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는 질병 치료 때문에 복용하는 약의 수와 종류가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불필요한 약이 처방되거나 약에 의한 유해 증상으로 고생하는 케이스도 있다. 확실한 의료를 현명하게 선택하는 법을 소개하는 시리즈 ‘현명한 선택’의 새로운 기획에서는 다약제 복용(polypharmacy)을 둘러싼 문제를 2회에 걸쳐 살펴본다. 첫 회는 다약제 복용과 유해 증상의 관계에 관해 다룬다.

● 약을 줄임으로써 신장 기능 개선
하시모토시민병원에 2년 전 폐렴에 걸린 70대 남성이 입원했다. 남성은 단골 클리닉 등에서 처방 받은 약을 종이가방 한가득 가지고 있었다. 약제사인 키타지마 마사히로 씨가 조사해 보니 심근경색과 폐기종, 당뇨병, 고혈압, 불면 등에 대한 약이 30종류나 있었다.

약에 의한 유해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혈액 검사 수치는 신장 기능이 악화돼서 인공투석을 해야 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 필요한 약과 그렇지 않은 약을 나눠서 10종류까지 약을 줄였더니 수치가 개선되었으며, 약을 줄음으로써 나타나는 악영향도 없었다.

키타지마 씨는 “약 하나하나의 영향은 적을지라도 약이 많아지면 부담이 커지게 된다. 눈에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도 몸을 해치게 되는 것이 다약제 복용의 무서운 점이다”라고 설명한다.

한편, 같은 병원에 낙상으로 내원한 90대 남성의 경우는 “약에 의한 유해 증상이 아닐까”라고 의심되었다. 1년에 4번이나 낙상했는데 그 중 2번은 골절이었다. 구급차에 실려 온 경우도 있었다.

이 남성은 많을 때에는 3종류나 되는 수면제를 사용했다. 남성은 “아침에 넘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호소했는데, 취침 전에 먹은 약의 영향이 남아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1종류로만 줄였더니 넘어지지 않게 되었고, 수면에 대한 악 영향도 확인되지 않았다. “많은 약을 사용하면 낙상할 위험이 커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키타지마 씨)

● 40%가 5종류 이상
다약제 복용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인 Polypharmacy는 ‘Poly(많다)’와 ‘Pharmacy(조제)’로 이루어진 합성어다. 후생노동성 검토회가 정리한 가이드라인(지침)에 따르면, 약에 의해 유해 증상이 나타날 리스크가 증가하거나,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로 이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도쿄대학병원 노년병과의 연구팀이 입원 환자 2,412명을 조사한 결과, 약이 1~5종류인 경우에는 유해 증상 발생 확률이 6.5~8.9%인데 비해, 6~7종류인 경우에는 13.1%, 8~9종류인 경우에는 11.9%, 10종류 이상인 경우에는 13.9%로 명백히 증가했다.

일본 전국의 보험약국을 조사했더니 75세 이상의 25%인 4명 중 1명이 7종류 이상, 40%가 5종류 이상의 약을 처방받고 있었다. 오사카대학의 타케야 야스시 강사(노년·종합내과)는 “몇 종류 이상의 약을 복용하면 다약제 복용이라는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종류가 많아지면 다약제 복용이 될 가능성이 있다. 부적절하게 사용되고 있지 않은지 의사와 약제사가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 복수의 ‘약수첩’ 엄금
후생노동성의 지침에는 약제별로 고령자에게 나타나기 쉬운 유해 증상이 제시되고 있다. 예를 들면 ∇강압제와 수면제는 비틀거림이나 낙상, 기억 장애 등 ∇항불안약은 식욕 부진 및 변비 등 ∇항우울약은 낙상이나 소화관 출혈 등이다. 1종류를 복용해도 약의 효과보다 유해 증상이 나타날 리스크가 높은 등의 불이익이 더 많다면 처방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효고현 적십자 혈액 센터 소장이면서 의사 겸 약제사인 히라이 미도리 씨는 “복수의 ‘약수첩’을 가져서는 절대 안 되며, 단골 약제사는 1명으로 해야 한다. 의사는 환자의 증상을 없애기 위해 약을 처방하지만, 그 증상이 약에 의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는 인식을 의사도 환자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노년의학회 등이 편집한 <고령자가 주의해야 할 과다한 약과 부작용> 및 후생노동성의 <고령자 의약품 적정 복용 지침>을 참조로 작성. 부작용이 의심되더라도 자기 판단으로 복용을 중지해서는 절대 안 된다.

*출처: 마이니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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