니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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