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만든 비누, 비누가 아니라 희망”

지원센터 이름 ‘리본(Re:Born)’은 새롭게 태어난다는 뜻

조기 검진제도, 보험급여 확대했지만 그 다음 지원 체계 없어

암 치료환자 사회 복귀, 새로운 인생 도전할 수 있게 지원

암이라는 병의 5년 생존율이 70%가 넘고, 암 유병자 수가 200만에 가까워지는 지금, 암 진단과 치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암 환자의 사회복귀다.
 암 진단과 치료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암 치료자의 사회 복귀에 남달리 관심을 가지고 매진하는 국립암센터 김 열 공공보건의료사업실장(가정의학과 교수)을 만나 사회복귀지원센터의 개소와 암 치료자의 사회복귀에 대해 들어봤다.

▲ 김열 공공보건의료사업실장

Q. 국립암센터 사회복귀지원센터 개소를 축하드립니다. 사회복귀지원센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암이란 병이 생존율이 많이 높아지고 치료가 잘 되고 있지만, 암에 걸린 분들은 치료과정에서 굉장히 큰 어려움을 겪고 심리적으로도 위축이 됩니다.
또 치료가 끝난다 해도 언제 재발될지 모르는 두려움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암 진단받기 전에 건강하게 사회생활을 하고 계시던 분들도 치료 과정에서 일자리를 포기하시기도 하고 치료가 끝난 후에도 일을 시작하시기도 쉽지가 않으시죠. 또 사회적인 인식도 암 환자인데 일을 시켜도 될까 하는 편견이 있어서, 막상 직업에 복귀하기도 어렵고, 아무튼 여러 가지로 암 환자의 사회복귀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현실입니다.
 암이라는 질병이 이제는 치료가 되는 상황, 5년 생존율이 70%가 넘고요, 우리나라에 실제 암을 진단받고 살아가는 유병자 수가 180만이 넘어 200만에 가까워지고 있어요.
 이 시점에서 암이라는 질병을 극복하고 건강한 사회인으로서 사회적 활동을 하게 하도록 하는 것은 환자나 가족으로서의 희망일 뿐만 아니라 사회가 지원해야 되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암 치료가 그래도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진행되어가는 시점에서 국립암센터가 국가적으로 암이라는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받게 하는 것 뿐 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것이 필요했고요. 그래서 그 지원 역할을 국립암센터가 해야 할 역할이 아닐까 해서 사회복귀지원센터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Q. 개소 과정의 논의와 출범과정에 관해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국가적으로 암 유병자 수가 늘어나고 암 생존율이 70%가 넘게 좋아지는 시점에서 암 생존자들에 대한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은 저희가 2016년부터 발표한 국가 암 관리 3차 종합 계획에 담겨 있었고요, 생존자 지원에 많은 부분이 의료와 돌봄 서비스로, 저희도 그것 때문에 고민이 많았어요.
 현재는 암 생존자 통합지지 시범사업 등이 진행되고 있고, 현 정부 들어서 커뮤니티 기반의 케어라고 병원에서 만의 케어가 아니라 어떤 환자나 여러 건강 돌봄이 지역사회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중요한 제안도 있었어요.
 그런 와중에 고양시와 이런 건강한 서비스를 제공받고 환자들이 창업 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같이 고민해보자라는 협약을 1년 전에 했어요, 그래서 처음 한 것이 창업 아카데미를 시작으로 하게 됐습니다.

▲ 사회복귀지원센터 Re:Born

Q. 사회복귀지원센터의 역할과 구체적인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암 환우분들이 나이가 있으시고 암 치료 후 직장에 복귀하실 수 있으면 좋은데 그렇지 못한 분들이 있죠. 이 분들이 가지고 계신 기존의 경험이나 나름의 재능을 발휘해서 창업이 하실 수 있는 아이디어 아카데미를 열었는데, 그 중 유방암 환우회 ‘민들레회’가 잘 운영 됐었어요.
 유방암이 그래도 치료가 잘 되는 편이고요, 회원도 100분이 넘으시고 여성분들이 잘 모이시고 정보교류도 잘하시는 편이었어요. 젊게는 50대분들도 계시고 거의 60대분들이셨는데, 이분들이 창업을 해보겠다고 지원하셔서 저희가 컨설팅을 해 드렸죠.
 이분들 중 한 분이 비누 공장을 영세하게 하고 계셨는데, 공장을 가서 보니 항암치료를 받으신 피부가 굉장히 민감하거든요, 그래서 여러 가지 재료로 테스트해 보시고 하셨던 개발 노하우도 가지고 계셨고요.
 그냥 회사를 설립하기는 어려웠지만 창업 과정에서 사회적 기업이라는 부분이 설득력이 있었고요. 어떤 직접적인 이득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도 만들고 일자리를 늘리는 파트로 기업을 설립하면 우리 암센터에서 공공적으로 지원할 길도 있었지요.
 암 환우 5분이 암 환우 100명을 다 채용하자는 포부로 시작한 유방암 환우회가 만든 사회적 협동조합 1호가 며칠 전에 정부 승인을 받았습니다.
 비누를 만드는 기업이고 국립암센터와 고양시가 백마역에 마련한 사회복귀 지원센터의 공간 이름은 리본(Re:Born)이고요, 새롭게 태어난다는 뜻이죠. 여기 첫 번째로 입주한 기업이 유방암 환우회가 만든 ‘다시시작’이라는 사회적 기업입니다.

▲ '다시시작' 제품들

Q. 평소 암 환자의 조기 발견이나 검진 치유, 사회복귀 등에 남달리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암 환자의 사회복귀에 대한 국가나 사회의 지원은 실정은 어떠한가요?

 아직 별로 많지 않아요. 국가가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건데, 암을 조기 발견하는 검진제도로 국가 암 검진 제도가 있고요, 치료과정에서는 우리나라에 굉장히 좋은 건강보험이라는 제도가 있어요.
 보험 급여가 되는 분야의 암 환자의 비용 부담을 5%로 낮추는 이런 좋은 사회보험이 국가적 지원 시스템으로 있지만 치료가 끝나고 나면 그다음 지원하는 체계는 따로 있다고 말할 수 없는 거죠.
 병원을 벗어나는 순간 개별 환자의 케어는 가족과 개인의 몫이고 지금은 그 빈공간을 여기 센터가 해 주고 있어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국림암센터나 사회가 뭔가 해 주는 것보다는 이분들이 스스로 주체가 돼서 창업하고 사회적 가치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을 해 드리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죠.
 이 공간에서 1호 기업의 히스토리 역사를 잠깐 말씀해 드렸는데, 창업을 위한 컨설팅도 해 드리고 교육도 해 드리고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들을 지원해 드리는 역할을 계속해 나갈 예정입니다.

▲ 제품 작업중인 '다시시작' 안연원 이사장

Q. 앞으로 사회복귀지원센터의 포부와 비전이 있으시다면?

 며칠 전에 항암 치료를 받던 환자가 항암 치료 과정에 너무 어렵고 힘들어 내가  이렇게 항암 치료를 받으면 살수 있냐? 하면서 진료실에서 우시는 환자분의 소식을 듣고 담당 의사 선생님이 백마역에 가보시라고 하셨답니다.
 오늘 가보니 그분이 오셨다 가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세 시간을 웃고 이야기하고 비누도 같이 포장하고 가셨답니다. 그리고 이분이 가시면서 여러분을 보니 내가 정말 치료 잘 받고 와서 다시 여기 돌아와서 일하실 거라는 말을 남기시고 가셨답니다.
 지금 2호 기업이 준비되고 있어요. 2호 기업은 소아암을 겪고 국립암센터에서 치료받았었던 환우들인데요, 저희 국립암센터가 개원한 지 벌써 17년 되거든요. 이분들이 이제 나이가 들어서 청년이 되셨어요. 물론 일을 하고 계신 분들도 있고 공부하는 분도 계시죠.
 그런데 여러 이유로 직장에 취직 못 하시는 분들도 꽤 있으세요.
 청년취업 문제는 암 환우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문제일 수도 있지만, 어제 한 분을 만나보니 두려워하시는 겁니다.
 이분들도 우리에게 있어서 소중하고 사회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분들이지만, 내가 체력적으로 동료들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을까? 내가 몸이 힘들다고 말하면 괜찮을까? 이렇게 치료과정에서 자신감도 떨어지고 사회적 편견도 두렵고 하니깐 취업에 필요한 포트폴리오 같은 준비도 할 수 없는 거죠.
 그런데 이 분들이 다른 사회에서 다른 삶을 산 친구들하고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으세요.
어려운 암을 극복했는데, 암이란 병을 겪는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경험을 해보니 이런 게 필요 하더라”라고 경험에 재능을 보태서 창업을 해보겠다는 의지를 가진 분들이 모이고 계시죠.
이런 분들을 모아 창업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좋은 소식이 들려오겠죠.

▲ 제품전시실

Q. 암 환자나 사회복귀지원 대상자 분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한다면?

 제가 만든 리본(Re:born)이라는 사회복귀지원센터 이름이 암을 극복하고 정말 새롭게 태어나는 건데요, 영어로는 비욘드 캔서(Beyond Cancer) 라고 해요. 우리말로는 암을 극복한다는 건데, 극복 한다는 게 심리적 의미의 극본뿐만 아니라, 한편으로는 병이 없는 상태로 돌아간다는 신체적 의미라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비욘드, 한 번 더 디디면 암이라는 어려운 병을 겪고 더 새로운 인생을 또 한 번 만들어 보는 거죠.
 암이라는 병이 단순한 치료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어려운 병이지만 이것을 극복하고 더 가치 있는 삶은 만들어 내는 발판을 만들어 낸다면 훨씬 더 성공한 인생이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저희가 유방암 환우회 ‘다시 시작’에서 만들어 낸 비누를 보고 이런 말씀을 드렸어요.
“여러분들이 만들어 주신 비누, 비누가 아니라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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